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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은 당대원들과 함께 대릉하를 거슬러 올라오는 20척에 소형 고구려 군선들을 보았다.
9월 초순 드디어 고구려군은 평양에 대도회의의 의결에 이은 태왕의 제가로 요해주둔군은 요서지방으로 주둔지가 바뀌어서 요서주둔군으로 바뀌었고 사령관으로 동부대인 발안을 임명했다. 그들이 받은 명령은 요서를 사수하여 부여로 진격하려는 목간대칸의 15만 군사를 어떻게든 막으라는 것이다. 대로회의에서는 사실상 무방비에 부여남부와 요동일대에 고구려군의 증원배치를 위해 적어도 2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설무도는 요동일대에서 지원군이 없냐는 의견을 구했는데 대로회의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이미 요동은 그동안 돌궐과의 전쟁으로 병력을 많이 손실한 상황에서 돌궐군의 견제공격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총지휘관인 발안이 행방불명되었기 때문에 요서주둔군은 사실상 설무도 장군의 지휘를 받았다. 설무도는 임시사령관으로써 첫 번째 한 일은 고구려 상인과 외국 상인들을 모두 전쟁터가 될 요서 밖으로 철수시키는 것이었다.
을지무발의 안내를 받아 고구려군 비사성주 양창류장군은 유성에 설치된 고구려군 지휘부에 들어갔다.
<비사성: 요동반도 끝에 흑수산성으로 추정 고구려 최고의 해군요새였다>
“충.”
설무도 장군은 막사밖에 직접 나와 자신보다 관등이 높은 양창류장군을 맞이하고 안으로 안내했다. 양창성장군을 수행한 을지무발과 온달은 장군의 막사로 따라 들어갔다.
“설장군 정말로 막리지께서 패하셨다는 것이 사실인가?”
푸른 갑옷에 위풍 있는 수염을 한 양창류장군은 고흘장군의 패배소식에 얼굴답지 않게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입니다. 제가 곁에 있었어야 되는데!”
순하게 생긴 설무도는 양창류장군님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를 못했다.
양창류도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상승의 명장인 고흘장군은 고구려군부에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군인이라면 모두 충격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설무도는 그 분의 심복 중 하나였으니 더욱 마음이 아팠다. 침묵의 상황을 깬 것은 양창류였다.
“대로회의에서 자내가 받은 명령을 알고 있다. 나의 수군 오천 명도 참전하겠네! 자네 받아주겠는가?”
사실 요서 인근해역에는 요동일대 해양 방어 최고 책임자인 비사성주 양창류장군 지휘 하에 있는 오십 여척의 고구려 군선들이 수군과 함께 대기 중이었다. 하지만 양장군의 말에 같이 있던 소형 을지무발과 자위 온달의 얼굴은 동시에 찌그러졌다. 사실 병력이 많으면 좋지만 양창류장군이 참전하면 임시사령관이자 하급자인 설무도장군의 입장이 미묘해진다. 즉 지휘권문제가 불어질 것이라는 것이었다.
양장군의 부탁에 설무도는.
“제가 해야 될 일과 장군님께서 해야 될 일이 다른 것으로 압니다. 육지에 일을 저희에게 맡기어주십시오. 사실은 양장군님께는 따로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부탁?”
양장군의 질문에
“지금 이곳 유성에 외국상인들이 오천 명이나 있습니다. 그들을 안전한 비사성으로 대피시켜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설무도 장군의 말에 양창류장군은 무슨 뜻인지를 알지만.
“잠깐 우리 상인들은 어찌하고? 요서에 사는 우리나라 상인들과 달린 사람이 7만이나 되는데.”
“일단 외국에 상인들의 안전은 최우선입니다. 이것은 고구려의 국가명예가 걸린 문제입니다. 우리측 상인들은 마지막까지 태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거란 3부족과 함께 육로로 요동으로 향할 것입니다. 양장군님 부디 설무도가 그들이 요동에 도착하면 요동일대의 성주들에게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전해주십시오.”
“....... 알겠네!”
양창성장군은 설무도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갑자기 얼굴을 돌려서 설무도는 갑자기 가슴 안에서 두통에 서신을 양창류장군에게 드렸다.
“설무도 장군 이건?”
“양창류장군님 이 서찰에 하나는 영광스러운 태왕폐하께 올리는 것이고 하나는 ... 제 부인에게 쓴 서신입니다.”
양장군은 그 서신을 쥐고는 설장군을 보았다.
“약한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아마 저는 곧 추모성왕을 뵙게 될 것 같습니다.”
설무도 장군은 표정은 무표정했지만 이미 모든 각오를 한 셈이었다. 하나의 서신은 태왕에게 죽기를 각오하고 마지막으로 충성을 맹세한 글이고 하나는 거의 멸문당한 설씨가문에서 고생 만하던 자신의 부인과 자식들에게 보낸 이별의 마지막 서신이었다.
“설장군!”
눈물을 흘리며 양장군은 설장군의 가느다란 손을 잡았다.
“부탁드립니다. 양장군님.”
온달은 죽음을 각오한 설장군의 모습을 보면서 주먹을 꽉 지었다.
‘어머니! 제가 남자답게 죽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고구려 영향력 하에 있는 요서 동부방면 최고 책임자가 된 설무도장군은 요서일대 고구려시장들에는 일제히 소개령을 선포하였다. 외국상인들은 고구려 수군의 배들을 타고 안전한 비사성으로 대피했다. 7만에 달하는 고구려 상인들과 친고구려 거란 3부족와 별부는 유성을 떠나 요동으로 피난을 갔다.
건너편에 북제영역에 시장들도 일제히 소개령이 내려졌다는 첩보가 요서주둔군 임시 사령관인 설무도에게 보고되었다. 이 당시 설무도는 돌궐의 침략에 맥을 못 추고 있던 북제는 돌궐의 협박에 굴복하여 고구려군의 배후를 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다. 게다가 북제에 요서의 실력자들은 돌궐의 침략이 두려워서 하나같이 친돌궐파이었다. 하지만 곧 북제의 요서서쪽 책임자인 영주자사의 밀사를 만나고서는 안도하였다. 북제는 돌궐이 요서를 장악하는 것에 반대하며 고구려를 지원하겠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인근 부대에서 모은 화살 십만대만 지원했을 뿐 그 이상에 일을 하지 않았다. 일단 북제 입장에서는 세계를 이끌어가는 두 강대국인 고구려와 돌궐 사이에서 승패를 보겠다는 입장이었다.
9월 15일 고구려측 군사 3만 3천과 돌궐측 군사 15만 명은 토호진수를 사이에 대치하였다.
고구려군은 대전을 앞에 두고 일제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강 건너편에 돌궐군도 마찬가지로 요해일대에서 가져온 약탈한 양들을 잡아서 먹고 마시며 즐겼다.
“온달. 당장 설연을 불러와라.”
장교들과의 잠시 술을 마신 뒤에 막사로 돌아온 설무도는 자신을 수행 했던 온달에게 말을 하였다. 한동안 곁에서 설무도 장군을 수행한 온달은 얼굴은 무표정해도 마음속으로는 굉장히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보면 그분은 순한 생김새와 같이 성격도 군인은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았다.
“충.”
온달과 같이 간편한 경기병대 복장을 한 설연은 경례를 하면서 삼촌인 설무도장군 막사에 들어왔다. 조카의 모습을 본 설무도는 바로 그를 부른 이유를 말했다.
“내일 내 서찰을 갖고 요동성으로 가거라!”
온달은 직감적으로 설연을 전쟁터에서 떠나게 하려한다고 느꼈다. 듣기로는 설씨집안에 남자는 설무도, 설무도의 10살 난 외아들, 그리고 설연뿐이었다. 나머지는 주씨가문과 신라에 의해 제거 당했다. 자칫 잘못하면 설씨집안은 요서공방전에서 대가 끊길 수도 있었다.
“숙부님 마음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곳에 남겠습니다.”
“연아! 너는 돌아가신 형님의 유일한 혈육이다. 네가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죽으면 어떻게 형님을 뵙겠느냐?”
설무도의 말에 설연은 바로 응답하였다.
“저희 설씨 집안이 어떤 집안이 옵니까? 밖으로는 신라와 안으로는 간신 주씨가문과 항쟁을 한 충절의 가문이 이었사옵니다. 지금 숙부님께서는 ......”
온달은 감동적이기는 했지만 두 무표정한 삼촌과 조카의 대화가 이상하게 보였다. 사실 설연은 약간 비아냥거리면서 말하는 것이 특징인데 삼촌에게는 그럴 수가 없었는지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았다. 설무도 장군이야 순하게 생기셨지만 얼굴의 표정변화가 없으시니까 둘에 대화에 마치 소리만 없다면 일상적인 대화로 보였다. 그리고...
‘참 나 좀 내 보내주시고 말씀 나누세요.’
온달은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그냥 상황보아서 몰래 나갔다.
한 참 뒤에 설연이 막사 나오자 온달은 그의 어께를 잡았다.
“어떻게 됐냐?”
탄탄하고 뭉툭한 얼굴을 가진 온달의 말에 한쪽 눈을 찌푸리며 설연은 특위에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내가 도망갈 것 같아?”
“너같이 재수 없는 놈이 그럴 리가 없지. 하하하.”
온달이 명쾌하게 말을 하는 강변에 같이 앉아서 술을 마시자고 하였다. 그러자 우락부락 마위는 어디서 친구들 냄새를 맡았는지 달려와서 술과 고기를 들고는 자리를 만들었다. 달이 비친 강에서 운치 있게 그들은 술을 마셨다.
“아마 지금쯤 낳았으려니?”
설연의 말에 온달이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
설연이 출정 전에 아내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사실 설연의 아내는 남편이 전쟁터에서 산만해질까봐 말을 안하려고 했지만 가기 전에 못 참고 털어놓았다. 설연도 신경 쓰기 싫어서 말을 안하다가 여기서 전우들에게 털어놓았다.
“아들일까? 딸일까?”
마위의 미묘한 말에.
“어느 쪽이건 간에 백일만 넘기었으면 좋겠어?”
온달은 설연의 말에 공감했다. 사실 아기를 낳으면 백일도 못 넘기는 경우가 과반수를 넘었다.
“마위 너는 소식 없어?”
“하하! 저기 나도 가지전에 아내가 산기가 있는 것 같다고 돌려서 말하는.....”
설연에 질문에 마위도 머리를 긁적이면서 아내가 임신했다는 말을 했다.
“뭐야 나만 빼놓고!!!”
온달은 술을 들이기면서 화를 냈다. 언제나 같이 행동하던 친구들이 먼저 가서 서운 한 기분이랄까?
“그러니까 빨리 결혼 하랬자나. 이상한 어린 애나 건들이고.”
설연은 아직도 온달이 태학에서 꼬마아가씨랑 같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또 놀렸다. 하지만 이것은 온달의 분노를 건드렸다.
“아아아 이놈아 무슨 짓하는 거야!”
온달은 졸업식 전날에는 설연의 허리를 껐었다면 오늘은 그의 오른팔을 껐었다.
“그런 소리 한다? 안한다?”
설연은 그때와 같이 항복하였다.
“안 해! 안 한다고.”
하지만 온달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놈아! 그분은 명화공주님이시다. 그런데 말하면 믿으려나?]
설연은 자신의 팔을 꺽은 온달의 왼팔 안쪽에 금보다 비싼 유리로 된 고급팔찌가 숨기어졌다는 것을 처음 보았다.
명화공주는 태자비 미한이 겉으로는 태연한 척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마음속으로 불안감을 남들의 눈에는 그대로 보였다..
“태자전하 저의 아버님은 어떻게 되신 것입니까?”
미한의 아버지는 상승의 명장이었던 고흘장군이시다. 그렇지만 그는 가한정전투에서 이계찰대에게 패하여 위류장군을 버리고 부여방면으로 후퇴하였다. 태자는 태왕과 언제나 같이 있었으니 이번 전쟁에서 모든 소식을 즉시 알 수 있었다. 물론 최근 돌궐군에 대패하고 실권을 잃은 미한의 아버지 막리지 고흘의 소식까지.
“솔직하게 다 말하지 않았소이까? 막리지는 지금 대안에서 안전히 계시오!”
그러나 그의 말은 약간의 거짓을 섞은 것이다. 부여성과 실위 사이에 있는 대안은 지금 죽은 자의 시체가 마다산(백두산)처럼 쌓일 정도로 치열한 전쟁터였다. 최근 사지(死地)인 막북(漠北 돌궐본토 지금의 외몽고 일대)지역에서 대병력을 완벽한 후퇴로 이끈 공으로 장군에 승진한 연자유, 강이식이 목간대칸의 동생인 타말의 15만대군의 대공세를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 고구려측 사상자가 1만에 달하는 실정이었다.
패배로 고흘장군은 모든 실권을 잃었지만 대안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고 패배의 책임을 죽음으로 갚겠다면서 가장 치열한 전장에서 말단 사병으로 싸우고 있다고 태자는 들었다.
하여간 태자와 태자비 그리고 명화공주에게는 고흘장군의 패퇴는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언제나 승전보를 가져다주신 분이 이렇게 완벽하게 패배하실 줄이야?
결국 너무 아버지가 걱정이 된 태자비 미한은 아버지를 만나야겠다고 말하고 태왕의 출정길에 따라가기를 원했다. 고흘장군의 패배 소식과 목간칸의 친정을 들은 태왕 양성은 바로 수도에 남겨진 중앙군 5만에다가 작년에 돌궐과의 전쟁에서 대비하여 편성하기 시작한 병력과 지방에서 소집된 병력, 말갈족들의 지원병까지 다 털어서 총동원한 7만 병력, 도합 12만 명을 이끌고 직접 북쪽으로 출정하기로 하였다.
출정 날짜는 사흘 뒤인 10월 8일이었다.
하지만 정작 따라간 사람은 태자비 미한이 아니라 태왕의 딸인 명화공주였다.
명화공주는 미한에게 지금 아버지를 만나는 것은 오히려 부담이라고 말하고 자신이 만나겠다고 하였다. 공주는 아버지와 같이 길을 떠난다는 것은 싫었지만 어머니와 자신을 위해 그토록 힘을 써준 고흘장군을 자신이 직접 위로하고 싶었다. 태왕 양성도 미한이 따라온다는 것에 반대했다. 그는 자신이 태자비간택으로 고흘을 산만하게 했다는 것을 느낀 것이었다. 가뜩이나 양원태왕기의 혼란기에 골치 아픈 30만 고구려군을 떠않고 있던 그에게 짐을 덜어주기는커녕 딸을 태자비로 만들었으니 부담감에 상승의 명장 고흘장군이라고 무너지는 것은 당연한 법이다. 고흘장군도 인간일 뿐인데 모든 고구려사람들은 영웅으로 치켜세우면서 자신들의 큰 짐을 지워주고서는 그가 당연히 또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태왕은 자신이 그런 것을 눈치를 못 챈 것을 후회했다. 고흘 자신도 남에게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지만.
그런데 태왕은 명화공주가 따라 오겠다고 나서는 것을 의외로 허락하였다. 당시 태왕은 그렇게 화를 내도 내심 명화공주가 국모의 역할을 해주길 원했다. 외척을 두려워하는 태왕으로써는 결혼을 하지 않는 법을 찾고 있었고 대안은 명화공주였다.
“공주님 아버님을 꼭 만나시걸랑 그만 하시고 제발 돌아오시라고 말씀해주십시오.”
말을 탄 12살에 단아한 얼굴을 가진 명화공주는 자신의 형님이 될 미한의 부탁을 들었다.
“형님 걱정 마십시오! 제가 고흘할아버지를 꼭 평양에 모시고 오겠습니다.”
형님의 작은 손을 잡고 그녀의 서신을 받은 명화공주는 눈을 돌려서 자신의 친 오라버니인 태자 대원을 보았다.
“명화야 북쪽은 지금 전쟁터다! 조심하거라!”
태자도 이번 출정에 따라서 가기를 원해서 자신도 가겠다고 태왕에게 말을 했다. 그런데 태왕의 반응은.
“이런! 너도 떠나면 누가 평양에 있겠냐?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누가 상황을 수습하겠느냐?”
그 말을 들은 태자자신은 물론 모든 대신들도 놀랐는데 해석을 다른 방향으로 하면 태왕인 내가 일을 당하면 네가 대를 잇는 것이 아니냐는 뜻이었다. 이때 동궁에서 그 말을 들은 태자비 미한은 아버지의 패전소식에 슬퍼하여도 재빠르게 태자에게 나라를 수호하겠다는 맹세를 아버지 앞에 할 것을 내관을 통해 전달했다. 약혼녀의 말을 들은 태자가 모든 대신 앞에서 맹세를 하자 태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만족감을 표했다.
사실 태왕은 평양의 일을 맡길 사람을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마음한쪽에는 태자가 날수도 있다고 판단했고 이 자리에서 마음을 굳혔다. 태왕은 옆에 서 있는 어린 태자가 그 동안 보인 총명함에 매우 놀라하고 있었다. 자신이 없는 동안 날뛸 귀족세력을 염려한 태왕입장으로써도 태자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태자 대원이 태자의 어머니인 폐비 주씨의 죽음에 연관된 원수인 동부, 북부지역 귀족의 세력 확대를 절대로 방관하지는 안을 것이다.
‘녀석 눈치는 빨라갔고.........’
사실 태왕은 이런 국난의 상황에서 태자에게 악감정을 표해봤자 나라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때 동부대인 발안의 수하들은 동부 귀족들은 태자에게 평양의 일을 일임하는 것을 반대를 했지만 나라가 혼란한 상황에서 파당싸움을 한다는 남부대인 여대무에 비난을 듣고는 벙어리가 되었다. 태왕은 충신 여대무를 치하고 어린 태자에게 대대로 을도부와 남부대인 여대무를 붙어주었다.
대대로 을도부는 주씨가문숙청이나 왕실과 귀족간의 대립에서 언제나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서 기회주의자로 불렸지만 고구려에 충성심은 어느 신하보다 높아서 태왕의 눈에는 태자를 도와서 평양의 일을 처결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여간 태자는 폐태자의 위기 속에서 고흘의 패배로 인해서 12살 어린 나이에 정계에 모습을 드려내면서 자신의 세력을 구축할 기회를 얻었다. 후일 고구려 최고의 권력자이자 마지막 명군이었던 영양태왕의 첫걸음이었다.
태자와 대대로 을도부의 환송을 받으며 태왕 양성이 이끄는 12만대군은 북쪽으로 향했다.
출정 전에 태왕은 어디로 진격하느냐를 고민하였다. 이때 군사 상황은 부여일대에서 연자유 강이식이 7만군사로 타발의 15만 대군을 사정없이 몰아붙여서 대안일대를 모두 탈환한 상황이었다. 한편 요해와 요서는 발안부대의 3만명이 수호하고 있으나 군사적인 항세가 매우 불리하여 유지가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이때까지는 발안은 당시 행방불명상황이라서 설무도장군이 맡고 있다는 것을 아직 평양에서는 모르고 있었다. 하여간 태왕은 일단 상황이 급한 요해 요서에 증원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해는 고구려 방어의 핵심지역이었다. 그 곳을 상실하면 평야지대로 곧장 부여성으로 진격해서 남쪽으로 방향을 돌아 부수도인 국내성을 칠 수가 있다. 문제는 연자유와 강이식이 적은 병력으로 타발을 격퇴할 수가 있느냐 이것이었다.
일단 태왕은 부여방면 새 사령관이 된 연자유의 지휘권을 위해 상급자인 고흘장군의 모든 직위를 정식적으로 해임하고 요동성에 오도록 지시를 내렸다. 태왕은 자신의 전략대로 자신이 이끄는 7만 군사는 평양에서 출발해서 요동성으로 진격하여 요서의 발안을 지원하면서 요해를 탈환하고 나머지 5만 명은 고흘과 연자유가 있는 부여로 진격하고 증원하게 하였다.
10월 8일 태왕은 몸소 무거운 황금갑옷에 칼과 창을 다 착용하고 선봉에서 백마를 타고 올라갔다. 그 모습을 지켜본 백성들은 태왕의 무운을 기원하였고 장정들은 하나둘씩 무기를 들고 군대를 따라가서 요동성에 도착할 무렵에는 7만에서 10만으로 병력이 늘어져 있었다. 태왕에 대한 고구려백성들의 존경과 사랑은 위기에서 더욱 빛을 바라고 있었다.
한편 명화공주는 쌀쌀해진 날씨에도 수레를 타지 않고 간단한 가죽 갑옷을 입고 말을 타고 갔다. 그 옆에는 공주를 수행하는 수현과 경호대장 사호가 따라갔다. 공주는 평양을 빠져나가기 전에 인형극을 보았던 저자거리를 지나갔는데 갑자기 온달이 생각났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 까?’
공주는 오른 손을 들어서 한쪽뿐이 유리팔찌를 보았다.
태왕이 12만 대군을 이끌고 출발하기 보름전인 9월 21일
대전을 앞둔 온달은 자신의 부하들 9명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설무도는 병사들이 지난 2월에 안수의 패배와 이번 8월 달에 고흘의 패배등 잇따른 고구려군의 패배로 우축되었다는 느끼고는 각 장교들에게 부하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라는 말을 하였다.
온달은 설무도장군님께서도 죽음 맹세한 서신을 태왕께 바쳤다는 말을 하고는 올해 죽어간 4만 명의 병사와 15년간 돌궐과 싸우다가 죽어간 선배들을 생각하라고 하였다. 사실 온달은 다른 멋있는 말이 없을 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상투적이지만 이 방법이 최선인 것 같았다.
“그 분들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자.”
그에 부하들은 장군님께서도 죽음을 각오하고 있다는 말에 감동하고는 막북에서 죽어간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전의를 불태웠다.
“온십장님! 사나이답게 죽겠습니다.”
“십장님 걱정 마십시오 이렇게 된바 저놈들하고 사생결단을 하겠습니다.”
물론 두려움이 다 없어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부하들의 의기가 충천한 모습에 온달은 미소를 지었다.
돌궐군에 요서공략의 선봉은 돌궐서부 최고의 용장이라 할 수 있는 토곤이 맞았다. 이계찰대는 요서공략에 반대했기 때문에 결국 지휘관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그런데 그는 토곤의 요서공략계획을 보고 기절을 할 뻔했다. 정말 용장 토곤은 용맹함뿐이었다.
요서지역은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한 적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성들이 100개가 산재해있었지만 오십년간 어떤 국가의 직접적인 통치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관리가 제대로 안되어서 거의 파괴된 상황이었다. 설무도장군의 부하들은 성들을 빨리 수리해서 이용한 방어계획을 세우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설무도 장군은 반 돌궐파 거란인들을 이용한 첩보망으로 돌궐군의 움직임을 알아채고 공격적으로 나갈 것을 선언하였다. 그는 즉시 유성에 주둔한 1만의 병력을 빼서 토호진수에 증원배치를 했다. 토호진수에 부교 없이 도하가 가능하고 유성이나 기타 고구려시장으로 갈수 있는 중요한 거점이 세 곳이 있었는데 최고의 도하점인 곳에 고구려군 1만 오천을 배치하고 나머지 두지역에는 견제 병력을 사천씩 배치하였다. 그리고 예비대로 1만 명의 거란족 부대가 후방에 배치되었다.
돌궐의 전략은 세 거점에 5만 병력씩을 밀어 넣어서 요서전지역을 석권한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방식대로 단순히 병력적으로 계산하면 하나의 거점마다 5만 대 1만 삼천에 싸움이 된다. 하지만 돌궐군이 싸우려는 곳은 포위가 가능한 평야지대가 아니라 강과 산악지대였다. 그리고 군사적으로 가장 중요한 법칙인 집중과 기습에 원칙을 완전히 무시한 작전이었다.
9월 23일 밤 을지무발 당대와 몇 당대는 말에 재갈을 물리고 도하점인근 갈대밭에서 매복 중이었다. 뜻하지 않게 많은 비가 내려서 물이 잠시 불어나서 강의 물소리가 굉장히 귀를 멍하게 할 정도로 심했다. 온달십장은 자신의 말에 말 갈퀴를 쓰다듬으며 오랜만에 전투에 들뜬 기분이었다. 하지만 압도적인 전력차에 부하들은 약간 두려움을 느낀 것 같았다. 온달은 바로 알아채고 불안해하던 부하들의 어깨를 따뜻한 손으로 잡아주었다.
“예.”
불안해했던 십대원들도 자신의 지휘관인 온달의 신경에 두려움은 생각을 잇을 수 있었다. 설연은 그런 온달의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흉내야지 나고 생각했다.
“당주님 저기!”
오도십장이 전방에 돌궐기병의 도하를 시작했음을 알렸다. 을지무발은 바로 100명의 부하에게 동요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설장군님이 신호를 보낼 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공격을 하지 말라!”
인근 부대들도 같은 명령이 떨어졌다.
말을 탄 돌궐기병은 삼열로 물을 건너기 시작하였다.
적이 상륙하려는 강변 양편에 매복한 고구려군은 쥐 죽은 듯이 있었다.
돌궐기병이 강 중간에서 잠시 멈추어 동향을 파악하다가 아무도 없다는 확신이 든 후에 일제 도하를 하였다. 그들 생각에는 요서에 무너져가는 성안으로 고구려군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고구려군은 숫자가 적을 때는 수성전으로 격퇴하는 것이 정석이었기 때문이었다. 언덕 뒤에 숨어있던 설무도는 계속 팔짱을 끼고 쳐다보았다. 그는 다른 도하점에서 있는 견제병력들이 일을 잘 할지가 더 걱정이었다. 그래서 그가 을지무발을 제외한 신뢰하는 장교들을 다른 도하점에 배치했다. 여기 있는 장교들은 거의 신출내기들이었다.
[장교들이라도 제대로 되었으면 허술한 늑대들을 아주 여기서 작살을 낼 수 있는데]
모든 장군들에 최고의 욕심은 좋은 부하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자 설무도는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모든 일을 처결하기로 하였다.
강 건너편에 돌궐기병이 상륙을 시작하여 언덕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도 설무도는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
매복 중이던 을지무발당대 소속 마위는 몸이 달기 시작했다.
‘왜 신호가 안 오는 것이야 강 건너편이 거의 점령당했는데.’
그런데 온달은 수신호로 마위에게 불안해하지 말라고 하였다.
[거의 다 이겼다고 하면서.]
돌궐기병 오만명중 이만명이 도하 하고 유성일대로 진격할 무렵 불화살이 하나가 올라갔다.
“돌격 앞으로!”
을지무발은 전 당대원들에게 돌격명령을 내렸다. 경기병대 십장 온달은 부하들을 대리고 일제히 자신이 담당한 목표지역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강변의 양쪽에 두부대로 매복해있던 고구려군 만 오천 명은 일자진으로 길게 들어진 돌궐기병의 행군로 가운데 양측 면으로 달려갔다. 방심했던 돌궐기병은 가운데를 파고들면서 돌격하는 고구려군을 막지 못하고 선봉부대와 후미부대가 갈라졌다. 양쪽에 매복하던 고구려군을 합류하여서 하나로 뭉치자 설무도는 이때 고구려군에서 견제병력을 제외하고 모든 부대가 선봉부대를 공격하라는 명을 내렸다.
선봉부대에 있던 돌궐기병의 지휘관 토곤은 설무도의 역습에 분노했지만 선봉부대와 후미부대에 사이에 있는 고구려군을 양쪽에 협공하는 계획을 짰다. 강 건너편에 상륙하였던 토곤에 2만 명의 선봉부대와 강 반대편에 3만 명에 후미부대에 강변에 있는 고구려군 1만 오천에 총공격명령을 하달했다. 고구려군은 토곤의 선봉부대 돌궐기병 2만은 일제히 강변으로 쏟아져 내려왔다.
“지금이다. 진을 펴라!”
“하앗.”
설무도의 지시가 떨어지자 고구려 창병들이 일제히 방진을 펼쳐서 달려오는 돌궐기병대를 맞이했다. 가파른 길을 내려오던 돌궐기병들은 속도를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고슴도치 같은 방진으로 뛰어들었고 날카로운 창에 어육이 되었다. 설무도는 선봉 돌궐군이 방진에 빠져서 혼란에 빠진 틈에 그의 두 번째 공격명령을 내렸다.
“부우웅--.”
그의 지시에 풍악수는 일제히 피리를 불기 시작하였다. 토곤에 선봉부대의 측면에는 고구려기병대가 배치되기 시작했다. 전원이 경기병대인 을지무발당대도 설장군에 작전대로 좌측측면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돌궐기병들은 포위당하는 것은 막기 위해서 그들을 향해 화살을 일제히 쏘았다.
“윽!”
온달은 눈앞에서 자신의 부하인 의소가 머리에 화살을 맞고 말에 떨어진 죽은 것을 보았다.
“이런 개자식들! 조금 이따 보자.”
그는 자신의 부하를 죽인 돌궐군에 이를 갈았지만 흥분하지 않고 장군의 작전대로 달려갔다.
그리하여 고구려 기병들은 돌궐의 공격에 응전하지 않고 맡은 구역을 차지하여 삼면으로 포위했다.
“세 번째다.”
설무도 장군은 지휘봉을 돌궐선봉부대 후방으로 쳐들었다. 그러자 불화살 3발이 올라갔다.
그러자 토곤의 선봉부대 배후 언덕에 일제히 고구려 의병 오천가량에 장창을 들고서는 길목을 막아섰다. 요서에 장사를 하던 고구려 청년들이 자원입대한 병력이었다. 설무도는 훈련이 부족한 그들은 복합적인 작전을 못할 것을 알고는 마지막에 나타나는 가장 쉬운 임무를 맡기었다.
[전투는 안 해도 좋으니 돌궐군의 배후만 막아라]
이리하여 토곤의 2만 병력은 설무도에게 사방으로 완벽한 포위를 당했다.
토곤은 눈앞이 캄캄했다.
“후미부대는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이야!”
토곤의 분노를 들었는지 돌궐군 후미부대는 토곤의 선봉부대를 돕기 위해서 달렸지만
“저건 모야.”
“으악 피해.”
푸슉
강위에 있는 후미부대의 머리위에는 수많은 돌덩어리들이 한꺼번에 날아왔다. 고구려군 투석병들이 강변에서 투석기를 설치하고 투석을 개시했다. 돌궐기병은 가득이나 불은 물에 도하에 어려운 상황에서 난데없이 날아오는 돌덩어리에 당황하였다. 돌덩이리가 강에 떨어져서 물이 치솟자 말이 놀라서 주인의 뜻을 어기고 여기저기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에 후미부대 지휘관은 즉시 도하점을 바꾸어서 투석병이 공격을 못하는 곳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돌궐군이 건너편에 상륙하니 수풀들이 우거져 있었고 이상한 냄새가 가득했다.
그때 고구려군 진형에서 불화살이 하나가 날아왔다.
“펑.”
“으아아악!”
기름이 먹은 풀들에 순식간에 불이 붙었다. 상륙했던 천 명 정도에 돌궐기병들을 그대로 통구이가 되었다. 설무도는 고구려 시장에 소개령을 내린 뒤에 전술에 사용할 수 있는 물자들을 수용했는데 기름도 포함되어있었다. 그런데 20개의 시장에서 기름들을 거두어들이니 이런 낭비도 할 수 있었다. 이어서 고구려군은 요서쪽 강변에 불을 놓기 시작했다. 말들이 놀라서 도하를 망설이게 하려는 계책이었다. 후미부대는 고구려군의 완벽한 대응에 놀라서 강의 도하를 머뭇거리기 시작하였다.
그 사이에 고구려군은 토곤의 선봉부대에 포위망을 좁혔다. 고구려 경기병대는 마상궁술로 돌궐군을 사냥하기 시작하였다. 온달은 태학에서 보인 백발백중에 궁술을 자신의 상급자들과 부하들에게 보였다. 그는 달리는 말위에서 등에 있는 화살을 잡고서는 사냥감을 발견하면 그대로 쏘아 죽였다.
“저 녀석 애들 다 잡겠다.”
뒤에서 부하들을 지휘하던 을지무발은 16대의 화살로 15명을 순식간에 사냥한 온달의 궁술솜씨를 보고 말을 하였다. 온달의 솜씨에 자극받은 동기생인 설연 마위도 돌궐기병을 사냥하기 시작했고 명사수인 상관을 모신 부하들도 분발하기 시작했다.
돌궐군 지휘관 토곤은 상하의 고구려 보병의 창술과 좌우의 고구려 기병들의 놀라운 기마궁술에 놀랐다. 부하들은 모두 허를 찔려서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게다가 토곤의 옆에서 있는 친위대마저 반수가 화살을 맞았다. 이대로 있다면 돌궐군 선봉부대는 전멸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는 포위망에서 탈출해야 된다는 생각에 가장 병력이 적고 허술한 고구려 의병들이 있는 언덕을 주목했다.
“돌격하라 전방으로 진격하여서 그대로 유성으로 달려간다.”
토곤의 지시에 그대로 돌궐기병은 일제히 언덕으로 올라갔다. 돌궐기병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자 의병들은 재빨리 양쪽으로 갈라졌다.
토곤은 일단 길을 내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돌파할 것을 명령했다. 돌궐기병은 죽음의 공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달렸다. 하지만 설무도의 병법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언덕 중턱에 올라오자 돌궐기병 앞에는 언덕위에는 철재갑주를 입은 중갑기병 이천명이 줄을 맞추어서 서있었다.
“맙소사.”
토곤은 비명을 지르며 후퇴를 명령했지만 이미 그들은 함정에 완벽히 걸려들었다.
고구려 중갑기병은 출발도 하지 않았는데 돌궐기병의 붕괴는 이미 시작되었다. 겁에 질린 돌궐기병들은 서로 먼저 후퇴하려다가 비탈길에 넘어져서 알아서 잘 죽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에 돌궐기병들을 달려온 고구려 중갑기병들에 짓밟히기 시작했다.
“으악.”
“으으으으악.”
돌궐병사들은 중갑기병에 밟혀서 머리가 날아가고 배가 터지고 그들의 말들은 놀라서 시신이 된 주인을 떠나갔다.
대세가 완전히 고구려로 기울자 설무도는 부하들에게 일단 이 곶을 맡기고 친위대를 이끌고 강변으로 내려가서 돌궐군 후미부대를 견제했다. 이미 승패는 갈라졌고 이제는 후미부대가 문제였다. 강을 건너온 돌궐군 선봉부대는 모든 진이 깨지고 포위망 안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토곤은 얼마안남은 자신의 병력을 이끌고 탈출을 시도 했는데 100여명의 경기병대 을지무발당대가 그 길을 막아섰다.
“돌궐의 승냥이들아 어딜 도망가느냐.”
을지무발의 추상같은 질책에도 토곤은 바로 부하들에게 돌파구를 열라고 명을 내렸다.
"어딜 달러드는냐!"
200명 정도 되는 부하들이 달려들자 온달은 바로 5발의 화살을 쏘아서 5명의 머리를 모두 맞추었다. 하지만 토곤의 부하들은 온달의 기마궁술솜씨에 기가 질렸지만 장군을 구하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돌파구를 열려고 하였다. 돌궐기병은 고구려기병의 사격에도 달려들어 접근전을 하려했다. 결국 달빛 아래서 양측 모두 활대신 창과 칼을 들고 사투가 시작되었다. 을지무달당대는 진을 유지하려고 했으나 두 배에 가까운 병력으로 침투해오는 정예 돌궐군을 막지 못하고 난전이 되어버렸다.
“챙 챙.”
격렬한 육박전에서 돌궐기병은 상대방과 거리가 나면 원으로 묶은 동아줄을 던져서 낙마시킨 뒤에 대기하던 병사들이 쓰러진 적의 목을 베어버리는 전술을 썼다.
“오도님 뒤에!”
전투 중이었던 온달이 오도의 뒤에서 돌궐기병이 동아줄을 던지는 것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이런.”
오도는 피하려고 했지만 결국 동아줄에 몸이 묶어서 낙마하고 말았다. 다행히 간편한 가죽갑옷을 입었고 능숙하게 떨어져서 몸에 치명상은 입지 않았다.
그러자 후방 대기하던 또 다른 돌궐기병가 창을 들고 땅에 누어있던 오도를 향해 달려갔다.
온달은 그것을 보고는 재빨리 활을 잡아서 속사로 오도에게 달려오는 병사의 심장을 뚫어버렸다.
“커헉!!”
오도를 낙마시킨 돌궐기병이 동료에 죽음에 화가 나서 칼을 뽑아들고 온달에게 달려들었다. 온달도 도를 뽑아들고 그 병사와 자웅을 겨루었다. 몇 번 칼이 부딪치다가 돌궐기병이 틈을 만들어서 온달의 머리로 칼을 내리쳤다.
"죽어라!"
"으윽."
그러자 온달은 바로 왼손으로 그 군사의 팔을 잡았다. 돌궐병사는 칼을 잡은 양손으로 온달을 누르려고 하였지만 자신의 말이 한번 뛰어 올라서 힘을 풀어버렸다.
“받아라!”
그 때 온달은 놓치지 않고 바로 오른손에 있는 칼로 돌궐병사의 목을 비틀어서 찔렸다. 순간 목을 뚫린 돌궐병사는 무슨 말도 못하고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온달이 바로 칼을 뽑으니 그의 목에 피가 그의 얼굴로 쏟아졌다. 하지만 온달은 당황하지 않고 바로 칼을 휘둘러서 그자의 목을 베어버렸다. 이어서 그는 말위에서 죽어가는 병사를 밀어서 떨어뜨리고 얼굴의 묻은 피를 닳았다. 그러자 한때 위기에 처했던 온달과 오도 부하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온달은 부하들에게 이 쪽으로 달려오는 적들을 막으라고 지시하고 하고 순간 낙마를 한 오도를 쳐다보았다. 떨어질 때 충격을 입은 오도는 이제야 정신을 차렸는데 자신을 보고 있는 온달보고 소리를 질렀다.
“앞을 봐! 이 병신아!”
피가 흥건한 온달은 오도의 고함을 듣자 고개를 돌렸다. 오도의 경고대로 온달 자신의 앞에 돌궐기병이 창을 찌르려하고 있었다.
“으흑.”
순간 온달은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여서 피하자 돌궐기병은 다시 온달을 찌르려고 했다. 온달은 파고드는 적의 창을 왼손으로 잡아서 자신의 몸으로 잡아 당겼다.
"억"
창을 잡고 있던 돌궐기병은 창에 딸려서 말에서 떨어졌다.
“받아랏.”
온달은 바로 빼앗은 창으로 쓰러진 돌궐병사의 등을 뚫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3명을 죽인 온달은 스스로 당황했는지 상관인 오도를 다시 쳐다보았다.
“야! 너 정신 차리고 부하들 지휘해. 이 개자식아!”
돌궐군의 말을 빼앗아서 다시 전투를 하던 오도는 답답한지 온달에 소리를 질렀다.
상관의 욕을 먹고 마음을 진정한 온달은 부하들을 이끌고 전투위치를 찾기 시작했다.
“사람을 죽이는 데 도가 튼 놈이 당황하기는.”
전장에서 날을 지고 샌 오도의 눈에는 아직 난폭하기만 한 풋내기 온달은 싸움은 잘해도 아직 모자란 것이 많아보였다. 하지만 첫 전투인 설연과 마위보다는 태학 다니 전에 사병으로 몇 차례 전투에 참전한 적이 있는 온달이 판단력과 전투력이 뛰어났다. 첫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설연과 마위는 솔직히 너무 당황해서 허둥허둥 거리고 있었다.
나중에 확인하니 신참인 온달십대의 쓰러뜨린 적의 수급이 설연과 마위보다는 아니 모든 십대에서 중간축에 들 정도였다.
토곤은 결국 을지무발의 방해로 포위망을 돌파를 못하는 사이에 고구려군의 증원에 포위되었다. 주위에 친위대들은 하나둘씩 죽어가자 여기가 자신이 죽을 자리라고 생각하고 적진에 뛰어 들었다. 그 곳에는 을지무발당주가 그를 기다렸다. 바로 이쪽으로 토곤이 달려오자 당주님 옆에 있던 온달이 활을 잡아당겼다.
그 때 을지무발당주(지금에 중대장급)는 온달을 막았다.
“달아 내가 상대할 것이다!”
옆에 있던 오도는 그를 말렸지만 당주의 욕심을 막지는 못했다. 동시에 그때 말단인 자신이 공에 욕심내는 것이 안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온달은 바로 활을 접었다.
수많은 얼굴의 상처가 난 을지무발은 애마를 이끌고 토곤의 앞에 창을 들고 나타났다.
“당신이 돌궐서부의 주인 실점밀의 심복 토곤이냐?”
“그렇다! 고구려의 개들아.”
돌궐서부에 최고의 용사 토곤이 그에 대답하였다.
“나는 대고구려국 소형 을지무발이오. 내 창을 받으시오.”
을지무발은 토곤을 향해 달려가며 창을 휘둘렀다. 빠른 공격을 몇 번 막아낸 토곤이었지만 잇따른 설무도 함정에 많이 당황해져있었는지 마지막 창을 막아내지 못하고 오른쪽가슴부터 오른팔까지를 베이고 낙마하였다.
“으으으으.”
“당주님이 적장을 잡으셨다. 와아아!!”
온달은 부하들과 함께 아이처럼 당주님의 승리를 기뻐했다.
적장이 잡히자 돌궐선봉부대들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거나 죽임을 당하였다. 설무도의 부하들은 마무리 단계인 섬멸전을 주장했지만 설무도는 다른 도하점으로 구원을 가야 된다면서 진을 재편할 것을 명했다. 지금 다른 두 도하점은 견제 병력밖에 없었기 때문에 지금이면 돌궐군은 토호진수를 돌파하고 유성으로 진격중일 것이었다. 을지무발은 토곤이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죽을 것으로 보이자 편하게 해주기위해서 그의 목에 칼을 대었다. 토곤은 무능했지만 목간대칸에 대한 충성심은 매우 높았다.
“내가 여기서 죽는다. 하지만 내의 죽음을 들으신 대칸께서 진노하셔서 너희들의 가죽을 모두 벗기고 너의 여자를 빼앗고 너희 자식들을 노예로 삼으실 것이다. 대칸이시어 고구려정복을 꼭 이루소서!”
온달은 토곤의 말에 매우 화가 났지만 을지무발은 무시하고 그의 목을 쳐버렸다. 설무도 장군은 강 저편에 남아있는 3만 병력에 대비하여 견제병력인 이천명을 남기고 그들에게 북과 함성을 질러서 함부로 도하를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는 설무도와 만삼천 명의 병사는 다른 도하점으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작가의 말
요즘 카페의 계시는 분들과 상의를 좀 해서 앞으로 제가 가야 될 길을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주의 분들이 일단은 시나리오쪽으로 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조언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모두들 그 것이 일단 저를 위해서 최선이라고 하셨습니다.(그렇다고 시나라오가 쉽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소설가는 더 위험하다는 것이지요)
저도 나이가 있기 때문에 막무가네로 달려들수가 없는 문제가 있었고 여러가지 생각을 해서 일단은 시나라오 쪽으로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걸리는 것이 지금 연재하는 소설이더군요. 이것 연재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지금 2부는 무조건 끝낸다가 목표입니다. 그런데 요즘 시나리오 배울 학비를 버느냐고 2주동안 지방에 내려가야 되기 때문에 또 걸리더군요. 일단은 다음주는 쉬고 6편은 그때 올리겠습니다. 소설 연재하면서 기쁜 일도 있었지만 솔직히 실망이 많았습니다. 저는 프로가 아니고 정말 초차 아마추어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냥 여기군데 내서 검증받을 까도 생각했습니다. 주위에 분들이 저작권도 생각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하긴 요즘은 그런 분들이 거의 없는데 옛날은 많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일단 이 카폐에서만 연재하겠습니다. 하지만 저작권은 신경 쓰겠습니다. 일단 지금은 소설을 2부까지 끝내고 이 소설을 포함해서 제가 생각했던 여러가지 생각을 시나리오화를 하겠습니다. 여러가지 일로 푸념만 한 것같습니다. 죄송합니다.
6편은 지방출장 관계로 다다음주 토요일 오전 8시에 올리겠습니다.
글쓴이 저작권자 김원식
이 소설에서 시나리오 각색, 도용, 표절을 절대 금합니다.
첫댓글 설무도 멋지다 ^^ 저는 형님 소설을 항상 기다릴테니, 비록 소설이 중단된다 하더라도 끝까지 응원할께요!
일단 2부 끝나면 가볍게 단편2~3페이지 형식에 짧은 이야기으로 바꿀 생각입니다 . 단편먼저 실력을 닦을 생각입니다. 처녀작치고는 너무 큰 스토리를 짜서 힘들었습니다.(다시 수정을 해서 대작을 내야지요!) 하하 그리고 아직 이번 소설 2부 끝까지 열심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감사합니다.
다음 글 기다리겠습니다. 시나리오든 소설이든 어느 쪽으로 가든간에 반드시 대성하실 겁니다!!
하하 열심히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