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관 체험 하던 날
저는 지난 3월 초부터 3개월 과정의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월욜 오후는 3시간 교육을 받고 토요일 오전에는 암 병동으로 실습(4시간)도 나갑니다
교육 첫날
교육의 일부인 유언장 쓰기 숙제를 내 주었는데..
한달여를 체증처럼 끙끙대다 3월 말에서야 유언장을 썼던 기억도 새롭습니다
5월 말까지 교육을 받고 6월 초에 수료를 하게 됩니다
실습 시간 20시간 다 이수했지만..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은 암병동을 찾으려합니다
봉사를 한다기보다는 그저 가시는 길에 마음 나누고 싶어서고
작은 힘이지만 필요하다면 함께 하고 싶어서입니다
각설하고, 지난 월요일 / 5월 12일
새벽부터 내리는 비는 종일 그치지를 않았습니다
간밤에는 잠도 설쳤습니다
빗소리 때문만은 아니었던것 같습니다
입관체험하는 날이 다가오면서 며칠을 살짝 흥분 되기도 했고..
착잡한 마음과 지난 날들의 후회스러웠던것들, 안타까웠던것들이 머리 속을 어지럽게 하더군요
ITQ시험의 부담감이려니 했던것이 아니었더라구요
암튼, 새벽비에 눈을 뜨고는 여느 날과는 다른 마음 가짐을 해 봅니다
간접체험이지만, 세상을 떠나는 날? 아침이어서였나봐요
아이들에게도 따뜻하게 안아주었더니.. 피하더라구요 ㅎㅎ
장롱문을 열고는 흰옷이란 흰옷을 다 꺼내 놓고 부산스러운 나를 보던 남편이 한마디 합니다
비도 오는데... 웬 흰옷?
자초지종을 말하니 치마를 입어도 흘깃 한번 보고는 입을 굳게 다뭅니다
(남편은 제가 치마 입는것을 싫어하거든요...)
혼잣말로 흰옷을 입어야하는데.. 원피스도 입었다가 짧은 치마도 입었다가
아참!!! 관에 누워야 하니 짧은 것은 조금 무리가 있겠고 긴 옷을 입자니..
종일 치렁치렁 불편할꺼 같고..
결국은 흰 바지에 흰티, 그리고 흰 가디건을 걸치고 집을 나섰습니다
컴 교육장까지 남편이 데려다 주고 수업후에는 남편이 장례식장까지 데려다 주더라구요
남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부음 듣고 달려가 조문하던 장례식장으로 들어서는데
엄습해 오는 긴장감과 초조함으로 숙연해지고, 빗 소리마저도 처연하게 들리고...
시간보다 좀더 일찍 들어섰는데 목사님과 몇몇 분은 벌써 와 준비를 마치셨더라구요
병풍 쳐진 뒤쪽으로 흰 관이 보이는데..
어른들 모셨을 때와는 또 다른 관이서 갸웃 했더니
요즘은 나무관이 아닌 흰 꽃관을 많이 쓴다합니다
오늘의 절차는 자기가 쓴 유언장을 읽고 관에 들어가 누우면
관 뚜껑을 덮고 못을 박듯 탕탕 4번 두드립니다
그리고 잠시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관 속에서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것입니다
김승주 목사님의 "수고하셨습니다" 말과 함께 관 뚜껑을 열면 부활?을 하는겁니다
가나다순으로 호명되다보니..
제가 두번째로 입관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 내리고, 유서 아닌 유언장을 읽다보니
주체 할 수 없는 설움과 회환이 북받쳐 뜨거운 눈물도 흐르고
끊어 읽기를 몇번! 간신히 마지막 인사를 하고 관 속에 누웠는데...
잠시 동안이었지만 머리 속이 정말 분주하더군요
살면서 죽음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었던 귀한 체험으로
남은 생은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단 생각을 다잡았습니다
사년전, 어머니 소천 하셨을 때 그 먹먹한 가슴 앓이처럼 다시 아팠지만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같이 있을 수 있음으로 감사하며
간절함으로 화살기도를 드리고 예식?을 끝냈습니다
덤으로 얻은 삶!!
열심히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첫댓글 애썼어요..우리 경수! 정말 덤으로 얻은 삶이고 회한이 이제는 갚음의 세월로 가게 하는 귀한 체험이었습니다... 우리 열심히 사랑함며 살자고요~
네에~~ 귀한 체험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