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막 건너는 법 :+::+:
과천 옥외 경마공원 한편에
세상에서 제일 막막한 사막이 있다
그 사막 속을 온 종일 혼자 걷고 있는 말이 있다
어제의 6번 인센스티브였던 10번 기린아였던
휘날리던 갈기가 불꽃모양인 스콧필드였던 그는, 지금
어린이 승마 연습장의 예닐곱 평 모래사장을 돌고 또 돈다
6월의 땡볕이나 빨간 넝쿨 장미들이 깔깔대며 놀리고 있어도
카우보이 모자에게 분홍빛 원피스나 레이스 반바지에게
끝임 없이 제 잔 등을 내 주고 있다
반듯한 길이 사라지고 선명한 흰색 라인도 지워지고
함성과 환호가 잦아진 자리에 하지 무렵의 사막,
복사열만 오래 뜨겁다
오아시스가 없는 사막에서 버티는 것들은
제 몸 안에 서러운 오아시스를 둔다
오래 뜨거워져 잔 등의 땀까지 말라 버려도
두 눈 속에 고향 에딘버러의 호수가 통째로 잠겨있다는 것을
그 순한 물기로 달궈진 시간들을 견딘다는 것을
내 눈물로 내 발등을 식혀보고서야
이제 알겠다
카페 게시글
회색 노트
사막 건너는 법 -- 안차애
찐따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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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7.2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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