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가는 길, 좌충우돌 무작정 여행
KTX 또는 버스 그리고 배로 갈아 타고 장장 6시간 이상 걸려야 갈 수 있는 그 섬
봄 풍경이라면 제일 먼저 청산도가 떠오를 정도로 청산도는 4월 중순경 유채꽃밭이 유명하다. 봄이 나를 가만히 두지않았다. 지난 4월 18일. 무작정 배낭을 메고 홀로 집을 나섰다.
서울에서 완도까지 고속버스 편도 5시간, 완도에서 다시 배로 50분 정도 더 가야 만날 수 있는 섬 청산도! 여행은 사전 계획없이 무작정 떠나고, 길 위에서 좌층우돌 부딪치면서 느껴야 참맛을 즐길 수 있다.
사실 이번 여행에서는 교통편도 숙소도 미리 예약하지않고 그냥 출발했다. 다만, 청산도 가는 여객선은 성수기라 혹시 빈 자리가 없을지 몰라 한국해운조합에서 운영하는 '가보고싶은 섬'을 통해 예매를 해놨었다.
서울에서 완도 가는 고속버스는 강남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세번(08:10, 15:10, 17:40). 버스표를 예매하지못한 터여서 아침식사도 하지않고 07시경 터미널에 도착해보니 아뿔사 첫차는 이미 만차란다. 15:10 버스로 간다면 너무 늦고 하루를 완전히 망친다. 현장에서 부랴부랴 열차편을 알아보니 용산에서 08:22 출발하는 KTX가 있다. 다행히 필자는 코레일 회원이라 즉석에서 휴대폰 '코레일 톡'으로 용산-광주송정역 가는 열차를 예약한 후 택시를 이용 용산역으로 갔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겨우 열차표를 사고 나서야 용산역사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참고로 고속버스 예매는 '고속버스 티머니', 시외버스 예매는 '시외버스 티머니' 앱에서 사전 회원가입 후 예매하면 된다.
KTX에서 숨을 돌린 후 목포까지 갈까 광주송정역에서 내리는 게 좋을까 다시 고민했다. 휴대폰 검색을 해보니 목포에서 완도 가는 거리가 광주에서보다 헐씬 가까운데도 목포에는 완도행 버스가 하루 세번 밖에 없고, 광주에서는 거의 매시간 출발한다. 완도 행 버스예약도 하지않은 상태여서 확실한 버스시간을 위해 광주에서 출발하기로 결심, 광주송정역에서 내렸다.
광주송정역에서 광주종합버스터미널까지는 다시 시내버스로 30분 정도 가야 한다. 버스는 송정역 바로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좌석 02번 버스를 타면 된다. 연속해서 갈아타는 게 번거롭기는 하지만 오랫만에 광주 시내를 구경하는 것도 지루하지는 않다. 기사에게 물어보니 02번 버스는 매 14분 마다 온다고 한다. 광주-완도 간 시외버스 운행시간은 약 2시간 05분 정도.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드디어 완도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 14:30 발 청산도행 여객선에 탑승하게 됐다. 어휴!
자유인의 '무작정여행길'은 중언부언 이 정도로 하고, 암튼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청산도는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섬이다. 영화 '서편제'와 드라마 '봄의 왈츠' 등이 이 섬에서 촬영되었다.
청산도는 2011년에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는 산악회 산우들과 대선산-고성산-보적산-범바위-권덕리 5시간 종주산행 및 슬로길 1코스 일부, 4코스 전체를 걸었었다. 이번엔 그때 돌아보지못한 슬로길 트레킹을 주로 했다. 마지막 날은 1시간 정도 자전거도 빌려 타봤다.
청산도 슬로길 전체코스는 총 11구간, 42km에 이른다. 이중 이번에는 제1코스 5.7km, 미항길-동구정길-서편제길-화랑포길을 완주하고, 부분적으로 3코스 고인돌길, 7코스 상서돌담마을길, 8코스 진산리갯돌해변길 등을 돌아봤다.
청산도는 느림을 통해 행복을 일깨워주는 섬이다. 제1코스 끝단에서 만난 '청산도는 쉼이다'라는 조형물이 새삼 공감을 준다.
서편제길-청산진성에서 내려다본 원경
서편제길
서편제길 서쪽 비탈 유채밭
도락리만 독살-멀리 도청항이 보인다
봄의 왈츠 촬영세트
도락리 만 전경 -만 입구 전복양식장
새땅끝 화랑포 가는 길-청산도 슬로길 1코스 5.71 km
화랑포
신흥리 해변의 파도-청산도 홍보안내판을 필자가 재촬영하여 일부 편집
상서 돌담마을
진산리 갯돌해변
청산도 일몰 전경
청산도는 쉼이다- 슬로길 1코스 끝단 조형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