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국망봉
◉ 2026.525
◉ 어의곡탐방센터-늦은맥이재-상월봉-국망봉-비로봉삼거리-어의곡
일전에 정년퇴직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산돌뱅이 남교수가 소백산을 다녀오며 연화봉 사진을 보내왔다. 소백산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오래전 국망봉을 넘으며 보았던 철쭉이 떠올랐다. 아고산대의 매서운 추위와 칼바람을 견디느라 마치 분재처럼 키를 낮춘 철쭉들. 이른 봄이라 꽃망울만 조롱조롱 매달려 있었는데도 그 모습이 어찌나 곱던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지금쯤이면 그 꽃들이 능선을 붉게 물들이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모 안내 산악회(kj)를 따라나섰다.
그런데 운전기사가 길에 익숙지 않았던지 어의곡에 예정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대장은 비로봉으로 올라 국망봉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설명했다. 하지만 나는 철쭉도 보고 싶었고, 한편으로는 오래전 오룩스맵에 직접 그어 두었던 등산로가 지금도 유효한지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단체 산행에서 개별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대장에게 양해를 구했다. 나는 국망봉으로 먼저 올라 비로봉을 거쳐 내려오겠다고 했다. 예전 기억 속에 있던, 늦은맥이재를 거치지 않고 국망봉으로 바로 오르던 길이 아직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게다.
하지만 기억 속의 길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결국 늦은맥이재를 거쳐 국망봉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오룩스맵은 회원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등산 지도인데, 내가 직접 등록하고 수정한 등산로만도 수천 건이 넘는다. 산길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다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길 하나의 정확성이 산행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며 길은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현장을 직접 확인하며 지도를 정비하는 일은 여전히 내게 의미 있는 작업이다.
5월 말인데도 날씨는 한여름처럼 무더웠다. 계곡물에 손을 담그고 세수도 하며 쉬엄쉬엄 등산로를 점검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국망봉 부근에서 반대편에서 올라오던 대장을 만났는데, 지금이라도 되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비로봉을 거쳐 내려오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겠노라 대답은 했지만, 속으로 거리를 따져 보니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계산이 섰다. 결국 애초 계획대로 비로봉 방향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국망봉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길은 예상보다 훨씬 험했다. 돌길에 오르내림까지 심했다. 예전 백두대간 종주 때는 왜 이 길의 거칠음이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시간을 맞추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밀려오면서 ‘역시 경험 많은 사람 말을 가볍게 들으면 고생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로봉 삼거리에 도착했을 때, 지척의 비로봉이 몹시 아쉬웠다. 바로 코앞인데도 약속 시간이 더 중요했다. 결국 정상은 포기하고 곧장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내려오는 길 역시 돌너덜이 많았지만, 능선길 특유의 시원한 흐름 덕분에 걸음은 한결 수월했다. 덕분에 예정 시간에 맞춰 내려올 수 있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약속 시간 3분 전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직 절반도 도착하지 못한 상태였다. 원래 이 코스는 풍경을 즐기며 걸으면 7시간 반쯤 걸리는 길이다. 출발이 한 시간 늦어졌는데도 산악회에서는 6시간 50분만 주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서 더욱 비로봉까지 다녀오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그래도 이번 산행의 가장 큰 수확은 따로 있었다. 다리 힘이 예전 같지는 않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아직도 웬만한 젊은이들에게 체력으로 뒤지지 않는다는 걸 스스로 확인했다는 점이다. 나이와 함께 몸은 조금씩 느려지지만, 꾸준히 산을 찾고 걷기를 멈추지 않은 덕분에 아직은 능선의 바람을 마음껏 누릴 힘이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계절은 다시 소백산을 철쭉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꽃은 피고 지지만, 그 길을 다시 찾아 나서는 사람의 마음은 늘 새롭다. 오래된 산길을 다시 확인하고, 흐릿해진 체력을 시험하고, 아직 남아 있는 힘을 스스로 증명해 보는 일. 그것이 이번 소백산 산행이 내게 준 가장 큰 의미였다.
▲ 국망봉 바로 오르는 길 막힌 상태
첫댓글 ㅡ 최진영
대단하다. 산을 좋아 하는 사람이면 한번쯤 가고픈 국망봉이다. 그 옛날 한겨울 국망봉 능선길이 눈에 선하다. 난 이제 왜 자신이 없어지노?축하한다.
ㅡ 권수문
소백산 능선의 철쭉은 역시 우리나라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명소입니다.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눈보라속을 헤메고,
만개한 철쭉속을 활보하던 모습들이 지금도
주마등처럼 머릿속에 떠 오릅니다.
안내산악회를 따라가면 시간이 지정되어
발걸음이 바빠지기 마련이지요.
아직도 지칠줄 모르는 노익장에
다시한번 감탄사를 연발하며,
언제 어디서든지 안전, 안전, 또
안전한 산행이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소인이 십 수년전 현역시절 현재의 우리
박총과 제돈님을 비롯, 4명이 kj를
따라 지리산 종주를 갔는데 중산리에서 시작하여
중도에 엄청난 폭우를 만나
발걸음이 무거워져 결국 저 때문에
저와 동료 한 명이 낙오되어 성삼재에 도착하니
한 밤중인데 차량은 출발하고 성삼재는
적막강산.....
결국 화엄사방향에서 택시를 부르니
15만이라고 하여 수중에 돈이 12만이라
통사정을 하여 귀가하니 새벽 2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그리하여 kj와는 잊지못할 추억이
서려있습니다.
ㅡ 우성태
고문님의 열정은 어디까지 입니까!!
수고 많으셨습니다~~^^
ㅡ 정문희
점점 더 젊어지시는듯 하네요 ㅎㅎ
정말 멋지십니다
다리는 괜찮으신지?
산 사나이 공곡님!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건승을~~♡♡♡
ㅡ 최숙희
역시 체력이 대단하십니다. 저도 소백산에 일~월 가려다 능선엔 꽃이 덜 폈나해서 금~토에 다시 한번 소백산을 찾을 예정입니다.
ㅡ 여상인
50대에 쌓아둔 근력은 70대의 존엄이 되고,
60대에 유지한 유연성은 80대의 자유가 된다고 합니다. 화이팅!
후회가 과거를 바꾸지 못하며,
걱정이 미래를 바꾸지 못하듯이
오직 오늘 걷는 것만이 현재를 변화 시킵니다.
ㅡ 이상백
소백산 구경 잘 했어요 .감사합니다 .
여러 변수에도
끝내 약속 시간까지 맞춰 내려오신 모습
‘진짜 산꾼’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소백산 철쭉처럼 마음까지 연분홍으로 물드는 멋진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퍼플섬 잘 다녀오셨는가요?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ㅎㅎ
체력은 국력! 엣 우즐모에서 단양에서 소백산 등정 길이 생각납니다
산대장 화이팅!
ㅡ 박낙원
소백산 등산은 산악회 차로 단여왔더만, 소백산 지금껏 남은 기억들 속에 수려한 능선길, 눈을 덥고 바람을 이겨온 겨울 소백산, 이날은 혼자 기차로 단양역에서 잠시눈부치고 새벽 택시로 이동 아침먹고 '고수동굴' 부근 에서 버스 기다리다 걷다 뒤돌아 보고 또 걷고... "산에 가유 "예" "타유" 운전하시는 분이 "죽어도 왜 이 봄애죽어!!" 그날이 노무현 장례일, 철죽시즌 손님맞이 준비한 식단 사장님 넋두리 로 시작 하였던 등산 각설하고, 단체 산행 와서 개인행동 제안 한 용기가 대단했다네, 60대 청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