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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주군 왕봉골 계곡 아래쪽의 파래소폭포에서 관광객들이 쏟아지는 시원한 물줄기를 보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
그런데 이상하다.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산행이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어졌지만 그다지 힘들다는 생각이 없다. 바위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평소보다 더 힘을 줘서 걸었는데도 말이다.
배낭을 짊어진 등에서는 땀이 났지만 오히려 시원하다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발아래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물이고, 머리 위는 물론 사방을 검푸른 나무가 에워싸고 있다.
조금씩 폭이 좁아진 계곡이 두 갈래로 나뉘고, 산행 방향 왼쪽에 있는 계곡을 조금 더 오르니 외부로 연결된 길이 보인다. 계곡 왼쪽 길을 살짝 걸어 나오면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다. 혹시 임도로 나오는 길이 헷갈릴까 봐 길 양쪽으로 리본을 매달아 놓고 나왔다.
동행한 이창우 산행대장은 "오늘은 물이 조금 많은 편인데 그렇지 않으면 반바지에 물이 잘 빠지고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 종류의 신발을 신고 오면, 굳이 물을 피할 것 없이 물 위로 걸어가는 것이 더 시원하고 걷기도 쉽다"며 '여름 계곡 산행'의 요령을 설명해줬다. 또 가다가 지치면 아예 물에 발을 담그고 쉬었다 가도 된다. 이 대장은 "'장마철이나 폭우가 내린 뒤에는 안전을 위해 가급적 계곡 산행을 피해야 한다'는 말도 기사에 꼭 넣어달라"고 당부했다.
간월재와 신불산 정상 사이에 펼쳐진 억새평원. |
2시간 남짓 역류해 올라온 계곡은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의 왕봉골 계곡이다. 영남알프스의 주요 봉우리인 간월산과 신불산의 서쪽으로 뻗어내린 계곡이다. 경남 양산시에 있는 배내골과도 얼마 떨어져 있지 않다.
임도를 15분 정도 걸으니 간월재다. 간월재는 신불산과 간월산 두 형제봉 사이에 잘록하게 들어간 고개로 영남알프스의 관문이다. 푸른색의 억새평원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인다. 억새가 만발할 즈음이면 매년 이곳에서 산상음악회도 펼쳐진다. 백악기에는 공룡들의 놀이터이자 호랑이와 표범 등 맹수들의 천국이었다고 한다.
간월재는 또 옛날 울산 소금장수와 언양 소장수 등 장꾼들이 수없이 넘나들었던 삶의 길이기도 했다. 자동차도 오르기 힘든 이 길을 여가 목적이 아닌 삶을 위해 다니자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간월재에 서니 멀리 산 아래로 언양읍내가 한눈에 펼쳐지고, 좌우로 간월산과 신불산 정상도 손에 잡힐 듯하다.
조금 전에 올라온 왕봉골은 골짜기가 깊어 한때 박해받던 천주교도들이 은신하는 장소이기도 했고, 빨치산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이 계곡에 들어앉아 있으면 외부에서 찾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휴양림과 계곡 한꺼번에 즐겨
간월재 표지석과 커다란 돌탑. |
간월재에서 간월산 정상까지 오르는 데는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 경사도 적당하고 걷기 쉽도록 등산로를 따라 덱로드도 설치해놨다. 근교산&그너머 취재진은 당초 간월산 정상까지 올라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왕봉골 계곡 산행이 예상보다 지체되면서 아쉽지만 간월재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번엔 왕봉골 계곡을 사이에 두고 올라갈 때와 반대편에 있는 임도를 이용해 내려왔다. 비포장 임도다. 임도를 이용해 내려오다 보면 두어 군데 갈림길을 만나는데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이 가리키는 쪽으로 내려오면 된다.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하단지구로 진입해 왕봉골 계곡을 거쳐 간월재까지 갔다 오는 데는 휴식 시간을 포함해 5시간30분 정도면 된다. 간월산 혹은 신불산 정상까지 갔다 오면 1시간 정도 더 잡으면 된다.
한편 왕봉골 계곡 산행은 산림청에서 운영 중인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에서 시작된다. 자연휴양림 하단지구와 상단지구 두 곳으로 진입이 가능하며, 하단지구와 상단지구를 연결하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거리는 2.3㎞ 정도로 왕복하는 데 2시간 남짓 걸린다.
자연휴양림 구역 내 산책로도 역시 왕봉골 계곡을 따라 조성돼 있으며, 앞에서 언급한 본격 계곡 산행은 자연휴양림 상단지구를 벗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휴양림 지구 내 산책로에서 최고의 볼거리는 파래소폭포다. 옛날 기우제를 지내면 바라던 대로 비가 내렸다고 하여 '바래소'에서 유래되었다는 파래소폭포는 경치가 아름다워 지금도 소원을 비는 사람이 많이 찾는다. 또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안개처럼 퍼지는 물보라는 시리도록 차서 아침저녁으로 무지개가 피어올라 주변의 어두운 기운을 말끔히 걷어낸다. 둘레가 100m나 되는 연못의 중심에는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는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1998년 개장된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은 숲속의 집·문화휴양관·야영장·오토캠핑장·전망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1년 내내 등산객과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 교통편
- 언양서 328번 배내골행 버스
- 부산~원동역 무궁화 열차도
왕봉골 계곡산행을 위해서는 파래소폭포가 있는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 하단지구까지 가야 한다. 자가운전도 편리하며 시간을 잘 맞춘다면 대중교통편도 편리하다. 도시철도 1호선 노포동 종점에 있는 부산종합터미널에서 신평·언양행 버스를 이용해 종점인 언양터미널에서 내린다. 언양터미널 밖으로 나와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328번 배내골행 버스를 탄다. 평일 오전 6시20분·7시50분·9시50분, 주말 시간대는 오전 7시·8시20분·9시30분·10시55분에 있다.(단, 2005년 7월 20일~8월 21일까지 방학기간 한시적으로 평일시간대만 운행) 산행 후 배내골 버스 종점에서 언양터미널행 버스는 평일 오후 3시50분·5시10분, 주말 3시10분·5시30분·6시40분에 있다. 부산역에서 원동행 무궁화 열차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오전 7시50분·9시20분에 출발하며, 운행 시간은 30~40분 내외다. 원동역 앞에서 배내골행 버스 시간은 오전 7시23분·8시30분·10시10분에 있다. 배내골에서 원동역 방향으로 나가는 버스는 오후 3시15분·5시40분·8시35분. 원동역에서 부산역 열차는 오후 4시15분·6시39분에 있다. 내비게이션 신불산자연휴양림(하단) 입력.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근교산 & 그너머' 기사에서 GPX와 고도표가 당분간 실리지 않습니다.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GPX와 고도표를 다시 싣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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