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말하는 유물] 25 문, 그 경계의 문턱에서

[무념무상]

포산항견취도/조선 시대(1881년)

▲ 대전 아드리아 호텔에 원본이 걸려 있는 '포산항견취도'. 가로 147.5㎝ 세로 98.5㎝ 크기로 남항과 북항의 해안선을 따라 부산진과 적기(우암동), 오륙도에 이르기까지 부산항 전체를 조망한 그림지도이다. 절영도 너머로 대마도까지 보인다. 부산근대역사관에 사본이 전시됐다. 부산근대역사관 제공

 

'포산항견취도' 세부도. 화면 왼쪽 아래에 '포산항견취도'라는 제목과 함께 제작연도, 제작자, 소장자까지 명기돼 있다.

일본인 전관거류지·부산항 그린 채색 지도
당시 부산 상황 이해하는 가치 있는 자료

1881년 용두산을 중심으로 조선 시대 왜관 자리에 들어선 일본인 전관거류지와 부산항 일대를 그린 채색 그림지도이다. 지도의 사방에는 동서남북 방위가 표시되어 있고, 당시 북빈(北濱)과 남빈(南濱)으로 불리던 해안선을 따라 부산진과 오륙도, 절영도 등 전관거류지 주변의 부산항 전체경관을 조망하였다. 지도의 중심부에 위치한 용두산은 '중산(中山)'으로, 용미산은 '호기산(呼崎山)'으로 표기되어 있어 현재와 다른 명칭으로 불렸음을 알 수 있다.

중산의 입구 두 곳에는 신사가 있음을 상징하는 도리이(鳥居)가 그려져 있고, 중산 정상부에는 용두산 신사의 전신인 '금도비라사(金刀比羅社)'가 자리 잡고 있다. 중산 언저리에는 일장기를 단 '대일본관(大日本館, 당시 일본영사관)'의 모습도 보인다.

중산을 중심으로 하는 전관거류지 내에는 병원, 우체국, 은행, 학교 등 일본인들의 공공기관과 상가가 빼곡히 들어서 있고, 남빈 해안가를 따라서 요리점과 기생집(妓樓)이 자리 잡고 있다. 바다에는 군함을 비롯한 5척의 대형선박이 일장기를 휘날리고 있어 조선의 나룻배와 대비되고 있다.

이 그림지도는 일본인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화면 왼쪽 아래에 '포산항견취도(浦山港見取圖)'라는 제목과 함께 '명치십사년(明治14年·1881년)'이라 제작연도를 밝히고, '일월서 축정일 소유(一月書 祝定一 所有)'라 하여 제작자와 소장자까지 명기되어 있다. 또한, 상하 여백에는 근세 왜관의 성립과 부산포에 왜관이 위치하게 된 경위, 두모포에서 초량으로의 왜관 이전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을 간단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 지도는 전관거류지 내부의 상세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당시 부산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가치 있는 자료이다. 위순선/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

중산 언저리엔 일장기를 단 일본영사관과 신사가 보인다. 주변으로 공공기관과 상가가 밀집해 있다. 부산근대역사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