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11구간 황장재~대궐령 1

[달팽]

• 빛과 색이 연출한 갓바위골의 황홀경

• 2017. 11. 4 청솔산악회, 26인
• 황장재-갈평재-절등재-대둔산-먹구등-명동재-느지미재-왕거암-대궐령-갓바위골-달산초교 용전분교 (20km)

오전 9:30 무렵 황장재에 내렸다. 낙동정맥 11구간이다. 두 주 전에 아랫삼승령까지 제7구간을 마쳤으나, 세 구간을 건너뛰고 오늘은 황장재부터 대궐령까지다. 전체적으로는 청송과 영덕에 걸친 주왕산 자락이다. 겨울이 오면 갈 수 없는 길이니, 그 전에 마치자는 것이다. 오늘은 26명이나 왔다고 한다. 낙동정맥 시작한 이래 최다 인원이다.

워낙이 버스 맨 뒷자리여서 제일 늦게 시작했다. 5km 안에 해발고도 600미터 가량을 올려야 한다. 길은 몹시 가파른데, 단거리 육상을 하듯 최고 속도로 오른다. 자유인님이 바로 뒤에서 따르는데, 급경사를 빠르게 오르니 자꾸 힘에 부치고 현기증이 난다. 쉬지 않고 질주하여, 1시간 20여분만에 5km 지점 대둔산에 올라 드디어 선두조와 만났다. 인증은 단체사진으로~.

2.5km 가량 더 나아가니, 맥사이버님이 유치원 선생님 목소리로 알린다. 즐거운 점심시간예요~~~. 다 먹기 전에 거의 모든 분들이 합류했다. 먹구등과 명동재를 거쳐 진행하는데, 낙엽이 깊다. 발목은 기본이고 심하면 무릎이다. 어여가자 대장님은 표지기 시그널 놓는 데 어려움이 많다. 우리도 낙엽에 자꾸 미끄러져 어려움이 많다. 후답자가 길을 알아보도록 선두조 모두 러셀에 여념이 없다. 가을산행의 진풍경이다.

선두조 뒷부분에서 나는 여기저기 두리번거린다. 이정표가 아니면 아직 사진을 남긴 게 없다. 단풍이 조금이라도 남았으면 사진에 담을 양이다. 하지만 낙엽이 무릎인데 남은 게 뭐가 있을까. 우리 가는 등로에 더 이상 가을은 없다. 느지미재에 닿아 모두들 숨을 돌렸다. 이게 마지막 휴식이 될 줄이야... 가방털이라도 할껄~....

1:45 무렵 왕거암에 올랐다. 14km 지점, 907m. 오늘의 최고봉이다. 왕거암은 주왕과 관련된 지명일 터... 그의 산(주왕산)이 한 눈에 보인다. 가메봉까지는 1.8km인데, 다녀오기엔 벅찬 거리여서 너무 아쉽다. 난 한 주 전에 다녀왔으니 괜찮지만, 자유인님이 못내 서운하신가 보다.

30여 분만에 2km 더 걸어 대궐령에 닿았다. 전망대에 서서 가메봉을 등지고 앞을 보니 시야가 탁 터지고 하늘구름이 너무 화창하다. 이리 좋을 수가.... 저 아래 큰 바위가 갓바위란다. 그 길로 내려간단다. 몇몇 사람의 파노라마 사진을 찍었다. 박재희님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담으니 선두는 새처럼 날아갔다.

둘이서 갓바위골 코스로 내려서는데, 경치가 너무 멋지다. 가까이서 보니 갓바위가 정말 웅장하다. 바위 바로 아래 더 좋은 전망대가 있어 다시 파노라마를 돌렸다. 박재희님도 사라졌다. 혼자서 10여 분 더 내려가니, 아뿔싸! 좌측으로 바위 봉우리들이 나오는데... 마치 1275봉을 보듯 암봉미가 빼어나다. 주변은 온통 단풍으로 화려하다.

아, 어딜 보아도 이 길은 환상의 길이다. 크고 작은 소나무, 노랗고 빨간 단풍, 천정 뚫린 구멍으로 드러나는 파란 하늘, 무엇보다도 최고의 감독과 연출은 빛과 색이다! 오후나절의 햇살이 남동으로 흐르는 정맥길 산등을 넘어 갓바위골로 뿜어흐른다. 감당치 못하게 눈부신 햇살은 그 사이 절제된 빛으로 숲을 채운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낙락장송과 나무들, 가을을 머금은 모든 잎사귀와 빛나는 단풍잎.... 빛은 나무 아래 허공을 넘나들며 색을 창조한다. 그러면 나무마다 줄기는 검고 매우 육중하다. 하지만 빛을 받으면 각각 적송과 백송의 정체를 드러낸다. 잎사귀는 연하고 부드럽게 색을 뿜고 빛을 발한다. 혹은 눈부시고 강렬하게....

아, 절제된 빛이 숲속에서 갖가지 색을 만든다. 하지만 모든 색은 이 숲에서 조화롭다. 덕분에 숲속의 사위는 깊고 사뭇 신비를 더한다. 10분도 못 가니 용전봉 시그널이 붙어있다. 뒤를 돌아보니 파란 하늘 하얀 구름 위로 갓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모습이 흡사 산을 넘는 거북이 형상이다! 차가운 바위에 생명을 불어넣어 산을 넘고 하늘을 나는 거북이로 만드는 건 빛의 연출이고 색의 조화다.

대궐령부터 갓바위탐방지원센터까지 2km, 혹 용전리까지 3.7km는 우리에게 접속구간이다. 본래 영덕의 용전리에서 갓바위를 지나 대궐령, 왕거암, 가메봉까지 가는 6km 산길은 1976년 주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며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폐쇄시킨 구간이다. 그러다가 2016년 10월 22일, 무려 40년만에 개방했다. 난 그 길로 내려오며, 너무 황홀하여 선두조를 이탈하였다. 빛과 색이 연출하는 가을의 향연을 끝없이 바라보며... 끝없이 눈과 마음에 담으며... 난 그렇게 즐겼다.

[산태공]

오늘 전화도 주시고. ㅎㅎ
멋진 산행기~
감사합니다

[달팽]

산행기 멎지다니 쑥스럽네요~. 읽어주시고 댓글도 주시니 감사합니다...

[산강존하]

사진 감사합니다. 선두 그룹에 간만에 끼어는대 증명사진 까지... 매우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달팽]

간만이라니요. 늘 막강하신데요. 전 늘 뒷자리라서 따라가려면 어지럽고 현기증이 납니다. 낙동 다하는 그날까지 건강하시고 함산 즐산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