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의 제각 마당 한 쪽에 매화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처남은 그 나무를 가리키며 ‘효자나무’라고 자랑한다.
“나의 5대조(지영)께서는 그의 모친께서 돌아가셨을 때 시묘를 사셨는데 신기하게도 이 매화나무에서 꽃이 피지 아니하였다네.”
처남은 1944년생 잔나비 띠이다. 그리고 처남의 5대조라고 했으니 150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 나무의 수령은 적어도 200년 이상으로 짐작된다.
나뭇가지에 꽃망울이 잔득 달려 있지만 수형은 볼품이 없다. 줄기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껍질이 나이 많으신 할머니를 연상하게 한다.
“그분의 아들 나의 고조(병주)께서도 그의 모친께서 돌아가셨을 때 아버지를 본받아 시묘를 사셨는데 그 때에도 꽃이 피지 아니하였으며, 나의 증조부(동해 대섭)께서 그의 부친께서 돌아가셨을 때에도 시묘를 사시는 동안 꽃이 피지 않았다네.”
시묘(侍墓)란 부모의 거상 중에 그 무덤 옆에 움막을 짓고 3년간 사는 일을 말한다. 당시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하늘을 우러러 볼 낯이 없다고 하여 삿갓을 쓰기도 했다.
처남의 5대조를 시작으로 하여 고조와 중조까지 내리 3대에 걸쳐 시묘를 사신 효자 가문이다. 이런 지극 정성은 하늘이 알고 나무도 안다. 효자 세분을 따라 매화나무도 거들었다. 시묘를 사는 9년 동아니 꽃이 피지 아니 하였다. 이런 사연이 있어 ‘효자나무’라고 부른다.
그 나무를 바라보면서 ‘효자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본다. 성경에서도 ‘네 부모를 공경하라’고 가르친다. 과연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을 효자라고 할까? 옛날에는 시묘를 살면 효자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시묘를 사는 사람이 없다.
매화나무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내 마음이 숙연해진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