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용 메주를 만들기 위해 삶은콩을 방앗간에 실어다 주려고 나섰다. 도로변에다 차를 가까스로 세우고 무겁게 불은 콩상자를 들고 방앗간으로 들어갔다.
날망정 명색이 남자인데 면전에다 두고내일 찾으려 오라고 하는 남자주인의 말이 매우 퉁명스러웠다. 성질을 내보이려니 애 엄마가 말렸다.
뭘 마지못해 공짜로 던져주며 푸념하듯... 벌기싫은 돈을 억지로 버는 듯한 행복한 스타일이다.
애 엄마의 말을 들으니 뭘물을때마다 그렇다고 하였다. 참 그 자신감이 부럽다. 그 순간엔 자신이 갑이라고 의식하는 사람들의 잠재된 사고인 것 같았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언제까지 잘할 수 있을까? 그것을 버텨오는건 어떤힘 때문일까? 접근성? 기술력? 희귀성? 광고효과? 하여간 그러한 갑행위자들이 오랫동안 버틸 수 있다면, 그도 어느측면에선 좋은 세상일지 모르겠다.
카센터로 향했다. 엔진오일 주입을 위해서였다. 카센터 주인은 육감적이고 낭만적이다.
음악을 좋아하여 클래식 음악도 틀어놓고, 손님이 없을 때는 상의를 모두벗고 사무실 탁자위에서 탐나는 근육을 보이며 무거운 역기를 드는 모습도 보았다. 한마디로 상남자다. 나도 저럴 수 있는 환경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도 있었다. 사무실에는 마라톤과 관련한 사진이 많아 선수생활을 하였냐고 물었더니,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울타리 없이 맞붙은 다른 카센터와도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도 보았다. 부품도 서로 가져다쓰고, 필요할땐 도움도 청했다. 평소 궁금하면 500원을 주고서라도 알고싶은 내가 물었다.
"같은 업종이 서로 인접해 있으면 경쟁심이 생길텐데 안그래요?"
"우린 그런거 없습니다. 서로 가져다 쓰고, 바쁠땐 손님도 넘겨주고 받습니다." 참 듣기좋은 말이었다. 그 어떤 종교책에서 쓰여진 말씀보다도 따뜻함이 배어나왔다. 정비에 대한 설명도 명확하다. 교체나 수리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소요될 비용을 말해준다.
예를들면, 엔진오일 교체만 해도 그렇다. 가격차이가 나는 두종류가 있는데 다른 이유와 가격들을 말해주고 선택을 요구한다. 정비가 끝나면 영수증처리도 확실하다.
차량의 흠집을 보완하기 위한 스프레이(?) 사용에 대한 것을 물었다. 차문을 열어 색상이 표기된 부분을 확인 시켜주고, 구입처를 알려주었다.
그도 60을 넘긴 나이에 나더러는 어르신이란 존칭을 깍듯하게 썼고, 언젠가의 대화에선 그의 예전 직장애기가 나왔을땐, 그래도 자금은 먹고 살만큼은 수입이 있으니 만족하며 산다고 하였다.
언제봐도 활력이 넘치는 사람이고, 우리 이웃의 영업인으로서의 자세가 뚜렸했다.
엇그제 결혼을 하고 서울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조카가 집안 결혼식에 들렀다가 우리집엘 왔었다.
남편과 업체 3곳을 운영하다가 한개를 팔았단다. 이정부들어 고용과 세제에 대한 규제가 심하여 자기들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대부분이 단기 알바를 고용한다며, 그들을 내보낼때가 마음이 아프다고 하였다.
그러한 자리도 모자라다보니 가계를 떠났던 사람들이 전화를 하여 열심히 할테니 다시한번 고용의 기회를 달라고 한다나.
그래서 내가 그러한 고용을 할때는 고용전에 근로조건을 확실하게 못박아야 하고, 나갈때도 서운하지 않게 해주라고 하였더니, 지금은 손해를 보는 기분이 들더라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하였다.
말하지 안해도 나보다 더 잘알고, 내 조카가 아니어도 요즘 젊은이 같지않고 참 괜찮은 청년과 그의 가족들이다.
그의 시부모님들도 각각 사업체를 가졌었는데, 이참에 모두 정리를 하셨다고 하였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이 시국에 눈에 보이게 일자리가 줄어드는게 안타깝다. 뭘 어쩌자는 걸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카센터 주인의 말대로 스프레이 구입에 나섰다. 외장 UD(순백색), 내장 MK. 내차의 도장에 대한 이력이다.
우선 대형마트를 찾았다. 대형마트엔 자용차용품코너가 있다. 그러나 선택이 매우 혼란스럽다.
스프레이형은 없고, 수많은 것들 중에서 붓펜 종류의 UD 하나를 찼았으나, 어느 곳에도 순백색이란 글자는 보이지 않았다.
맞긴 맞나? 국산품이라며... 마트의 안내문에는 선택이 어려울 경우 해당 자동차의 서비스센터에서 구입을 하라고 적었다.
급할 것도 없으니 운동도 할겸 서비스센터를 찾아 나섰다. 그런데 휴대전화의 네비게이션이 나를 갖고 놀았다.
물론 자동차 위주의 도로를 기준으로 하는 안내지만, 지향하는 방향은 맞아야 하지 않던가? 돌리고 돌리고를 하는 것같아 그것도 시들해졌다. 에라! 인터넷 구매를 하지뭐...
사람 못지않게 자동차도 외관이 중요한 세상이다. 자동차가 그 사람의 판단기준으로 자리잡은 웃기는 사회다.
그래서 단칸 셋방살이를 해도 차는 좋을걸 타고 다니랜다. 사고가 나면 부담이 큰데도 말이다.
나도 동일한 부류속에 살아 이렇게 그넘의 낡은차 분장길에 나서고 만 것이다. 옛고시조엔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라고 읊었다.
그러나 이 시대엔 속은 감춰지고, 크고 비싼 것은 백로이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까마귀 취급을 받는다.
까마귀 사는 세상은 그렇다치고, 종교가 지향하는 것은 내면에 있을진대, 마음을 숨기고 겉으로 보이는 것을 우선 도장한다. 소위 위선이 현상을 우선한다고 말하고 싶다.
결국에 가선 내면으로 평가받을 것을 왜 외면에 치중할까? 그렇다고 이 바쁜세상에 저승까지 동행해 착하게 살았다고 증인 서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텐데도 말이다.
누군가는 '미움은 마음을 가두는 감옥'이라고 하였다. 공기, 물, 흙...우리가 흔히 접하는 것들엔 독소가 적다고 들었다.
그러나 귀한 광물일수록 그것을 채굴하는 과정부터 위험한 독소를 포함한다. 아무튼 평범하고 자유스러운 것들이 우리와 오랫동안 함께하는 세상이 이어지길 빌어본다.
오늘 친구의 연락이 있어 나들이를 다녀왔다. 언제 만나도 부담없고 마음 포근한 친구다. 그가 있어 행복을 더한다.
내가 젊은이들이 거들떠 보지않는 젊은이들에 대한 글을 왜 쓰냐하면, 내가 떠난후 그때 당신은 뭐했냐는 소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고 말해두고 싶다.
삶은 현실이다. 연습은 없다. 젊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오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