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사라지는 출석교인들… 무엇이 문제일까
입력:2024-11-22 03:03
우리 교인 다 어디로?/ 톰 레이너 지음/정성묵 옮김/두란노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교인들이 이전만큼 교회 생활에 열정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30년 목회 경력의 올리버 와그너(59) 목사가 교회의 최근 지표를 살피며 든 생각이다. 와그너 목사는 ‘바이블 벨트’(보수 복음주의자가 주로 거주하는 미국 중남·동남부 지역)에 속하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커넥션교회를 8년째 담임하고 있다.
80년 역사를 지닌 교회는 동네 평판도 나쁘지 않았다. 인구 1만명의 작은 농촌이지만 최근 마을이 신도시로 지정되고 인근에 첨단기술단지도 있어 교회에 새로 유입된 신자도 꽤 됐다. 그럼에도 그가 현 상황에 의구심이 든 건 등록 교인과 출석 교인 간 격차가 꽤 커서다. 총 교인 수는 425명인데 주일 평균 출석 교인은 206명에 그쳤다. 교인 절반 이상이 더는 교회를 찾지 않는 셈이다.
와그너 목사는 미국 교회 컨설팅기구 ‘처치앤서즈’ 대표인 저자 톰 레이너가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1990년부터 지금껏 교회 컨설턴트로 활약 중인 그는 34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소설’인 이 책을 썼다. 탈기독교시대에서 ‘조용한 죽음’을 맞는 교회는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생생히 묘사하기 위해서다.
전작에서 현대 교회의 실패와 부흥 요인을 분석한 저자는 이번엔 뾰족한 이유 없이 사그라지는 교회에 집중했다. 책에 등장하는 커넥션교회가 이런 부류의 교회다.
밖에서 보기엔 젊은 층의 새신자가 꾸준히 등록하며 성장하는 교회였으나 실제로는 출석교인이 매년 7%씩 하락하는 ‘비어가는 교회’였다. 최근 봉사자를 구하기 유달리 어려운 것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꾸준했던 헌금액이 지난 18개월간 눈에 띄게 감소한 이유도 여기 있었다.
와그너 목사가 주요 임직자 7~8명과 교회 실태를 파악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면서 문제점은 수면 위로 드러난다. 이들이 숫자로만 거론되던 출석 교인 감소를 본격 체감한 건 일명 ‘질 리드 자매 행방불명 사건’ 때문이다. 그간 교회에서 ‘핵심 자원봉사자’로 꼽혔던 리드 자매는 TF 자리는 물론 교회에도 6개월여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TF 구성원들은 등록 교인이나 출석 교인은 아닌 그처럼 현재 “적잖은 교인이 교회에 점점 덜 나오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문제를 파악한 TF 구성원들은 열심히 봉사하다 교회를 떠난 성도 그룹과 가장 활동적으로 봉사하는 성도 그룹을 나눠 면담하며 이들의 동인(動因)을 추적한다. 동시에 와그너 목사는 신약성경 속 초대교회와 비교했을 때 커넥션교회가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살폈다.
이들이 밝혀낸 ‘교회를 조용히 죽이는 문제’는 5가지다.
‘교회가 성경의 기본 진리를 가르치지 않았’고 ‘교인들에 대한 교회의 기대 수준이 낮았다.’
또 ‘대다수 교인이 성경적 의미의 교인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불신자 전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울러 ‘제자훈련보다 각종 프로그램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자는 이들 문제가 커넥션교회만 겪는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에게 “상담을 요청해오는 수천 개의 교회가 이와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TF 모임에서는 이밖에도 20여년간 봉사에 헌신했다 탈진해 주일성수를 쉬는 노부부와 “성도 각 사람이 교회”라며 온라인 예배만 드리는 중년 교인, 자녀 교육을 이유로 매주 예배 출석에 난색을 보이는 3040교인 등 조용히 교회를 떠난 이들의 면면을 조명한다.
대안은 있을까. 저자는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성경에 기초한 질문을 만들어 각자의 교회에 던져보라”고 조언한다.
커넥션교회처럼 ‘믿는다’ ‘속한다’ ‘드린다’ ‘간다’란 강령을 정하고 이를 위해 교인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자문자답해보라는 것이다. 그는 “이 5가지 척도로 미국 교회를 본다면 85%가 심각하게 병들어 있을 것”이라면서도 “교회엔 아직 소망이 있다”고 말한다.
“교회를 향한 성부의 사랑과 성자의 사역, 성령의 능력을 절대적으로 믿기 때문”이다. 더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닌 한국교회가 희망을 거두지 말아야 할 이유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32091804&code=23111312&sid1=mc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