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만족하면 거기서 멈추는 거죠” -김혜선 기수-

[겨울사나이]

9조

김혜선기수

“만족하면 거기서 멈추는 거죠” -김혜선 기수-

[2011-07-08]

소 속 조	9조
생년월일	1988/08/31
통산전적	457전 (26/52/35/32/46), 승률 5.7%, 복승률 17.1%
기(期)수	27기

언제 봐도 똑 부러지고 야무지고 침착하다.
몇 번 인터뷰를 해봐도 얼렁뚱땅 대충 답하는 법이 없다.
짧은 순간, 곰곰이 생각하고 의견을 잘 정리해 명확하게 전달할 줄 안다.
고집스럽고 드세지 않지만 당찬 속내가 순간순간 엿보인다.

“만족하면 거기서 끝”이라는 대답에 확신을 얻는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그의 활약은 신드롬이나 착시현상이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여성이라는 체력적 핸디캡, 혹은 아직도 남아있을 편견은 이제 그만 넣어둬도 되겠다.

▲벌써 작년 10승을 넘어섰다. 비결을 꼽는다면.

-작년엔 시작이었고 신인 적응기도 거쳐야 했다.
그런데다 부상으로 두 달 정도 쉬어 공백이 길었기 때문에 비교가 어렵다.
만족스럽지 않아도 지금의 페이스가 정상이라고 본다.



▲새롭게 눈을 뜬 게 있다면. 판단력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경주를 더 즐겨야 하는 시기에 왔다.
3년 차에 접어들면 반복되는 생활에 지치기도 하고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선배들이 조언한다.
사실 지금 약간 지쳐있는 상태다.
즐기면서 한다면 좀 더 슬기롭게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일에 재미를 붙이려 한다.
무엇보다 기수는 동물을 사랑해야 하는 직업 같다.
말과 더 가까워지고 그들에게 애착을 갖게 되면 적어도 무의미하게 경주를 치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틈나는 대로 마방에 들러 간식을 주고 씻겨주며 친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소속조(9조)에 보유마가 많은데 타조 기승이 잦다.
정해진 말들이 아니고 각각 성격과 습관이 달라 매번 대처하는데 어려운 부분도 있을 텐데.

-어떤 말이든 일단 태워주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투표 때 내 앞으로 돌아오는 말이 굉장히 많다.
당연히 훈련량도 늘었다. 다른 마방 훈련까지 참여하고 있어 바쁘다.
소속조 조교사와 선임인 평수 선배가 많이 배려해주고 있다.
요즘 주로 기용해주는 24조 조교사께도 많이 고맙다.
첫 기승해도 큰 어려움 못 느낄 정도의 순하고 길들여진 말들만 태워주시는 것 같다.
요즘 들어 6두 기승제한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때로는 좋은 말도 그냥 포기해야 한다.
기승횟수를 더 늘렸으면 하는 욕심이 어쩔 수 없이 생긴다.



▲작년 두 배가 목표라 했다. 승수는 가능하겠는데 출전횟수는 어렵겠다.

-기승횟수 제한이 있는 이상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성적이라도 목표한 대로 이룰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요즘도 2등을 하면 우승하지 못한 게 아쉬운가.
‘새로운가문’‘킵베스트’‘보헤미안러브’ 등의 준우승은 다 잘 한 결과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경기 후 리뷰를 하다보면 1등과 2등의 기량 차가 눈에 보일 때가 있다.
‘내가 더 잘 타도 안 됐겠다’싶으면 털어 버리고, 내가 못 해서 2등일 때는 자책할 수밖에 없다.
예전만 해도 자책하는 정도가 훨씬 심했다. 지난 결과에 연연하다 다음 경주에 영향을 끼치곤 했다.
이제 그 단계는 벗어났다. 실수를 하고 아쉬워도 그 경주 안에서 끝내려고 한다.



▲더워지고 있는 시기다. 기승도 늘어 체력관리가 필요할 텐데, 어려움은 없는지.

-내 컨디션이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어도 경주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성적에 기복이 있다면 말의 상태나 경주의 흐름 때문이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
아직은 내 역량이나 비중이 작고 말에 의존을 많이 하는 편이다.
부쩍 더워지면서 쉽게 지치는 건 사실이다. 한 경주 치르고 나면 체중이 3-400그램씩 빠져있다.
휴식과 훈련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관리를 잘 해주어야 한다.



▲장거리 출전이 많지 않은데 거리감각이나 페이스조절 등에 문제는 없는가.

-작년에는 그나마도 기회가 거의 없어 장거리에 대한 초조함이 있었다.
내 이미지가 선행마 같은지 대부분 단거리 아니면 장거리에서도 앞에 가야하는 말들 위주로 돌아온다.
그래도 우리 집에 끈끈한 말들이 많아서 조금씩 장거리 경주에 나가고 있고 작년보다는 성적도 만족스럽다.
기회가 많지 않은 만큼 더 집중하고 긴장하는 면도 있다.



▲‘아이라더비럭키’로 2연승 중이다. 특히 이번 우승은 2군 승군전에 1800m 첫 도전이어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기대치는.

-거리가 늘어 장담할 처지가 아니었는데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고
선행 상대가 없어 수월하게 경주를 풀어갈 수 있었다.
지난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었다. 2군에서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한 능력마다.



▲24조의 ‘스페셜더비’와도 계속 호흡을 맞추면서 연속 입상 중이다. 기대가 크겠다.

-마방에서 기대가 컸던 말이고 타보니 생각대로 좋더라.
많이 끄는 편이라 직접 훈련은 못 시키는데 마방 관리사께서 잘 해주신다.
처음엔 경주 때도 심하게 끌어 제어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는데
실전을 한번 치를 때마다 길들여지는 속도가 아주 빠르다.
장거리에 더 강할 유형이라 기대가 크다.



▲24조도 개업한지 얼마 안 되는 신예 마방인데 의외로 초반부터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서홍수 조교사께서 잘 봐주신 것 같다.
작년 5월 처음 탔을 때부터 우연인지 성적이 좋았고 말과 호흡도 잘 맞았다.
그러다가 이번에 좋은 말 들어왔다며 태워주셨는데 신인인 내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다.
누군가 알아봐 주고 믿어준다는 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
일일이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열심히 하게 된다.



▲가장 큰 스승은 말이라고 한다. 어려울 때 돌파구가 되어주어 준 말을 꼽는다면.

-39조의 ‘제일번쩍’이다. 올 봄쯤 1900m 경주에서 처음 만났다.
내 스스로가 장거리에 부담이 있던 때고 자신이 없던 시기였다.
무엇보다 왼손 채찍질에 미숙했는데 그 말이 왼쪽으로 기대는 버릇이 있어 난감했다.
마음을 비우고 연습한다는 심정으로 임하자 했는데
그때 우승하면서 기수의 몰아내는 힘, 추진능력의 실체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게 내 장거리 첫 우승이었다.
이후 ‘새로운강자’로 또 우승을 하고, 입상도 하고, 지난주에 ‘아이라더비럭키’까지 이어졌다.
장거리에 대한 자신감과 힘 안배하는 요령을 가르쳐준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으며 잘 한다고 칭찬한다. 스스로도 만족하고 있는가.

-상황이 나아질수록 욕심과 바람도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처음에는 그저 남들 다 하는 첫 승이 하고 싶었고, 2승이 탐났고, 얼른 10승을 해서 감량을 줄여가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은 더 많은 말을 타고 싶다.
나는 내가 영영 만족하지 않길 바란다.
가야할 길이 먼데 벌써 만족해버리면 여기서 정체될까봐 겁난다.
주변에서 칭찬하는 것도 그래서 달갑지가 않다.
아주 작은 부분, 이를테면 생활 태도나 훈련 시의 마음가짐 이런 소소한 것들에서부터
조금 더 긴장하고 더 분발하고 그래서 더 완벽하게 해냈으면 좋겠다.




▲김혜선 기수
·소속조 9조 지용훈 조교사
·생년월일 1988/08/31(23세)
·데뷔일자 2009/06/01
·최저기승중량 49kg
·통산전적 451전 26승(50/35/29/46)
·승률(5.8%)/복승률(16.9%)/연승률(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