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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무역 금으로 만든 스톤헨지의 커플링 제품. 링 안쪽에 인증 로고가 새겨져 있다. photo 스톤헨지 |
일반 금보다 10% 비싸
국내 주얼리 업체인 스톤헨지는 공정무역 금으로 만든 반지를 출시했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판매 중인 공정무역 금반지는 200쌍을 위한 커플링으로 ‘아시아 최초의 공정무역 금반지’라고 자랑한다. 14k 기준 남성용은 68만7000원, 여성용 52만3000원이다. 일반 제품보다는 10% 정도 가격이 비싸지만 공정거래·공정채굴을 통해 채취된 ‘착한 금’으로만 만들었다고 내세운다. 스톤헨지의 김혜원 차장은 “사랑의 징표로 주고받는 커플링을 만든 금이 광부들의 노동력과 인권을 착취하여 얻어진 것을 알고도 커플링을 나눠 낄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라며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를 맞아 커플링을 찾는 연인들에게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는 공정무역 금 커플링을 소개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공정무역(Fair Trade) 개념은 커피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생산자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소비자에게는 좀 더 질 좋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하고 지구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대안무역이다. 공정무역 커피는 1988년 처음 등장했지만 공정무역 금은 2011년에 처음 선보였다. 공정무역 제품들은 커피나 보석을 막론하고 생산자나 판매자가 공정무역 제품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국제공정무역인증기구(FLO)가 공식 인증을 해야 한다. 공정무역 인증 제도는 2002년부터 시작됐는데, 공정무역 금의 경우 생산·채굴 과정 등에 대한 FLO의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공정무역 금은 일반 금에 비해 소량만 생산되기 때문에 일반 금보다 10%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공정무역 금의 가격에는 생산 비용은 물론 광부들을 위한 환경·교육 지원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 같은 공정무역 금으로 만든 제품에는 ‘fair trade & fair mined’라는 듀얼 로고가 각인된다. 이는 금이 공정한 방법으로 채굴되고 노동자들에게 적당한 임금이 지불되었음을 뜻하는 것으로 생산 과정과 공급 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한다.
공정무역 금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1년 4월 영국의 왕위계승 서열 2위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 때다. 전통적으로 영국 왕실의 결혼 주얼리는 스노 도니아의 세인트 데이비드 광산에서 채굴한 금을 사용해 왔지만 왕세손비인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 주얼리는 이례적으로 공정무역 금으로 만들었다. 다이애나비의 사파이어 반지를 제작한 바 있는 영국 왕실 전문 주얼리 브랜드인 가라드(Garrard)가 공정무역 금을 이용해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 주얼리를 제작한 것이다.
케이트 미들턴보다 먼저 최초의 공정무역 금 주얼리를 착용한 유명인은 영화배우 콜린 퍼스와 그의 아내 리비아 퍼스다.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콜린 퍼스 부부는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할리우드 레드 카펫을 친환경 그린 카펫으로 바꾸자는 캠페인에도 앞장서고 있다. 퍼스 부부는 2009년 골든글로브 시상식 때부터 낡은 옷을 재활용한 업사이클 드레스나 재활용 소재로 만든 드레스 같은 윤리적인 패션만을 고집했다. 2011년 콜린 퍼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 리비아 퍼스는 CRED라는 공정무역 금 전문 주얼리 브랜드가 생산한 공정무역 주얼리를 착용했다. 영국 왕실과 할리우드 배우의 공정무역 금 제품 착용 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중시하는 영국 사회 상류층 사이에서 주얼리를 공정무역 금으로 제작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금은 재앙의 광물
- ▲ 공정무역 마크가 새겨진 금괴.
세계 곳곳의 금광에서 심각한 환경오염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 시달리는 광부들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물질을 채굴하지만 노동력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도 흔하다. 광부의 노동력 착취로 얻어진 영세 광산업체의 금은 지역 수집상을 거쳐 중간상인에게, 다시 대도시의 상인을 거쳐 시장으로 나간다. 이 과정에서 참여한 누구도 자신들이 파는 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됐는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은 1940년대부터 일기 시작했지만 공정무역의 대상으로 금에 대한 관심은 최근까지 전무했다. 금과 함께 최고의 사치품으로 꼽히는 다이아몬드의 경우 2003년부터 ‘킴벌리 프로세스’를 통해 아동 강제노역을 비롯한 인권유린을 막고 분쟁지역의 다이아몬드가 유통되는 것도 철저히 방지하고 있다. 그러나 금은 2000년대 초 시작된 미국의 노 더티 골드(No Dirty Gold) 캠페인과 영국의 NGO 단체인 CAFOD(국제빈곤퇴치운동)가 2006년부터 벌인 발굴 공정성 캠페인이 대형 금 광산의 환경 이슈를 부각해 왔을 뿐이다. 2011년에야 공정무역 금이 선보인 까닭이다.
2006년 영국의 CAFOD가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3분의 1이 금의 생산 방법에 대해 고려하는 상점에서 금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답했고, 4분의 1이 가격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공정무역 금을 구매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영국의 공정무역 단체에서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특별한 날을 위해 구매하는 보석이 공정무역&공정채굴 듀얼 라벨이라면 더욱 특별한 가치와 의미를 부여받게 될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도 많았다.
친환경 먹거리 제품에도 인증마크를 꼭 확인하듯이 인증마크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보장을 뜻한다. 사랑하는 이의 이니셜 옆에 ‘fair trade & fair mined’라고 찍힌 커플링으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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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주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