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인 러시아가 1,000루블과 5,000루블 짜리 고액권의 디자인을 바꿔 새로 발행했다. 기존 1,000루블 지폐에는 야로슬라블의 유명 장소가 인쇄돼 있었으나, 새 지폐에는 볼가 연방관구(러시아 연방은 모두 8개의 연방관구로 구성된다/편집자)의 니즈니노브고로드와 카잔, 우파의 지역 명소가 들어갔다. 또 5,000루블 짜리 새 지폐에는 예카테린부르크 등 우랄 연방관구의 모습들이 새겨졌다.
그러나 1,000루블 신권의 경우, 인쇄된 니즈니노보고로드의 성당 삽화에 대한 러시아 정교회측의 항의에 발행이 일단 중단됐다. 신권 발행이 시작부터 역풍을 맞은 모습이다.
세르게이 벨로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지난 3월 초, 디자인을 현대화하고 위조 방지 기능과 내구성을 높인 1,000 및 5,000루블 짜리 지폐를 새로 발행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일간지 이즈베스티야와 온리인 매체 r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 지난 16일 1,000루블과 5,000루블 짜리 신권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치솟는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두 고액권의 시중 유통 비중은 50%를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 1,000루블 새 지폐
1,000루블 짜리 지폐는 시중에 유통되는 전체 지폐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2001년 발행된 기존 지폐에는 야로슬라블을 상징하는 그림(키예프 공국의 야로슬라프 대공과 야로슬라블 크렘린)과 (타타르스탄 자치공의 수도) 카잔의 성모와 성당이 삽화돼 있었으나, 새 지폐의 앞면에는 니즈니노브고로드 크렘린의 니콜스카야 탑(Никольская башня) 등이, 뒷면에는 카잔의 타타르 역사 박물관과 카잔 크렘린의 슈윰비케(башня Сююмбике) 등이 새겨졌다.
1,000루블 짜리 구 지폐(위)와 새 지폐/사진출처:러시아 중앙은행
그러나 카잔 크렘린에 있는 '궁전 교회 건물'(зданиe Дворцовой церкви)의 이미지에 십자가가 없다는 이유로 러시아 정교회 측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십자가는 원래 소련시절에 제거됐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신권 공개 이틀 후인 18일, 1.000루블 짜리 새 지폐의 발행을 중단하고 디자인을 개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1,000루블 신권 앞면에는 돋보기로만 볼 수 있는 민속 공예품 등 마이크로 이미지가 많이 들어가 있다.
◇ 5.000루블 짜리 지폐
러시아에서 가장 고액권인 5,000루블 지폐는 시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된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이 지폐의 비중은 전체 유통량의 35%, 전체 액면가의 절반 이상이다.
2006년 발행된 기존 지폐에는 앞면에 하바로프스크의 무라예프-아무르스키 기념비가, 뒷면에는 아무르강 다리가 그려져 있었다.
5,000루블 짜리 구권(위)와 신권/사진출처:러시아 중앙은행
그러나 새 지폐의 앞면에는 예카테린부르크에 있는 유럽-아시아 경계석(стела «Европа-Азия)을 중심으로 예카테린부르크의 '랜드 마크'로 불리는 비즈니스 센터 등 유명 건물들이 들어가 있다. 또 지폐 뒷면은 우랄 연방관구에 속하는 첼랴빈스크의 '우랄 이야기' 조각품(скульптурная композиция «Сказ об Урале»)을 북극권 기념비와 항공기 엔진, 석유 및 가스 채굴 장비 이미지들로 둘러싼 모습이다.
벨로프 부총재는 "우랄 지역의 산업 잠재력을 5,000루블 신권에 반영한 것"이라며 "사용자가 화폐의 보안 기능에 대해 알아볼 수 있도록 러시아 중앙은행으로 연결되는 QR 코드가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2025년 말까지는 액면가 10,000루블 짜리 지폐를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영화 해적판 나돌아
세계에서 가장 '핫한' 가수로 꼽히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가 전세계 개봉 1주일만에 러시아에서도 '해적판'이 인터넷에 나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지 이즈베스티야에 따르면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이하 '스위프트')는 미국 팝스타 스위프트가 지난 3월부터 전 세계에서 이어가고 있는 '월드 투어'의 공연 영상으로, 지난 13일 전세계에서 개봉된 지 1주일여만에 약 1억 3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 2011년 '저스틴 비버: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Justin Bieber: Never Say Never Again)'을 능가(9,900만 달러)하는 대단한 기록.
또 2009년 마이클 잭슨 사후 제작된 콘서트 영화 'Here and that’s it'이 전 세계적으로 2억 5천만 달러 이상을 끌어 모았지만, 개봉 1주일 기록으로는 '스위프트'를 넘어서지 못했다. '스위프트'의 열풍에 맞서기 위해 경쟁작 '엑소시스트: 빌리버'가 한 주 앞당겨(13일이 아닌 6일) 개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영화 '스위프트'의 한 장면/사진출처:Cinemark Theatres
'스위프트'는 3시간짜리 콘서트 영화다. 스위프트는 현재 전세계 투여공연 중인데, 콘서트에 갈 수 없는 팬들이 이 영화로 몰린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영화 주요 배급사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한 상태여서, 러시아 영화관들은 '스위프트'를 정식으로 걸지 못한다. 팝스타 스위프트에 열광하는 러시아 팬들에게는 아쉬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러시아에 스위프트 팬들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닌 모양이다.
이즈베스티야는 "주요 영화관 관계자들이 영화 '스위프트'의 성공을 믿지 않고 있다"며 "어떤 사람들은 영화 뿐만 아니라 가수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팬 커뮤니티에서는 '스위프트'를 대형 스크린(영화관)으로 보게 해달라는 요청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해적판은 영상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영화 '스위프트'의 장면/유튜브 홍보 영상 캡처
이즈베스티야는 "콘서트 영화에도 팬들이 몰린다"며 "BTS의 콘서트 영화 'BTS: Open Your Soul' 이 러시아에서 거의 5천만 루블을 벌어들였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유명 팝스타의 콘서트 영화도 뛰어난 예술 드라마의 흥행에 못지 않다"는 게 이 매체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