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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1부 2
여죄수 마슬로바의 과거는 지극히 평범했다. 마슬로바는 정식으로 시집간 적 없는 남의집살이하는 여자의 딸로 태어났는데, 이 여자는 지주인 두 자매가 소유한 마을에서 가축을 돌보는 늙은 어머니와 같이 살고 있었다. 마슬로바의 어머니란 사람은 원래 시집도 못간 주제에 해마다 아이를 낳곤 했으나, 어느 시골에서나 흔히 그러하듯 갓난아이에게 세례를 주고는 바라지도 않는데 생겨나서 일에 방해나 되는 귀찮은 존재라 해서 젖을 통 먹이지 않았고, 그래서 아이는 굶어 죽곤 했다.
그렇게 죽은 아이가 다섯이나 되었다. 그 아이들 모두 세례만은 주었으나 먹이지를 않아서 죄다 죽고 말았다 .떠돌이 집시 사내한테서 얻은 여섯 번째 아이는 계집애였다. 이 아이의 운명도 역시 마찬가지였을 텐데, 그때 마침 주인인 두 노처녀 중 하나가 외양간에 들렀기 때문에 그런 운명을 모면했다. 여주인이 외양간에 온 것은 크림에서 노린내가 난다고 외양간에서 일하는 여자들을 꾸짖기 위해서였다. 이때 외양간에는 토실토실 탐스럽게 생긴 갓난아이를 옆에 낀 산모가 누워 있었다. 노처녀인 여지주는 크림에서 노린내가 나는 일과 외양간에 산모를 놓아둔 데 대해 한바탕 꾸짖고 나서 돌아가려다가, 문득 갓난아이를 보자 갑자기 마음이 움직였는지 아이의 대모가 되어주겠노라고 자청했다. 그녀는 계집아이에게 세례를 주었고, 그 뒤로는 자기가 이름을 지어준 아이를 측은히 여겨 자주 우유를 주기도 하고 산모에게 돈을 주기도 했으므로 계집아이는 죽지 않고 살아남게 되었다. 그래서 지주인 노처녀 자매는 이 아이를 '하나님이 구해준 아이'라고 했다.
아이가 세 살 때 그 어머니는 그만 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젖소를 돌보는 아이의 할머니는 손녀를 귀찮아했으므로 두 여주인이 계집아이를 맡아서 기르게 되었다. 눈이 새까만 이 계집아이는 성장해감에 따라 무척 활발하고 귀여워져서 여주인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다.
두 여주인 중 동생인 소피아 이바노브나는 마음씨가 고운 편이라 아이에게 세례를 준 것도 바로 이 이여자였다. 그러나 언니인 마리아 이바노브나 좀 엄격한 편이었다. 소피아 이바노브나는 장차 계집아이를 양녀로 삼을 생각으로 고운 옷을 입히고 글도 가르쳤다 .그러나 마리아 이바노브나는 이 아이를 일 잘하는 하녀로 길러내야 한다고 우겼다. 그래서 잔소리를 하고 벌을 주기도 했으며, 간혹 기분 나쁠 때는 매질까지 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두 주인 사이에서 자랐으므로, 소녀가 다 성장했을 때는 결국 반 하녀 반 양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름도 비칭인 카티카나 애칭인 카텐카로 불리지 않고 그 중간인 카튜샤로 불렸다. 그녀는 바느질도 하고, 방을 정돈하기도 하고, 백묵으로 성상을 깨끗이 닦기도 하고, 먹을 것을 볶거나 빻기도 하고, 커피를 끓여 내기도 하고, 이따금 여주인들과 함께 앉아 그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했다.
여러 곳에서 혼담이 들어왔으나, 그녀는 누구한테도 시집가려 하지 않았다. 편안한 지주네 집 생활에 젖은 그녀로서는 청혼해 오는 그런 머슴살이 남자들과 살기가 너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럭저럭 그녀는 열여섯 살이 되었다. 그녀가 만 열여섯 살이 되었을 때 여주인네 조카이며 부유한 공작인 대학생이 고모들을 보러 찾아왔다. 카튜샤는 상대에게는 물론 자기 자신에게조차 감히 고백할 용기도 없으면서 그를 무척 사모하게 되어버렸다. 그로부터 2년 뒤에 바로 그 젊은 공작은 전쟁터로 나가는 길에 고모네 집에 들러 나흘 동안 머물렀는데, 출발하기 전날 밤에 마침내 카튜샤를 유혹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튿날 그는 백 루블짜리 지폐 한 장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고는 그냥 훌쩍 떠나버렸다. 그가 더난 지 다섯 달이 지난 뒤에 그녀는 자기가 임신했음을 확실히 깨달았다.
그때부터 그녀는 모든 일이 싫어졌다. 그저 어떻게 하면 앞으로 닥쳐올 수치를 모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마지못해 아무렇게나 여주인들의 시중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한번은 자기도 모르게 울컥 화가 치밀어 올라 여주인들에게 마구 대들면서(하기는 그녀 자신도 곧 뉘우치기는 했으나) 이 집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했다.
여주인들도 그녀를 몹시 못마땅하게 여기던 참이었으므로 자기들 집에서 내쫓고 말았다. 그녀는 그 집을 나와 어느 경찰서장네 집 하녀로 들어갔으나, 거기서도 겨우 석 달밖에 살지 못했다. 나이 쉰이나 된 그 서장이 그녀를 집적거렸는데, 하루는 너무 적극적으로 덤벼드는 바람에 그녀도 참지 못하고, "미친놈 늙은 색마!"라고 소리치며 가슴을 힘껏 떼밀었더니 그만 벌렁 나자빠지고 말았다. 그래서 결국은 주인에게 난폭한 짓을 했다 해서 그 집에서도 쫓겨났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해산이 임박했으므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불법으로 술장사를 하는 시골 과부 산파네 집에 머무르기로 했다. 해산은 가볍게 끝났다. 그러나 마을의 한 병든 여자를 돌보아준 산파가 카튜샤에게 산욕열을 전염시켰고, 사내아이였던 갓난아기는 양육원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이를 데려갔던 노파의 말에 따르면, 그 아이는 양육원에 도착하자마자 이내 죽어버렸다고 한다.
카튜샤는 산파 집에 들어올 때 수중에 127루블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27루블은 그녀 자신이 번 돈이고, 백 루블은 그녀를 유혹한 사나이가 몸값으로 준 돈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산파 집에서 나왔을 때는 겨우 6루블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돈을 아낄 줄 몰랐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돈을 함부로 썼지만, 누가 손을 내밀면 아무에게나 선뜻내주곤 했다. 산파는 두 달치 생활비로, 즉 식비와 찻값으로 40루블을 받아냈고, 아이를 양육원에 보내는 비용으로 25루블이 나갔으며, 산파가 젖소를 산다 해서 40루블을 꾸어 주었고, 나머지 돈 약 20루블은 옷값이니 여관비니 해서 달아나버렸다. 그래서 카튜샤의 몸이 아주 완쾌되어었을 때는 수중에 돈이라곤 거의 한 푼도 없어서 당장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이번엔 산림 감시인네 집에 일자리를 얻었다. 산림 감시인은 버젓이 아내가 있는 사람이었으나, 이전의 경찰서장과 마찬가지로 들어가는 첫날부터 카튜샤를 집적거리기 시작했다. 카튜샤는 이 사나이가 징그럽도록 싫었고, 그래서 그를 피하려고 무척 애를 썼다. 그러나 이런 면에서 그는 그녀보다 노련했고 무척 교활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가 원하면 언제든 그녀를 내쫓을 수도 있는 주인이었다. 그는 기회를 노려서 마침내 그녀의 몸을 정복하고야 말았다. 이를 눈치챈 그의 아내는 어느 날 자기 남편과 카튜샤가 한방에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카튜샤를 때리려고 달려들었다. 카튜샤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한바탕 난투극이 벌어지고 카튜샤는 결국 월급도 못 받은 채 그 집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카튜샤는 도시로 나와 친척 아주머니네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다. 아주머니의 남편은 제본공이었는데, 전에는 괜찮게 살았으나 지금은 단골손님들을 죄다 잃고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팔아서 술을 마셔 버리는 주정꾼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아주머니는 조그만 세탁소를 직접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부양하는 한편, 타락해버린 남편의 뒷바라지까지 하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마슬로바에게 자기 집에서 세탁부로 일해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마슬로바는 이 세탁소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들의 고달픈 생활을 보고는 얼른 확답을 못 하고, 직업소개소에 찾아가서 하녀 일자리를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둘이 있는 어느 귀부인네 집에 자리가 났다. 그런데 그녀가 들어가고 일주일이 되자, 코 밑에 수염이 나기 시작한 중학교 6학년생 이 집 맏아들이 공부는 집어치우고 마슬로바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며 귀찮게 굴기 시작했다. 그의 어머니는 모든 것을 마슬로바의 탓으로 돌려 그녀를 쫓아냈다. 새 일자리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으나, 어느 날 마슬로바는 하녀를 전문으로 하는 소개소에 갔다가 투실투실한 손에 팔찌와 보석 반지를 요란스레 낀 귀부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 귀부인은 일자리를 찾고 있는 마슬로바의 딱한 형편을 듣고는 자기 주소를 알려주며 한번 꼭 찾아오라고 했다. 마슬로바는 그 집을 찾아갔다. 부인은 친절하게 그녀를 맞아들여 피로그(고기만두의 일종)며 달콤한 포도주를 대접한 뒤에 자기 집 하녀에게 편지를 들려 어디론지 심부름을 보냈다. 저녁이 되자 반백의 머리를 길게 기르고 역시 반백의 턱수염을 기른 키 큰 사나이가 방으로 들어왔다. 이 노인은 들어오자마자 마슬로바 옆에 붙어 앉더니, 사뭇 눈을 번쩍이고 연방 벙글거리면서 그녀를 찬찬히 훑어보고 농담을 걸어왓다. 여주인이 남자를 옆방으로 불러냈다. 마슬로바는 여주인이 "시골서 갓 올라온 아주 싱싱한 아이라니까요"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고 나서 여주인은 마슬로바를 불러내더니, 저분은 돈 많은 소설가 양반이신데 만약 네가 저분 마음에 들기만 하면 무엇이든 조금도 아끼지 않으실 거라고 말했다. 소설가는 마슬로바가 마음에 들었다. 그는 앞으로 자주 만나기로 약속하고 그녀에게 25루블을 주었다. 그러나 아주머니네 밥값을 치러주고, 새 옷이며 모자며 리본 따위를 사고 나니 돈은 금세 다 없어지고 말았다. 며칠후에 소설가는 다시 사람을 시켜 마슬로바를 불렀다. 그녀는 갔다. 그는 또 25루블을 주면서 따로 방을 얻어 이사하도록 권했다.
마슬로바는 소설가가 얻어준 집에서 사는 동안 같은 건물에 사는 쾌활한 점원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는 이 사실을 솔직히 소설가에게 고백하고 딴 집에 조그만 방을 하나 얻어 이사했다. 그러나 결혼을 약속한 그 점원은 그녀에게 이렇다 할 말 한마디 없이 니즈니로 떠나버렸다. 여자를 버렸음이 틀림없었다. 마슬로바는 홀로 남게 되었다. 그녀는 그 집에서 그냥 혼자 살아가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경찰관은 그녀에게 노랑 감찰(매춘부의 영업감찰)을 받고 건강진단에 응하지 않으면 그런 생활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아주머니네 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아주머니는 최신 유행의 옷에다 망토를 걸치고 모자까지 쓴 그녀의 모습을 보자 사뭇 경의를 표하는 태도로 맞아들였고, 이제는 제법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가 보다 싶어 감히 세탁부가 되란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마슬로바도 이제는 세탁부 노릇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는 생각할 여지도 없었다. 핏기 없는 얼굴에 뼈만 앙상한 팔을 드러낸 세탁부들(그 중 몇 명은 이미 폐병에 걸려 있었다)이 가겟방에서 죄수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연민의 정을 느끼기까지 했다. 세탁부들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노상 창문을 열어놓고 30도나 되는 비누 증기 속에서 빨래를 빨고 다림질을 했다. 자기도 하마터면 저런 감옥살이 같은 처지에 빠질 뻔했었다고 생각하자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생활을 돌봐줄 만한 남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마슬로바가 무척 곤경에 빠져 있던 바로 그때, 유곽에 여자를 알선하는 뚜쟁이가 그녀를 발견했다.
마슬로바는 이미 오래전부터 담배를 피웠지만, 최근에 그 점원과 관계를 맺고 버림을 받은 뒤로는 술 마시는 버릇까지 생겼다. 그녀가 술에 끌린 것은 비단 술맛을 알게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라, 무엇보다도 술이 그녀가 겪은 쓰라린 과거를 전부 잊게 하고, 술을 마시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마음의 안정과 자기 존엄에 대한 자신을 갖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술기운이 없을 때는 항상 우울한 수치감을 느꼈다.
뚜쟁이 여자는 아주머니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마슬로바에게도 술을 잔뜩 먹여놓은 다음, 시내의 썩 좋은 업소에 들어가기를 권하면서 그곳 생활이 얼마나 편하고 유리한가를 침이 마르도록 설명했다. 마슬로바 앞에는 두 가지 길이 있을 뿐이었다. 주인 남자의 강요에 못 이겨 남몰래 일시적인 간음 행위를 해야 하는 굴욕적인 하녀살이를 할 것인가, 아니면 법적으로 보장된 편안한 상태에서 법률로서 공공연히 허용될 뿐만 아니라 돈벌이도 잘 되는 연속적인 간음 생활을 할 것인가 하는 두 가지 길이었다. 마슬로바는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그녀는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를 처음 유혹했던 남자와 그 점원에게, 그리고 자기한테 나쁘게 한 모든 사람에게 앙갚음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비로드 옷이건 비단 옷이건 어깨와 팔이 드러나는 야회복이건 무엇이든 맘대로 맞춰 입을 수 있다는 뚜쟁이의 말에 그녀는 마음이 쏠렸고, 이것은 그녀가 최종적인 결심을 하게 된 원인의 하나였다. 앞가슴을 넓게 파고 검은 비로드 끝동을 단 눈부신 황금빛 비단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본 그녀는 더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뚜쟁이에게 신분증을 내주고 말았다. 그날 저녁 뚜쟁이 여자는 전세 마차를 잡아 유명한 키타예바의 유곽으로 그녀를 데려갔다.
그때부터 마슬로바에게는 하나님과 인간의 계율에 어긋나는 만성적인 죄악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오로지 국민 복지를 염려하는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고, 아니 그 보호까지 받아가며 몇십 몇백만의 여성들이 영위하고 있는 생활이었다. 그러나 이런 여성들의 십중팔구는 고약한 질병을 얻고 조로와 단명으로 그 생활을 끝마치기 일쑤였다.
밤새껏 부어라 마셔라 난장판을 벌이고 나서 아침과 낮에는 늘어지게 잠을 잔다. 2시나 3시경이 되어서야 지친 얼굴로 잠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난다. 해장 삼아 탄산수를 들이키고 다시 커피를 마신 후, 실내복이나 재킷이나 자리옷 바람으로 이 방 저 방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기도 하고, 커튼을 들쳐 창밖을 멍청히 내다보기도 하고, 쉬어빠진 시들한 목소리로 서로 욕질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몸과 머리를 씻고 닦고 문지르고, 향수도 담뿍 뿌린다. 새 옷이 몸에 맞나 입어보고, 옷 모양 때문에 주인 마담하고 말다툼을 하기도 한다. 거울 앞에서 옷맵시를 살펴보고, 연지도 바르고 눈썹도 그리고, 달고 지방분 많은 음식을 먹는다. 그러고는 몸뚱이가 거의 드러나 보이는 눈부신 비단옷을 입고서 밝고 화려하게 장식된 홀로 나간다. 손님들이 모여든다. 음악, 춤, 과자, 술, 담배, 그리고 간음 상대는 젊은 사람, 중년배, 애송이, 늙어빠진 노인, 독신자, 기혼자, 장사치, 점원, 아르메니아인, 유대인, 타타르인, 부자, 가난뱅이, 건강한 사람, 병든 사람, 술 취한 사람, 술 안 먹고 맨송맨송한 사람, 난폭한 사람, 친절한 사람, 군인, 문관, 대학생, 고등학생 할 것 없이 온갖 계층과 연령과 성격의 사내들이었다. 그리고 고함을 지르고, 농지거리를 하고, 음악과 담배와 술과, 또 다시 술과 담배와 저녁부터 새벽까지 계속되는 음악, 아침이 되서야 겨우 해방되어 또 깊은 잠에 빠져버린다. 일주일 내내 이러한 나날이 되풀이 된다. 그리고 주말에는 국가 기관으로, 즉 경찰서로 나들이를 간다. 거기서는 나랏일에 종사하는 관리들과 의사들이, 남자들이 때로는 거드름스레 엄숙한 태도로, 때로는 장난스러운 쾌활한 태도로 죄악을 막기 위해 하나님이 인간뿐 아니라 짐승들에게까지 부여한 수치심을 아예 무시하고 이 여자들을 검진한 다음, 지난 일주일 동안 그들이 자기 상대자들과 해온 범죄 행위를 다시 계속해도 좋다는 허가장을 발급한다. 그러면 다시금 똑같은 일주일이 시작된다. 이렇게 날이면 날마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평일이건 휴일이건 할 것 없이 같은 생활이 계속 되었다.
마슬로바는 이런 식으로 7년을 살았다. 그동안 그녀는 유곽을 두 번 옮기고, 한 번 병원에 입원했다. 창녀 생활을 시작한 지 7년째 되던 해, 그러니까 최초로 몸을 버린 뒤로 8년째인 스물여섯 살 때 그녀에겐 우연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그녀는 구속 수감되어 6개월 동안이나 살인범이나 절도범 등의 여죄수들과 함께 감옥에 갇혀 있다가 이제야 법정에 끌려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