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독수리(禿수리; vulture)는 “대머리수리”의 반한잣말(반한자어; 半漢字語)이다. 왜냐면 독(禿)은 “민머리(대머리)”를 뜻하는 한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컨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하이에나와 함께 유명한 청소동물(淸掃動物; 부식동물腐食動物; 청소새; 청소조淸掃鳥) “대머리독수리”는 결국 “독독수리”를 뜻하므로 그냥 “아프리카 독수리”라고 호칭되면 더 적확할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바쁘디바쁜 시국에 눈치껏 대충 후루룩 뚝딱 알아처먹으면 될 이따위 자잘한 오칭(誤稱)을 까탈스럽게 한가하게 트집하느냐고 발끈하며 짜증낼 이족보행포유류(이보포류)개체께서 혹시 계시다면, 마혼의 이따위 티끌 같은 잡담일랑 귓등으로 무시하셔도 무방하시리라.
하여튼, 독수리는 긴 이륙거리(離陸距離)를 요구하는 큰 몸집을 가져서 그런지 먹잇감을 직접 사냥하지 않고 다른 동물의 사체(死體)를 찾아먹는 청소날짐승이므로 머릿깃털을 퇴화시켜 대머리(민머리)로써 살아가는 편이 “위생상” 더 유리할 것이다.
해마다 겨울에 한반도휴전선지역을 찾아오는 커다랗고 시커먼 철새 독수리도 청소새이고,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대형 날짐승 콘돌(콘도르; condor)도 독수리의 일종이다.
한국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얼렁뚱땅 풀린(설명된) “독수리”는 참수리, 흰꼬리수리, 물수리, 검독수리와 함께 맹금류(猛禽類) 수릿과(科)에 포함되는 날짐승이지만, 같은 사전에서 “수리”는 “들쥐나 토끼 따위를 잡아먹는” 날짐승이라고 후다닥 풀린다(설명된다).
그러나 독수리는 수릿과의 다른 날짐승들과 다르게 사냥능력을 “거의” 미비하거나 “체질상” 불비(不備)한 맹금이다.
이렇다면 먹잇감을 직접 공격하여 사냥하는 맹금류 수릿과의 날짐승들 중 최대개체들의 일반명칭은 “독수리”가 아닌 “수리(eagle)”일 것이다. 이러므로, 예컨대, 중앙아시아에 서식하는 사냥하는 날짐승 “검독수리”는, 더 정확하게는, “검수리”로 개칭되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이런 맥락에서 독일 철학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Zarathustra; 조로아스터Zoroaster)를 상징하는 “독수리와 뱀”도, 차라리, “수리와 뱀”으로 교정되어야 니체의 의도를 더 선연하게 반영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도 한국어 사용자들에게 차라투스트라의 “수리”가 여태껏 “독수리”로 인지되고 호칭되었다면, 아마 그런 호칭에 포함된 “독”이 “대머리 독(禿)”보다 얼핏 더 멋지게 쬐금 더 근사하게 찔끔 더 비장하게 보이거나 읽힐 “홀로 독(獨)”이라고 오인되었든지, 아니면, 한국어 사용자들의 고질스럽게 모순된 말버릇(발음습관)이나 글버릇 ㅡ 언제나 “쉽게! 간결하게! 빨리빨리!” 말하고파 글쓰고파 안달복달하면서도, 하필 이런 경우에는 해괴하게도, 모순되게도, 도리어 정반대로, 예컨대, “수리 오형제”보다는 “독수리 오형제”를 선호하는 말버릇·언어습관, 아니면, 한국 문학계·문예계에서도 통인(通認)되는, 이른바 “내재율(內在律)” 같은, 운율(韻律)을 선호하는 말버릇·언어습관 ㅡ 에 얽매여서 그랬을 것이다.
하물며, 이런 내재율은 “영국과 브리튼” 사이에서, “인도와 인디아” 사이에서, “성경이나 성서와 기독경”사이에서는 정반대로, 완전히 거꾸로 암동(暗動)할 것이라고 짐작된다.
☞ 잉글랜드, 브리튼 연합왕국 제국 연방 민망한 번명(飜名)들 영국, 대영제국, 영연방, 차이
☞ 한국 기독교 경전 기독경 성경 성서 명칭 이단 사이비 인문학; 인문업; 종교 업자 신자 언론인 출판사 편집자 인문학자 용어 한국어 해문력(문해력) 분별력 사전
하여튼, 아랫그림 4점에 묘사된 수릿과 날짐승들은, 비록 이들 중 한두 마리는 얼핏 “대머리수리”처럼 보일랑말랑할 수는 있어도, 인간을 낚아채어 비행할 수 있으므로, 그러니까 사냥능력을 갖췄다고 가늠될 수 있므로, “독수리”라는 호칭에 어울리지는 않을 성싶다.
〈수리로 변신한 제우스(유피테르; 주피터)에게 납치당하는(겁탈당하는) 가뉘메데스(가뉘메데; 가니메데)(The Rape of Ganymede by the Eagle of Jupiter)〉가 묘사된 아랫그림은 이탈리아 화가·조각가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1475~1564)의 1532년작 밑그림을 모사(模寫)한 크로아티아(Croatia) 왕국 출신 이탈리아 화가 줄리오 클로비오(Giulio Clovio; 줄리예 클로비치Julije Klović, 1498~1578)의 작품이다. 미켈란젤로가 이탈리아 귀족청년 톰마소 데이 카발리에리(Tommaso dei Cavalieri, 1512~1587)에게 선물하려고 1532년에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밑그림의 원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스 신화에서, 그리고 서사시인(敍事詩人) 호메로스(Homeros, 서기전8~7세기경)의 《일리아스(Ilias; 일리어드Iliad)》 제20권 제233~235행에서도 서사되듯이, 트로야(Troia; 트로이Troy)의 가뉘메데스(Ganymedes; 가뉘메데; 가니메데Ganymede)는 올림포스산(Olympos山)의 신들마저 호려버릴 만치 아름다운 젊은 양치기이다. 그의 너무나 매혹스러운 미모에 홀려버린 신왕(神王) 제우스(Zeus; 유피테르; Jupiter; 주피터)는 수리로 변신하여 가뉘메데스를 올림포스산으로 납치해서 (겁탈하고) 자신에게 포도주를 따르는 시중꾼으로 삼는다.
아래왼쪽그림은 플랑드르(네덜란드) 화가 피터 파울 뤼번스(Peter Paul Rubens; 루벤스; 루번스, 1577~1640)의 1611년작 〈납치되는 가뉘메데스(The Rape of Ganymede)〉이고, 아래가운뎃그림은 익명화가의 1570~1630년작 〈납치되는 가뉘메데스〉이며, 아래오른쪽그림은 프랑스 화가 외스타슈 르 쉬외르(Eustache Le Sueur, 1617~1655)의 1650년작 〈제우스에게 납치되는 가뉘메데스(Ganymède enlevé par Jupiter)〉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