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월) 오후 2시 경기도 수원시 정자동주교좌성당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수원교구 생명평화 미사’가 봉헌됐다. 이날 미사에서 최덕기 주교는 강론을 통해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4대강 사업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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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강우일 주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회회칙 <진리 안의 사랑> 48항에서 "자연에는 그것을 무분별하게 착취하지 않고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한 목적과 기준을 알려주는 ‘공식’이 담겨 있습니다."는 구절을 인용했다. (사진/ 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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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주교는 먼저 대통령에게 불명예스럽게 법정에 섰던 전임 대통령들과 같은 상황을 맞지 않으려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국민의 다수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라며 “이 사실을 믿기 어려우면 국민투표를 해서 정도를 걸어가십시오”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최 주교는 이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가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한다며 정보공개와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국민이 양쪽의 말을 듣고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하고, 이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최 주교는 마지막으로 4대강을 찬성하는 정치인과 반대하는 정치인 모두에게 질문했다. 찬성 측에는 “당리당략을 위해서 양심을 팔아먹은 체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자문하라고 요구했고, 반대 측에는 “4대강 때문에 정치생명이 끝나는 것이 두려운 것”인지 물었다. 이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이 “4대강 사업 예산이 통과되지 않도록 (여러분의)결의를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에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와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미사에는 참석하지 못했으나 생명평화미사에 참석한 교형자매들에게 메시지를 남겨, 4대강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집행위원장 서상진 신부가 대신 낭독했다.
강 주교는 메시지를 통해 “예수님은 모든 보잘것없는 이들에 대한 섬김으로써 하느님 다스림의 실체를 보여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태초로부터 인간들이 당신의 이러한 다스림을 배워 세상을 축복의 나라로 만들기를 원하셨던 것”이라며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회 회칙인 <진리 안의 사랑> 51항을 인용해 교회와 공공분야가 피조물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 주교는 메시지를 통해 “4대강 사업은 반생명적인 환경파괴일 뿐 아니라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은 당장 중지되어야 합니다”라며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을 살리는 일과 모두가 더불어서 함께 사는 복음적인 사회를 구현하는 데 함께할 것을 약속드립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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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 그리스도는 특별히 가난한 사람, 고통받는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에게 구원을 안겨주셨고, 세상의 불의와 맞서 싸우셨다. 우리는 이러한 예수의 뜻을 따라 기도해야 한다. (사진/ 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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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끝에는 팔당 유기농 단지 공동대책위원회 유영훈 대표가 “두물머리의 얼마 남지 않은 농민들이 고민이 많다”며 그 아픔을 공감해 달라고 부탁했다. 유 대표는 “유기농의 가치가 존중되지 않는 한, 농민의 존엄성이 존중되지 않는 한, 생명과 평화의 상징으로서 두물머리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는 한 우리는 이 땅을 떠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끝까지 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현재 두물머리에서는 279일째 4대강 사업 중단과 유기농지 보전을 위한 미사가 매일 봉헌되고 있다.
이날 미사에서 최덕기 주교와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둘 다 소통하지 않는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이용훈 주교는 “한국 천주교회 주교단이 성명을 통해서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뒤 5개월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정부의 어떤 성의있는 자세와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홍보에만 전념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최 주교 역시 “거짓말투성이 4대강사업을 마치 구원의 방주처럼 과대포장 선전하는 것은 얼마나 가증스러운 일입니까?”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생명평화미사는 천주교 창조보전연대 양기석 신부가 성명을 발표하며 끝을 맺었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는 위령성월(한국 가톨릭은 11월을 위령의 달로 지정,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기도한다)을 맞이하며 “4대강 토건공사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 앞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거룩한 분노와 의로운 저항을 통해 생명의 강을 지켜내고자 하는 우리들의 기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 명 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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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삶과 죽음에 대하여 기도하는 위령성월입니다. 생명의 강과 그 강에 삶의 터전을 일구었던 농부들, 그리고 강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뭇 생명들이 약동의 기쁨도 느껴보지 못하고 전광석화 같이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토건공사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 앞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물신주의와 황금만능주의의 심각한 위협 아래 놓여 있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자가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하여, 일부 사람들의 재산 부풀리기를 위하여 미물의 생명부터 가난한 이들의 삶의 자리까지 철저하게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둔 1단계 사업인 4대강 토건공사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4대강 토건 공사를 녹색성장의 선도모델이라고 주장하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년 동안 17조를 투입하고 사상 유례가 없는 건설 속도전으로 막개발을 예고하는 4대강 대운하 사업이 녹색성장의 선도모델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대통령 임기 내에 마무리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망상으로 인하여 대화와 소통을 철저히 외면한 채 무한 질주의 속도로 오늘도 공사를 강행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서둘러 보를 만들고 준설을 완료하여 4대강 사업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이명박식 "대못 박기"입니다.
더 나아가, 과도한 준설과 댐 건설이 불러오게 될 자연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경남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요구에 대해 충분히 대화도 하지 않고 강제로 사업권을 회수하겠다는 것은 국민 여론과 관계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겠다는 대국민 협박에 다름 아닙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공동선의 의무입니다. 복음화는 단순히 교세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공동체와 그 공동체가 속한 사회가 복음적 가치를 선택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촉구하고 복음을 삶으로 드러내 보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끊임없이 기도했습니다. 150일 릴레이 단식기도와 279일째 봉헌되는 두물머리 생명평화미사, 경기도청 앞 사제삭발기도를 비롯해 대한문 앞에서, 국회의사당 앞에서 풍찬노숙도 마다하지 않으며 단 한시도, 단 하루도 생명의 기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포크레인에 신음하는 강의 위로가 되기 위해 낙동강, 금강, 영산강, 남한강 등 전국 방방곡곡 가보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거룩한 분노와 의로운 저항을 통해 생명의 강을 지켜내고자 하는 우리들의 기도는 계속될 것입니다.
강은 단순한 물줄기가 아닙니다. 강은 수많은 생명들의 터전이며 인간의 문명과 문화를 온전히 담고 있는 역사의 현장입니다. 생명과 역사를 품고 수백 년을 굽이쳐 흘러온 4대강은 한반도의 대동맥이요, 우리 모두의 소중한 자산이고, 생태계의 보고이며, 하느님의 모습을 담고 있는 신앙의 유산입니다.
강은 대통령의 개인적 신념에 따라 마음대로 파헤쳐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 같은 주권자들의 명령에 따라야 합니다. 그것이 거짓과 불의한 권력의 비참한 말로를 모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임을 경고합니다.
끝으로, 국민의 충직한 공복이 되고자 하는 모든 양심적 정치인들에게 호소합니다. 여러분들이 4대강 사업 예산 삭감과 복지예산 확충 등 4대강 토건공사를 중단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견제에 나설 때 4대강 사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당리당략적 이해관계를 떠나 우리 사회의 참된 미래를 진지하게 모색하는 정치권의 진정한 충정을 보여줄 것을 요청합니다.
“네가 부르짖으면 그분께서 반드시 너희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들으시는 대로 너희에게 응답하시리라.”(이사야 30, 19)
2010년 11월 22일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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