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10월 중순의 일상
지난주에 속초 바닷가를 찾았다. 인터넷 공유기에 찌꺼기(?)가 쌓여 느려지면 맨 먼저 공유기 전원을 껐다켜듯이 초록손이에게 생활의 권태 또는 힘든 일이 생기면 바닷가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면 치유가 되곤 한다. 과거 수평선 응시 시간은 10분이면 충분했는데 이번엔 누적된게 많은지 30분씩 두 번이 필요했다. 신기한 건 수평선 응시는 언제나 만병통치약이다.
지난주 단풍은 아직이었다. 단풍은 이번 주중~주말이 피크일 듯. 올해 단풍은 이상고온에 가을 강수량 부족으로 예년같지는 않은 듯 싶다. 이럴 때 단풍 구경은 습도가 충분한 계곡이 좋다. 우리의 연례 행사인 필례약수터~한계령휴게소 드라이브 시기를 이번 주말 지난 후 다녀와야겠다. 기르고 싶은 수종의 씨앗 채취도 가능하겠지.
이번 주초에 1박2일 서울나들이를 다녀왔다. 강남구 논현동 애들이 사는 집에서 묵었다. 추석에 딸은 다녀갔으나 아들은 피곤해서 쉰다며 오지않았었다. 그렇다면 보고싶은 사람이 가야지. 저녁에 애가 사준 왕갈비를 소주 안주 삼아 배불리 먹고 집에 와서 막걸리로 2차하며 수다떨기.
다음날, 딸 출근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오후에 출근하는 아들과는 전날 저녁 '연기처럼 사라지겠다'고 해둠으로써 괜시리 수선피울 일은 생략한다.
양재동 꽃시장을 찾았다. 국화 몇 가지 품종을 정원에 들일 생각이었다. 국화 품종은 많았다. 일곱 종류의 국화를 샀다. 집에 대여섯 가지가 있으니 너무 많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아주 잠깐 했다. 부자된 기분이다. 진작 일부러라도 양재동꽃시장에 갔어야 했다.
국화는 꺾꽂이가 잘된다. 봄부터 여름 장마 끝날 때까지 부지런히 자라나는 국화 가지를 꺾어 음지 습한 곳에 삽목해두면 어렵지않게 뿌리를 내린다. 2~3천원 짜리 분 하나면 내년 가을 100개체까지도 불릴 수 있다. 100개체로만 불리면 그 다음 해엔 얼마든지 원하는 개체수로 불리는 건 어렵지 않다.
일찍부터 여러 종의 국화 개체수를 불리고자 했지만 못했다. 가을엔 꺾꽂이가 어렵고, 가을 아닐 때는 어떤 꽃인지 모르니 꺾어올 수도 없다. 가을에 사다 심고 다음해 불리는 수 밖에 없는데 홍천,춘천 꽃가게는 초라한(?) 국화만 2~3천원에 팔고 정작 사고 싶은 건 소담하게 다듬어진 1만5천원짜리다. 한가지 종에 그렇게 돈 들이는 건 내겐 사치다. 진작 양재동에 갔으면 됐는데.... 국화 7종에 2만원!
앞으로는 계절별로 다녀오기로 했다. 이번 양재동 방문에서 망외의 소득을 올렸다. 사계절장미라며 국화만큼이나 다양한 종류의 장미가 꽃을 피운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미 구하러 장미축제 갔다가 꽃구경만 실컷 하고 빈손으로 돌아온 기억이 떠오른다. 붕어빵에 붕어 없고 장미축제에 파는 장미 없다.
장미 5종에 1만 6천원. 장미도 꺾꽂이 잘되기로 국화에 못지않다. 집 주변 밭둑, 산기슭에 잡초 아닌 장미 또는 국화로 피복되어 있는 모습을 그려본다. 잡초를 무서워하는 내게는 이쁜 풀로써 못된 잡초를 억제하는 이초제초(以草制草)의 완성이 꿈이다. 국화와 달리 장미는 내한성이 떨어지는 종류가 더 많으니 그게 문제다. 어떻게 되겠지. 어쨌든 지금은 근두운 얻은 손오공 기분이다.
어제는 집정리를 하는데 묵직한 저금통, 껌통, 초코렛통이 여러개다. 작정하고 한곳에 쏟았다. 분류하고 세어보니 7만7천원. 농협에 가서 지폐로 바꿨다. 오랜만에 사회를 위해 작은 일을 한 것 같다. 원활한 화폐 유통을 위해 쑤셔박아놓은 동전 꺼내 유통시키자! (물론 깊이 감춰둔 5만원권 다발도!)
어제가 결혼 25주년이다. 이제 몇년째냐는 알기 어려운 건데 결혼 1주년 다음다음 달에 태어난 딸 집나이와 같아서 쉽다. 지난주부터 집에서 먹는 끼니 수와 밖에서 먹는 외식 수가 엇비슷할 지경임에도 기념일 건너뛸 수 없다해서 동전바꾼 돈 일부로 가까운 백반집에서 외식했다. 고등어두부구이. 별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괜찮은 편이다. 가까운 곳 쉽게 갈 수 있는 메뉴 하나 늘었다.
첫댓글 즐거운 여행이셨겠어요~^^
결혼 25주년도 넘 축하드려요~~~~ 맛깔스런 밥상입니당^^
지금까지 논문 붙잡고 씨름하다 그만 포기하고 자려다 잠시 들렀습니다.
웃음짓고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좋네요~^^
계속 행복하세요~~
네~ 고맙습니다~ ㅎ
에구~ 피라미잡이같은 포스팅도 쉽지않은데 백경급 고래를 쫒는 중이시군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