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온 세상에 왔다
부활절은 크리스마스와 함께 세계인의 명절이다. 세계 모든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생일로 하고 있지만, 특히 정교회는 ‘부활의 교회’란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이 넘친다. 정교회가 부활절기 성찬예배에서 부르는 부활찬송은 여운이 깊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네. 죽음으로 죽음을 멸하시고 무덤에 있는 자들에게 생명을 베푸셨나이다.”
그리스인은 부활절기 7주간 내내 전통적인 부활인사를 드린다. “크리스토스 아네스티”(주님은 부활하셨습니다). “알리토스 아네스티”(주님은 ‘정말’ 부활하셨습니다). 심지어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도 마치 성탄절에 ‘메리 크리스마스’하듯, 서로 부활축하 인사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정교회의 부활절기는 큰 자부심이다. 부활주일 단 하루 축하하는 대개의 경우와 달리 부활절기 7주간 내내 49일 동안 일상의 축하를 하는 이유일 것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세계 각국의 정교회 교인들은 주일마다 한국정교회 예배당에 모여 저마다 자신의 언어로 따로 예배드린다. 그런데 부활주일만큼은 모두 모여 함께한다. 다른 언어들이 어울린 축하인사는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환호성이다. 성령강림 이전에 이미 언어의 일치를 경험하는 셈이다.
세계의 교회가 나누는 공통적인 부활축하는 ‘삶은 계란’이다. 부활란(復活卵)에 오색 무늬와 상징으로 정성껏 기쁨을 채색한다. 삶은 계란 속을 파내고 빈 껍질 표면에 깨알같은 글씨로 주기도문이나 사도신경을 쓰기도 한다. 솜씨가 묘기수준이다. 시류에 따라 부활란에 반전(反戰) 그림을 그려 특별한 부활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이든 재생의 환희를 품은 부활란은 생명의 소중함을 고백하고 있다.
정교회가 부활절에 나누는 삶은 계란은 붉은색을 물들인다. 사람들은 자기 부활란을 들고 돌아다니며 서로 부딪치는 놀이를 하는데, 누구 것이 더 단단한가를 겨루는 것이다. 예수님이 무덤 문을 깨뜨리고 나오셨다는 부활장면을 재현하는 놀이풍습이 익살스럽다. 마치 바위 무덤을 깨뜨리듯, 단단한 불신앙을 깨뜨리려는 모습이다.
부활란을 배달하는 짐승은 토끼이다. 부활절 축하카드에 토끼를 그리는 배경이다. 유치원 아이들은 토끼 가족과 함께 부활절을 배운다. 사순절을 시작할 즈음부터 서양에서는 부지런히 토끼 모양의 초코렛을 선물한다. 백악관 테라스에서 부활인사를 전하는 미국 대통령 부부 사이에 분장한 부활절 토끼가 손을 흔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평소에 사람들은 토끼처럼 부활계란을 굴리는 놀이를 한다.
토끼와 부활란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독일 풍속에 따르면, 한 가난한 엄마가 자기 아이들에게 줄 부활계란을 숲속의 둥지에 숨겨놓고 아이들더러 찾아보게 하였다. 아이들이 계란을 찾아낸 순간, 마침 토끼 한 마리가 뛰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그래서 토끼가 부활란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노란 수선화가 부활을 알리는 트럼펫이란 별명을 얻었듯, 토끼가 ‘부활절 토끼’란 명예로운 이름을 얻게 된 배경이다.
동물의 생태를 연구하는 아담스(Richard Adams)는 토끼의 성격을 흥미롭게 분석하였다. ‘토끼는 알지 못하면 전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두 종류의 반응을 보이는데, 먼저 놀래서 깡충 뛰어 달아나거나, 그 다음에는 의심스럽게 다가와 조심조심 알아본다.’ 그래서 이런 농담도 생겨났다. “토끼처럼 의심을 품지 말고 부활을 믿어라. 심지어 토끼도 믿는데...”
주님의 부활은 단 하루 동안 축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활절기 7주간뿐만 아니라 일 년 52주 작은 부활절마다 선포하고, 기쁨을 나눌 과연 복음 중의 복음이다. “우리는 슬픔과 비탄이 우리 마음에서 기쁨을 훔쳐가려고 할 때마다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기쁨이 온 세상에 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암브로시우스 조그라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