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월드 외 1편
김지원
점핑, 점핑, 하늘로 올라요
낡음과 새로움, 보수와 진보
옛날과 미래가 공존하는 뷰티풀 월드
티켓이 없어 날개를 달지 못한 아이들,
자꾸만 컴퓨터 속으로 들어가요
벽보 앞에 서있던 한 사내는 벽으로 들어가요
4인용 아침 식탁은 여전히 빈자리
토스트 한 조각과 밥그릇이 함께할 수 없어요
세상의 경기에서 더 높이 뛰는 자만이
살아남아요 점핑,
경기는 아랑곳없이
오직 성냥갑놀이에만 열중하던 어른들,
날개도 없이 공중으로 몸을 날려요
추락을 생각하면 자꾸 어지러워요
기름진 식탁, 핼쑥한 저녁
보신탕 속에서 야구방망이가 튀어 나오고
수돗물에선 피 냄새가 진동해요
어지럼증도 극에 달했나 봐요
점핑, 점핑,
세상이 혼자 달아나요
잠녀부(潛女賦)
- 고은의 「심청부」를 변용하여
천둥 같은 울음 하늘에 이르도록
파도는 울어라
이승과 저승을 잇는 울음소리
저 깊은 바닷속, 가늠할 수 없는 수심(水深)
바닷사람들, 어미의 깊은 속울음을 알리라
세상에서 가장 애끓는 한숨, 해녀의 숨비소리를
이승이 없이 어이 저승이 있으랴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한 벌 소중이의 서러움이여
어머니 잠 속의 수런거리는 고요가 그러하리
바다는 울부짖는 사자, 어미는 밥이었나
이미 저문 바다에 닿은 어머니,
바다에 내려앉은 저녁 안개여
사방으로 흩어져라
사방으로 흩어져라
어머니 마음껏 온 세상 둥둥 떠다닐 수 있게
파도는 울어라, 솟구쳐 울어라
『Y에게 말 걸기』, 다층,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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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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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2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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