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산 산행기 - 뙤약볕 속에 화엄벌 지나다
참가자 : 권영한, 류병하, 서영란, 김형철, 류영희 산행코스 : 내원사 주차장(9:10) - 천성산 제 2봉 - 천성산(원효산) - 화엄벌 - 내원사 주차장(15:10), 15: 30 집으로 출발
7시 여느 때와 같이 출발 장소에 모였다. 3가족 5명이다. BH네, HC네 두집 부부, YH가 혼자다. YM이 남편을 데려다 주고 돌아간다. 빨리 산행에 동행해야 할텐데... 단촐하게 차 한 대로 떠나기로 했다. 원점회귀가 전제되는 셈이다. BH가 운전대를 잡았다. 그저 듬직하다. 가는 길에 양산에 들러 뼈다귀 해장국으로 아침을 떼웠다.
내원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9시였다. 등산화를 졸라 매고 내원사로 향하는데 모두들 몸이 가볍지 않은 기색이다. (2003년 1월 26일 “내원사-천성산제2봉-천성산-흥룡사 -대석저수지” 코스로 종주하러 갔다가, 눈보라 속에 천성산 제2봉에서 되돌아 하산하면서 사투(?)를 벌인 쓰라린 기억이 있다)
땀 좀 흘리면 곧 괜찮겠지... 얼마 가지 않아 내원사 입구에 도착했다. 오른쪽으로 난 내원사 입구길을 지나, 직진해 가던 BH가 찜찜한 표정으로 돌아본다.
지난 번 산행 코스로 그대로 가는 것이 내키지 않는단다. 그럼 새로운 코스로 가보지 뭐... 내원사 맞은 편으로 난 오솔길로 올라갔다. 이 길로 가면 ‘공룡능선- 집북제 - 천성산 2봉’ 가는 주능선과 만날 것이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고 어느 길도 숲이 우거져 신통찮았다. 망설이며 따라오던 YH와 여성회원들이 확실한 길로 가자고 한다. 겨울철이면 우겨보겠는데...
다시 지난번 산행길로 뱡향을 잡았다. 바위를 건너 뛰어 얕은 계곡물을 건넜다. 조금 오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트니 약간 오르막의 바위길이다. 녹음도 우거지고 계곡의 물소리도 시원하다. 잠시 휴식을 취한다.
왼쪽으로 바로 급경사가 나타난다. 군데군데 밧줄도 걸려 있고... 급경사를 오르면서 힘들어하고 쉬는 모습도 가지각색이다. 앞에도 사람, 뒤에도 사람 그저 숨소리만 크게 들릴 뿐이다. BH에게는 급경사 길이 여전히 힘들어 보인다. 여성회원들에게 힘들기는 마찬가지로 보이고.... 요정도의 경사길이 한 두 시간 이어진다면 제법 상쾌할 것 같다.(다른 회원들에게 절대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지지난해 겨울 눈산행 때의 힘들었던 하산길을 생각하면서 힘들을 내었다. 두어 번 쉬어 오르니 경사가 거의 없는 길이다. 오던 길을 뒤돌아보니 전망도 제법 갖추어진다.
앞서 간 YH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양이다. 경사길과 평지길을 번갈아 오르다가 마지막 급경사를 오르니 천성산(제2봉.811m)이다. 12시가 조금 넘었으니 내원사 주차장을 떠난지 3시간 만이다. 정상에는 여러 무리의 산행객들이 모여 있다. 오던 길을 되돌아보니 저 아래 푸르름 속에 내원사가 보인다. 힘들었지만 뿌듯하다. 바람은 쉬원하지만 햇볕은 따갑다. 눈도 부신다. 정상에서 사진 몇장을 찍고 바로 천성산으로 향했다. 저 멀리 뙤약볕 속에 천성산이 올려다 보인다. 점잖아 보이지만 만만찮을 것 같다. 한참 가다 뒤돌아보니 천성산 제2봉이 한 눈에 보인다. 바위산 위에 있는 사람들이 한줌에 잡힐 것 같다.
조금 가니 왼쪽으로 임도가 나타난다. 임도로 가지 않고 약간 오른쪽으로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한참을 더 가다 천성산 오르막길 직전에 왼쪽에서 올라오는 한 무리의 산행객들을 만났다. 덕계 방향에서 올라온단다. “아빠에게 박수”하는 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박수소리가 들린다. 뒤돌아보니 우람한 체구의 한 젊은 남자가 그늘에 털썩 주저 앉는다. 앞서 가는 BH가 이렇게 날씬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뙤약볕과 사투를 벌이면서 경사길을 두어 번 올라 도착한 곳이 경계표지 앞이었다. 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천성산(922m) 정상에는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다. 허탈했다. 천성산 정상은 멀리서 카메라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전망도 별로다. 왼쪽으로는 원효암 방향이고(흥룡폭포 - 대석저수지) 직진 길은 화엄벌 방향이란다. 철조망을 왼쪽으로 끼고 내려갔다. 몇일 전에 내린 비 탓인지 산행로가 물길이 되어 있었다. 조그마한 계곡(?)인 듯한 곳에 사람들이 왁짜지껄하다. 여기에 왠 사람들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 철조망을 따라 계속 돌아가니 앞쪽으로 널띠 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여기가 바로 화엄벌이다. 생태보호지역이란 팻말과 함께 보호 줄이 쳐져 있다. 산정상 가까이에 이렇게 넓은 늪지대가 있다니... 백두산 정상 가까이에 펼쳐진 광활한 평원이 생각난다. 마른 갈대와 푸른 풀, 듬성 듬성 서 있는 나지막한 나무들이 저 멀리 산봉우리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초소 근방에서 천성산 정상 쪽으로 올려다 본 조망도 가슴 설렌다.
초소 근방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산행 길을 가늠해 보았다. 산행객들에게 물어보는 정보는 정확할 확률이 매우 낮다. YH가 준비한 지도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초소지기에게 확인하여 보호 줄을 따라 계속 내려갔다.
조금 내려가니 그늘 길이 나오고 몇 무리의 사람들이 점심을 먹는다. 우리도 이 근방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13 :15-50) 한 시간 이상을 뙤약볕 속을 걸은지라 그늘이 그지없이 고마웠다. 점심은 김밥으로 조촐하게 떼웠다. 식사 후의 10분간의 짧은 잠 - 너무 맛 있었다. 계속해서 그늘이 진 오솔길이었다. 이 맛에 산행을 끊지 못하지... 임도를 가로 질러 다시 오솔길로 한참 내려왔다. 먼저 내려온 YH가 산행 길을 가늠해 놓았다. 갈림길에서 산능성이로 직진하였다. 왼쪽은 용주사, 석계리 방향인 듯하다. 조금 더 내려오니 다시 갈림길인데 팻말에 오른쪽으로는 “내원사 경내 출입금지”라 적혀 있다.
직진해서 계속 내려왔다. 너무나 짙은 나무숲 속이라 터널 속처럼 어둡다(?). 상쾌함을 만끽하면서 계속 걸어 내려오니 거창한 기와집들이 눈앞을 가로 막는다. 내원사다. 조금 전의 그 팻말의 의미는??? 내원사의 개들이 짖어 된다. 사찰에 개소리라. 절 뒤편에서 간식을 막 챙겨 먹으려 하는데, 여스님이 빨리 내려오라고 소리친다. 어쩔 수 없었지만 미안한 마음으로 “외인 절대 출입 금지” 지역을 통과해 대웅전 마당으로 내려왔다.
산행길이 확보되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물맛이 꿀맛이었다. 목을 축이고 나니, 뙤약볕과 인파가 눈에 들어왔다.
주차장 근방 계곡물에 잠시 발을 담갔다. 아이스크림이 시원한지 물에 담근 발이 쉬원한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올 가을에는 “내원사-화엄벌-천성산-천성산 제2봉- 집북재-공룡능선-매표소” 코스를 산행해 보고 싶다.
3시 30분에 내원사 주차장을 떠나 5시 경에 창원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이른 귀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