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설.
풍수지리라고 하면 비조로 당연히 도선 스님을 떠 올린다.
우이동에서 백운대로 올라 가는 길에 그 분이 창건하신 도선사라는 사찰이 있는데 팔공산 갓바위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입시에 탁월한 영험이 있다고 소문이 자자하여 입시철이면 특히 인산 인해를 이루는 곳이다.
풍수란 말은 장풍 득수를 줄인 말인데 풍수에서 바람이란 존재는 기를 흐트려 버리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차단을 해야 하고 물은 좌청룡처럼 최대한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땅 즉 길지를 택하는 방법은 형세론과 지기론 두가지로 대별된다.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땅에서 솟구치는 찌릿 찌릿한 기운을 몸으로 느끼는 지기론이 사실은
풍수의 진수이고 형세론은 처음으로 풍수를 배우는 분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은 땅의 기운을 설명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만들었던 이론이다.
형세론은 말 그대로 산의 모양이나 형태를 우선하며 그 모양새를 따라서 여러가지 산의 이름을 짓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은 이 형세론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
느림보의 이번 주 산행은 진안의 마이산이 간택되었다.
멀리서 보면 암마이봉 숫마이봉 두 암봉우리가 쫑긋 솟은 말귀를 연상 시킨다는 마이산은 이 갑룡 처사란 분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쌓은 돌탑 또한 유명한데, 좌우간 이 좁은 한국땅에 살면서 내 머리통에 털 나고 첨 가 본다.
여지껏 살아 오는 동안 그마만큼 몸과 마음에서 여유가 없었다는 얘기인데 좌우간 늦게나마 느림보라는
명품 산악회를 만난 건, 앉을 때도 꼬옥 요강 꼭지 위에만 앉는 다는 재수 좋은 과부처럼 나도 이제서야 운이
피긴 피는 모양이다.
연화 부수형, 갈마 음수형, 금계 포란형이다 하는 제법은 복잡하고 난해한 이론 보다는 비교적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지명이나 산이름인데 마이산처럼 참으로 재미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계룡산은 주 암릉이 용이 닭벼슬을 뒤집어 쓴 형태라서 그리 이름을 지었는데
마이와 비슷한 이름으로는 서울에 우이동이란 곳이 있다.
이곳에서 삼각산 인수봉을 바라 보면 오른편 상단부에 연신 소 귀를 연상시키는 바위가 참으로 신묘하게 붙어 있다.
등산이 요즘처럼 일반화 되기 전 어느 초여름으로 기억된다.
애비 잘 만나서 갑작스레 졸부가 된 친구 한 넘이 우이동 인근에 있는 쌍문동에서 주유소를 개업한다고 연락이 왔다.
당시로선 최고급 승용차인 그랜져를 이미 뽑아서 주유소 한 켠에 세워 두고 개폼을 잡을 친구를 생각하면 발써 배알이
꼴려 오지만 마땅히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엿 먹으라는 심뽀로 등산복을 입고 참석할 요량으로 진관내동에서 백운대를 거쳐 도선사를 참배하고 문제의
쌍문동 주유소엘 도착 하니 아직은 개업식을 하긴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친구가 동네에 있는 목깐통에나 다녀 오라고 한다.
2. 써스펜스와 스릴이 넘치는 썰레발이
이미 날씨가 뜨거워 져서 인지 옆으로 미는 유리문이 달린 매표소엔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유리를 몇 번 두드리니 사자 머리를 한 아주머니가 상체를 일으켜 세우더니 귀찮은 표정으로
돈만 받곤 티켓도 내 주질 않고는 발라당 누워 버린다.
재래 목깐통은 보통 입구에서 구두 닦는 아저씨가 티켓을 받고, 신발을 닦거나 정리를 해 주는데
뜨거운 날씨 덕분에 파리를 날리는 형편이어서 인지 아예 콧배기도 보이질 않는다.
푼수 없는 재래 목욕탕인지라 입구에는 빛 바랜 사진 한장만이 달랑 눈에 들어 온다.
블론디 머리를 한 서양여자인데 살포시 쳐진 눈꼬리가 엄청 요염하게 보인다.
순식간에 티셔츠와 반바지를 내리고 막 쌍방울표 100싸이즈 흰색 삼각팬티를 움켜 쥐면서 고개를 드니
희뿌연 수증기가 어른거리는 유리문 너머로 동네 건달처럼 보이는 한 건장한 사내 모습이 보인다.
막 싸우나실을 나오면서 두 손으로 머리를 뒤로 한껏 젖혀 올리는데 가슴팍에 울퉁 튀어 나온 대흉근이 엄청나게 우람하다.
사람은 어깨엔 승모근과 삼각근, 팔뚝엔 삼두와 이두박근 그리고 전완근, 가슴엔 대흉근, 등쪽엔 활배근, 배에는
복근, 다리통엔 대퇴근과 비장근이 있고 마지막으로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근육인 괄약근이 똥꼬에있다.
대중 목욕탕엘 어쩌다가 가면 헐크 호건이나 브루터스같은 몇몇 무리들이 밀라는 때는 밀지 않고
대형 벽걸이 괘종 시계추만 다리 사이에서 이리 저리 흔들면서 연신 거울 앞을 왔다 갔다 하다간 가끔씩 거대한 팔뚝을
들어 올리면서 숨을 한껏 들이 쉬어선 가슴 근육(대흉근)을 풍선처럼 만들면서 사람 기를 죽이는 넘이 많다.
내 삼각팬티엔 깜찍하고 앙증스런 여성용 목걸이 시계 하나 달랑인지라 내리느냐 마느냐로 한참을 망설였던 것 같다.
저 인간은 발달된 대흉근의 규모를 흘긴 봐선 최소한 15년 이상은 헬스에서 전문 바디 빌딩을 한 쌔미 프로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왜소증을 호소 하면서 비뇨기과를 찾는 대부분의 남성들은 기실 대부분이 극히 정상이라고들 한다.
본인만 그렇게 느끼는 컴플렉스일 뿐이라는 말들이 펀득 떠 올라서 에이 하는 마음으로 씩씩하게 팬티를
재차 내리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또 고개를 드니 그 인간이 이번에는 싸우나실로 들어 가는 옆 모습이 보이는데
그 순간 짧은 찰나였지만 난 갑작스레 온몸이 경직되면서 손발마져 부들 부들 떨린다.
헐크 호건의 우람한 시계추 땜에 심대한 충격을 받았냐구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임다.
시계추가 보일질 않는다 이겁니다.
소심한 심성의, 느림보 카페에서 가장 사랑받는 귀염동이 돌삐가 팬티를 발목까지 엉거주춤 내린 상태에서
오직 여자분들만 들락거려야할 어떤 장소에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 보면서 이것이 정녕코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치는데는 딱 0.3초가 걸리더만요.
처음 들어 갈 때부터 실내가 뭔지 모르게 낯설어 보이고 익숙치 않은 냄새하며 바닥에 널부러진
기나 긴 머리카락 때문에 팬티 한장을 내리는데 그리도 많은 고심을 하였던 가 봅니다.
사람이 당황하니깐 우선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더만요.
내리던 팬티만 대충 끄집어 올리곤 한손엔 옷가지를 또 한손에 신발을 움켜 쥐곤 무작정 뛰쳐 나왔는데 재수 옴 붙은 날이었습니다.
하필이면 재래식 시장을 끼고 있는 목욕탕 입구는 동네 장이 서는 날이었던 가 봅니다.
멀쩡하게 생긴 넘이 하얀 삼각 팬티 한장만 갠신히 걸치고 한 손엔 신발을, 또 한손엔 옷가지를 움켜 쥐고
불에 덴 넘처럼 이리 저리 방향을 못 잡고 날 뛰는 꼴을 보면서 동네 사람들이 정신없이 웃어 대더만요.
어린 딸의 손을 부여 잡은 한 젊은 새댁이 중얼거리던 말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인물 잘 생긴 거지는 봤어도 저렇게 속옥을 깨끗하게 빨아 입고 다니는 미친 넘은 처음이라고 하더만요.
전 그날 이후 찜질방 비스꾸레한 어떤 곳도 결단코 들어 가 보질 몬하고 있습니다.
3. 푸념
재래식 목욕탕은 매표소가 있는 일층은 남탕이고 시야가 가린 이층은 여탕이 당연히 자리 하고 있습니다.
근데 그 넘의 쌍문동 목욕탕은 쥔장이 무신 억한 심정인지 나중에 한번 더 둘러 보니 남탕이 이층에 있질 멉니껴?
느림보 카페의 품격을 고려하신 강 대장님과 주작님의 지엄하신 분부가 있으셔서 가급적이면 껄쭉한 내용은
배제를 하고 일상 생활에 유익한 내용만을 담았습니다. 흑 흑.
4. 뒷풀이
마이산 산행을 마치고 돌아 오는 길에 탄천변 벚꽃이 한창이다 하여 강 대장님을 비롯한 몇 분이 오리역에서 하차를 하여선
광장에서 금요 벙개를 주로 하시는 허 교장님과 접선을 하여 인근 국시집엘 들어 갔습니다.
메뉴판을 보곤 대부분이 잔치 국수를 시키심과 동시에 (3500냥 캬 캬) 이곳 오리역은 제 나와바리이므로 국시 값은 제가 쏘겠다고
호기를 부렸는데 옆에 앉은 쏘가리님께서 잠시 입을 벌려 보라고 하시더만요.
입을 짜악 벌리니 속이 환하게 들여다 보인다 이겁니다.
머쓱한 마음이 들어서 했던 말 거두어 들였습니더.
다음에 제법 괜찮은 자리 있으면 제대로 된 신고식 꼬옥 함 하겠습니더.
야밤에 느림보 산우님들과 탄천변 꽃길을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모여 살면서,이룬 알콩 달콩한 정을 나누고 사는 재미는 정말 낙동강을 건너서 온 이후론
처음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다정한 이웃의 다감한 친분 너무도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글구 혼자서 돌아 오는 길에 이룬 좋은 기분 조금만 더 연장해 보겠다고 벚꽃이 활짝 핀 어느 나무 아래
벤취에서 어물쩡 거리다가 그만 잠이 들었습니다.
약간의 한기를 느껴 눈을 뜨니 가로등 불빛과 어우러져 연신 하늘거리는 꽃잎들이 줌렌즈처럼 제 눈을 부시게 하더군요.
아흠! 다음 주는 구미 금오산에서 반가운 마음으로 뵙기를 기대하면서 이만
탄천변에서 돌삐 드립니다.
첫댓글 여전히 재치가 넘치십니당 .. 얘기인지요 ..
그런데 돌삐님의 얘기는 실화가 바탕인지..
아니면
후자라면 상당한 얘기꾼이신게 분명하십니다.
다음편을 기다립니다.
하여튼 참 못된 취미를 갖었어요...꼭 비유를 해도...아름다운 것은 빼놓고... 그래도...
"앉을 때도 꼬옥 요강 꼭지 위에만 앉는 다는 재수 좋은 과부처럼 "
이라고 하니...임자 없는 처녀나 과부들이 좋아 하겠어요
우리 돌삐님...박학다식하고 유모있고 위트도 있고 해서 좋아요..
언제 풍수 배우고..인체 괄약근 배우고 했는지...이제 산 번개만 배우면
더 좋겠는데... "속옥을 깨끗하게 빨아 입고 다니는 미친 넘..... "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