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里길 낙동정맥... 1구간 [매봉산~통리 태현사]
(2005년 6월 13일. 월요일)
매봉산~피재~대박등~유령산~느릅령~우보산~통리태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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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 맑음 (태백지역 기온 최저 13도 . 최고 28도)
동행 : 없음
거리 : 도상거리 . 12.0km (매봉산 왕복 포함)
시간 : 총 5시간 00분 (산행 3시간 43분 + 휴식, 기타 1시간 17분 . 매봉산 왕복 포함)
경비 : 황지~피재(택시 6,000원) 식비(5,000원) 음료 및 간식비(7,000원) [총 18,000원]
<주요지점 시간 기록>
피재[13:05~20]---매봉산(천의봉)[13:58~14:03]---피재[14:32~35]--작은 피재[14:43]--- 대박등[15:07~15]---2번째 철탑 40m전[15:26]---서미촌재[15:55]---922m봉[16:10~25]---유령산[16:42]---느릅령[16:50~17:00]---바위조망대[17:10~12]---문관석[17:12]---우보산(?)[17:14]---조망바위[17:17~18]---갈미봉 갈림길[17:19]---통리역[17:37~18:10]---태현사[18:20. 1구간 끝 : 1박]
【매봉산(천의봉. 1,303m)까지의 스케치】
9정맥 답사를 위해 네 번째 산줄기로 찍어 둔 곳이 낙동정맥이다. 3번째 산줄기였던 호남정맥의 종착지가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이미 호남을 떠나 낙동길을 걷고 있었다. 틈틈이 낙동정맥에 관한 자료와 선답자들의 생생한 산행기를 검토하니 역시 오지는 오지였으며 주왕산을 넘을 때 까지는 들, 날머리까지의 소요시간이 왕복10시간이나 되는데 대중교통도 많지 않아 택시를 이용한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홀로 산행이 불가피한 입장에 갈 때마다 택시에 숙박업소를 이용한다는 것은 사실 금전적인 면에서 좀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판단으로 주왕산 구간까지는 1박 2일 또는 1박 3일에 야영한라는 기본계획을 수립하였으나 한 여름에 20kg에 달하는 배낭무게를 어찌 감당해야 할지 걱정부터 앞선다. 호남을 끝내고 바로 낙동정맥 산행을 시작하려 했지만 바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였음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사람이라도 동행자가 있다면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망설이고 서성대기만 한다면 언제나 그 자리다, 내가 택한 길이니 더 이상 망설이지 말자." 야간근무를 마치고 한시간 일찍 조퇴, 대전역에서 07:35분발 무궁화호열차에 승차한다. 미답의 길로 들어서는 오늘도 첫 여정의 두려움과 기대감에 설레임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선반에 올려놓은 65L배낭의 빵빵한 모습이 그 무게보다 더 큰 두려움이 가슴을 짓누른다. 제천역에 도착하니 09:55분, 접속열차는 10:33분발 청량리발 강릉행 무궁화호 열차로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플렛트 홈에 홀로 앉아 있는 것은 무료하고..... 대합실로 나와 역 주변 여기저기를 배회하며 20여분을 보낸다.
▽제천역 광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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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역을 5분가량 늦게 출발한 열차는 단종의 한이 서린 청렴포와 영월역을 지나고 차창 밖을 스치는 수려한 산과 강은 오늘도 어김없이 내 마음을 뺏는다. 태백선은 단풍철인 10월 중순경이 가장 아름답지만 푸른 융단을 깔은 듯한 녹색 향연과 아직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 강물이 엮어낸 그윽함은 이 계절만이 풍기는 풍성함으로 보는 이의 마음은 더욱 더 평화롭다. 일상에 권태감을 느낄 때,이 태백선에 몸을 싣고 강릉까지 홀로 여행을 떠나라 권하고 싶다. 공해와 격리된 청정지역의 순수함과 동해의 푸른 물에 식상했던 마음도 씻어버리고 석탄산업의 부침에 따른 사북, 고한지역의 애환마저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차창을 스치는 심산유곡에 눈길을 빼앗기며 김밥으로 미리 점심을 해결한다. 열차가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을 지날 때는 추전역 뒷편에 자리한 는 낙동의 모산(母山) 매봉산에 시선이 고장된다. 작은 피재로 이어지는 낙동줄기가 한눈에 들어어자 심장 박동수가 좀 더 빨라짐을 느끼면서 대간길을 걷던 1년 7게월 전의 기억도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 때는 저 풍력발전기의 풍차가 없었는데...."
▽추전역을 지나며 바라본 낙동정맥의 모태, 매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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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보다 5분가량 늦은 12:33분에 태백역에 도착했지만 오늘 여정은 통리까지만 가면 되는 여유로운 산행스케쥴이니 조금도 불만스럽지 않다.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를 둘러보려고 황지가는 길을 미리 파악하고 왔으나 한번 더 확인하기 위해 역무원에게 물으니 아주 친절하게 알려준다. 태백역 광장에서 곧장 뻗어나간 길로 2분가량 가면 사거리가 나오고 여기서 우측으로 8~9분가량 걸어가면 황지연못 입구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우측으로 보인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황지" 표지석이 반겨주고 휴식공간으로 꾸며진 소공원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도 붐빈다.
▽휴식공간으로 꾸며진 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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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黃池)와 전설" 황지 3동 시가 중심부에 위치하여 둘레가 100m의 상지(上池), 50m인 중지(中池), 30m의 하지(下池)로 된 3개 못으로 나뉘며 상지 남측에 깊이를 잴 수 없는 수굴이 있어 수원이 된다. 수량은 가뭄에도 장마에도 변함없이 1일 약 5,000톤이 용출되며 수온 또한 상온 15도를 유지하는 해발 700m에 있다. 주민들의 상수도 취수장으로 전국 최적의 오염되지 않은 상수원이다. 고지도를 비롯한 동국여지승람 택리지 등 옛 문헌에 의하면 낙동강의 발원지로써 옛 신라문화와 가야의 번영을 이룩하며 한민족과 숨결을 같이한 젖줄 1,300리 낙동강을 오늘도 쉼없이 흘려보내는 것이다. 또한 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낙동강의 근원으로써 관아에서 제전을 두어 가물 때는 기우제를 올렸다."고 기록된 이 못에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못엔 원래 황씨 성을 가진 황씨 가의 옛 터로써 주인 황씨는 많은 재산에 풍족하게 살았으나 돈에 인색하기 짝이 없는 수전노 노랭이였다. 어느 봄날 황부자는 외양간에서 쇠똥을 쳐내고 있었는데 옷차림이 남루한 노승이 시주를 청했다. 황부자는 시주하기를 거절했으나 노승은 물러나지 않고 거듭 염불을 외며 시주를 청했다. 이에 그만 화가 치민 황부자는 쇠똥을 한가래 퍼서 시주바랑에 넣어주며 "이거나 받아가라."고 하였다. 노승은 조금도 노하지 않고 공손히 인사하고 돌아가는데 마침 아기를 업고 방아를 찧던 며느리가 이를 보고 부끄러히 여겨 시아버지 몰래 자기가 찧은 쌀 한바가지를 퍼내어 노승에게 시주해 올리며 죄를 용서 빌었으나 노승은 며느리에게 말하기를 "이 집은 이미 운이 다하였으니 아기를 업고 속히 소승의 뒤를 따라 오시오,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마시오"라고 일러주었다. 이에 며느리는 곧 집을 나서 송이재를 넘어 구사리(지금의 도계읍) 산마루에 이르렀을 때 뇌성벽력과 땅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에 깜짝 놀라 노승의 당부를 잊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그 자리에서 돌이 되어 버렸고 황부자의 집은 땅 밑으로 꺼져내려 간 곳 없고 큰 연못으로 변하였다. 지금도 삼척군 도계읍 구사리 산마루에는 황지쪽을 뒤돌아보며 아기를 업은 채 서있는 돌미륵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을 아프게 하며 함께 따라간 강아지도 돌이 되어 그 앞에 있다. 또한 그 때 집터는 지금의 상지이고 방아간 자리가 중지 변소터가 하지로 변했다 하며 뇌성벽력과 함께 변해버린 연못(집터)에서 유래된 지명이 黃池인 것이다. 이 여인상은 도계읍 구사리(미인폭포 동쪽 2km지점)능선에 위치한 황씨의 며느리 미륵상을 모방 조각하여 태백시 승격 10주년을 기념하여 옛 터 이곳에 세우다. 1991년 7월 1일 황지 라이온스클럽 세움
▽상지(上池)에 세워진 낙동강 발원지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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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上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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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지(中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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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下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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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를 돌아보고 택시로 10분가량 걸려 년 7개월만에 피재(920m)에 도착하니 태백시~피재는 할증구간이라며 6,000원을 받는다.(13:05) 휴게소에 배낭을 맡기자니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어 커피 한잔을 뽑아든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무슨 공사를 하느냐 물었더니 "빗물의 운명"이란 가슴 찡한 글귀로 유명한 그 조형물을 바꾸면서 삼수령 일대를 공원화하기 위한 공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피재의 삼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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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재의 상징 "빗물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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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의 운명" 하늘이 열리고 우주가 재편된 아득한 옛날, 옥황상제의 명으로 한 가족이 대지로 내려와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겠노라고 굳게 약속하고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이 빗물 한가족은 한반도의 등마루인 이곳 三水嶺으로 내려오면서 아빠는 낙동강으로 엄마는 한강으로 아들은 오십천 강으로 헤어지는 운명이 되었다. 한반도 그 어느 곳에 내려도 행복했으리라. 이곳에서 헤여져 바다에서나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빗물 가족의 기구한 운명을 이곳 三水嶺 만이 전해주고 있다." 삼수정에 올라가니 마침 오늘은 태백시장님이 소공원화 공사 현지답사가 있다면서 태백시 관광문화과에서 나온 직원이 새로 건립할 조형물 3개의 사진을 삼수정 정자에 펼쳐놓고 브리핑 준비를 하면서 새로 세워질 조형물에 대해 내 의견을 묻는다. 대간이나 낙동정맥 산행 때문에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의 대답은 뻔할 것이다. "피재=삼수령이고 피재의 상징은 태백시민들이 피난온 고개라는 것보다 3대강이 갈리는 삼수령이라는 의미를 담은 조형물이 더욱 의미있지 않겠느냐?" 반문한다. "약속의 번영" "꿈과 희망의 미래"를 상징한다는 나머지 두 상징탑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조형물이라 삼수령이 주는 이미지와는 거리감이 있다는 말도 덧붙이이니 그 분도 내 의견에 공감한다.
▽삼수령의 이미지를 살리려면 이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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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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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낙동강, 오십천으로 갈리는 입체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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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가량 의견을 나누고 물 한 병만 가지고 매봉산으로 향한다.(13:20) 삼수령 목장 후문으로 오르는 포장길을 잠시 따르다 절개지의 철조망이 끝나는 곳에서 좌측의 산비탈을 따르는 숲길을 택하려다 조금 편히 가고픈 얄팍한 유혹에 아스팔트길을 택하지만 곧 후회, 배낭을 메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땡볕을 받으며 걷자니 너무도 덥다. 8분 가량 뒤, 분수령 목장 후문을 지날 즈음 벌써 등덜미에는 땀이 흐르고 얼굴의 땀을 수건으로 닦아낸다. 4분을 더 진행하다 아스팔트길을 버리고 묘목이 심어진 왼쪽 산비탈로 오르라는 표지기가 보이니 망설일 필요가 없다.(13:32) 키 작은 묘목지대를 2분가량 오르자 짙은 녹음이 땡볕의 무차별 사격은 막아주지만 대신 바람이 차단되어 그게 그거다. 작은 피재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분기점에는 건건산악회에서 설치한 스테인레스 이정표가 있는데 대간을 진행할 때는 무심코 지나?건만 오늘은 그 의미가 다르다.(13:38)
▽삼수령목장을 거쳐 작은 피재로 향하는 낙동정맥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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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은 끝나자 참호가 패인 1,145m봉, 예전에 없던 풍력발전용 풍차가 우선 눈에 띄지만 매봉산 자락을 휘저은 드넓은 고랭지 채소밭은 1년 7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거의 없는 듯 하다.(13:43)
▽1,145m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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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가량 밭의 가장자리를 따르면 시멘트 농로로 내려온다. 시멘트 농로의 왼쪽 공터로 나가면 잠시 뒤 진행할 낙동정맥의 줄기와 길이 크게 꺾이는 철탑의 위치도 주의깊게 살펴본다.
▽정맥은 가운데 산줄기의 철탑에서 왼쪽으로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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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m봉에서 작은 피재까지의 도상거리는 1.1km 하지만 매봉산까지는 2.0km이상 될 듯 하다. 넓은 농로를 따라가면 비닐하우스가 있는 농막을 지나는데 주인인 듯한 아주머니가 어디를 가느냐 묻는다. 이 분들이 잘 때 난 잠 안자고 열심히 근무하는 처지지만 산행 중에 열심히 일하는 이런 분들을 보면 항상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오늘은 궁여지책으로 통신중계소에 점검하러 왔다고 둘러댄다. 도둑이 제발에 저리듯 잰걸음으로 내달리려는 순간, "전화 잘 되게 잘 봐줘요, 더운데 아이스크림이나 하나 들고 가시지...."
"예 고맙습니다. 다음에 2개 주세요" 낙동정맥의 모태를 찾아 피재를 떠나 40여분만에 또 다른 목적으로 다시 차은 매봉산, 에전의 기억 때문인지 친숙함마저 느끼게 한다.(13:58)
▽낙동정맥의 모태 매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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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산 삼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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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산에서 바라본 함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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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과 우보산 그리고 그 뒤는 낙동정맥 최고봉인 백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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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산에서 바라본 은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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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두타, 청옥산을 거쳐나가는 백두대간의 장쾌한 산줄기, 고온에 의힌 박무로 흐릿하게나마 그 모습을 가늠할 수 있어 우선 사진으로 담아두기는 하지만 잘 나오지 않을 듯..... 그나마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무사완주를 기원하는 삼배를 올리고 다시 피재로 향한다.(14:03)
【매봉산(천의봉. 1,303m)--4.2km--대박등(930.8m)】
올라 온 길을 되짚어 내려가다 삼수령목장의 후문에서 몇 걸음 내려간 곳에서 이번에는 우측의 숲 길로 피재에 도착한다.(14:32) 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 입에 문채 물작은 피재로 향하는데 삼수령 표지석 옆에 설치된 온도계는 27도를 표시하고 있으며 삼수령 표지석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다.(14:35)
▽三水嶺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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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개의 이름은 큰 피재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길은 태백시로 들어가는 관문이며 낙동강, 한강, 오십천의 三大江이 발원하고 민족의 始源인 태백산을 상징하는 삼수령이기도 하다. 태백에서 분출되는 낙동강은 남으로 흘러 영남곡창의 질펀한 풍요를 점지하고 공업입국의 工都들을 자리잡게 했다. 한강 역시 동북서로 물길을 만들면서 한민족의 首府를 일깨우고 부국의 기틀인 경인지역을 일으켜 세웠다. 오십천도 동으로 흘러 동해안 시대를 창출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 의미는 3강의 淵源인 태백을 찾는 이에게 삼수령의 상쾌한 휴식을 삼가 권하며 이 비를 세운다." 도로를 따라 8분가량 내려가면 도로가 우측으로 크게 휘어지는 곳에 급커브임을 알리는 도로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도로 좌측에는 좀 널찍한 공터와 함께 비포장도로가 갈려나가는 작은 피재에 도착한다.(14:43) 선답자들의 산행기에 기록에 의하면 작은 피재의 들머리에는 바리게이트가 있다는데 바리게이트용으로 박아뒀던 쇠기둥과 함께 돌 몇 개로 비포장길을 막아 놓았다.
▽작은 피재의 급커브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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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의 바리게이트는 사라지고 대신 돌무더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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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장 길로 들어가면 곧 산마루와 우측의 임도를 따라가는 두 길로 갈라지면서 양쪽 다 표지기가 메어있다. 시작부터 마루금을 벗어난 임도를 따르느냐? 아니면 몇 걸음 더 걷더라도 마루금을 택하느냐? 잠시 망설이는 사이, 때 마침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임도 쪽에서 불어오니 그 유혹에 넘어갈 수 밖에..... "작은 봉우리 하나 우회하였다고 낙제점 받아 낙동강 오리알 되는 건 아니잖아? " 2~3분 후, 마루금을 넘어온 길과 합쳐지면서 이후로는 갈등할 필요없이 줄곧 임도로만 길이 이어진다.
▽임도에서 바라본 매봉산과 삼수령 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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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자원공사가 우측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지점을 지나면 임도를 벗어나 왼쪽의 마루금으로 들어가야 하며 들머리에는 많은 표지기가 붙어있다.(14:56)
▽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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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철탑에서 정맥은 왼쪽으로 간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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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올라 낮은 무명봉을 넘자 우측 비탈은 넓은 초지, 초지는 임도까지 맞닿았는데 임도가 정맥과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면서 다음 봉우리를 우회할 것처럼 보인다. "우이씨~ 계속 임도를 따라와도 됐다는 말인가? .... 괜히..." 후회감이 들었지만 이어간 봉우리를 정수리 직전에서 슬며시 우측으로 우회하자 계속 임도를 따랐더라면 알바였음을 알게 되자 나도 몰래 멋쩍은 미소가 나온다. 3~4분가량 오르막을 오르니 봉우리의 이름이 아주 독특한 대박등, 지나온 매봉산일대가 잘 조망된다.(15:07)
▽대박등(930.8m)의 삼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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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산과 지나온 마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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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취하고 이름이 께름찍한 유령산으로 향한다.(15:15)
【대박등(930.8m)--3.8km--유령산(932.4m)】
완만한 능선을 2분가량 따라가면 소나무 숲이 있는 우측으로 방향을 크게 틀어 내려가도록 수많은 표지기가 걸려있으며(要注意). 곧 묵묘가 나타나자 길은 임도 수준의 넓게 바뀌면서 진행할 방향에는 2기의 철탑이 보인다. "옳거니 저기 두 번째 철탑까지는 오르지 않고 그 20m전에서 좌측 숲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지?"
▽두 번째 철탑 직전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 숲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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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철탑을 지나고(15:23) 철탑개설시 만들어진 길로 추측되는 넓은 길을 따라가다 다음 철탑이 11시 방향의 나무사이로 보이는 지점에 이르르자(철탑까지는 약 4~50m 가량 될 듯....) 과연 좌측 숲에 많은 표지기가 붙어있다.(要注意. 15:26) 숲길을 잠시 따라가면 바로 3기의 무덤과 함께 우측 바로 아래는 시멘트 포장길이 나타난다..
정맥은 직진이 틀림없을 것 같은데 직진의 마루금에 한 장의 표지기도 보이지 않아 시멘트포장길로 내려가보니 이곳 역시 표지기를 찾을 수 없었다. 다시 묘지로 올라와 무성한 나뭇잎을 헤치며 직진의 능선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뭇잎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표지기 한 장을 이제야 발견한다.(要注意) 완만한 숲길을 이어가다 비탈면을 우회하여 잘룩한 등성이를 넘어 무명봉의 우측 비탈을 따라가니 모양새가 좀 이상하다.(15:36) "머리 위가 바로 마루금인데 ..... " 완만한 능선이 계속되다 2~3분가량의 좀 가파르게 내려가면 안동 권씨 묘지와 함께 건너편 바로 앞에는 골재장처럼 넓게 파헤쳐진 서미촌재가 보인다.
▽서미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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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절개면의 우측에 있는 콘테이너 쪽으로 내려와 건너편 산자락으로 붙는다.(15:55) 8분가량 이어진 오르막은 그리 가파른 편은 아니었으며 이후 능선이 평탄해지면서 시야도 좀 터진다. 작은 피재를 지나 임도를 걸을 때 정맥에서 우측으로 뻗어간 산줄기가 워낙 뚜렷해 정맥 마루금이라 착각한 산줄기(화장품공장에서 사용하는 돌을 채취한다고 함)와 함께 그 뒤에는 함백산과 진행할 방향으로는 연화산, 그리고 낙동정맥 최고봉이라는 백병산도 잠깐이나마 모리를 내밀어 준다.
▽이쪽은 괜찮은데 반대편 산자락은 화장품공장에 파헤쳐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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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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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목이 약간 거추장스런 길을 완만하게 이어가면 922m봉을 지나는데 뚜렷히 봉우리의 형태를 갖지 않아 주의깊게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울 듯..... 등로 우측 2~3m아래에 작은 조망바위가 있다는 최중교님의 산행기록 대문에 이곳이 922m봉임을 인식한다. 조망바위로 나가면 연화산과 화장품공장에서 원료용으로 돌을 채취한다는 건너편의 산줄기가 아주 잘 보이고 그 뒤에 함백산의 통신시설탑도 얼굴을 내민다. 사진 몇 장을 찍고 정상에서 20m가량 내려와 나무그늘에서 긴 휴식을 취하고 일어난.(16:10~25)
▽연화산(1,171.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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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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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간 만큼 올라가니 정상부가 푸석푸석한 바위로 이뤄진 무명봉, 비숫한 높이지만 조망만큼은 922m봉에 비해 훨씬 좋다.(16:30)
▽연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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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산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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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탄한 능선을 따르면 철탑을 지나고 (16:34) 완만하게 5분가량 오르자 산 이름이 맘에 들지 않는 유령산으로 삼각점과 함께 조난자 위치추적표지판이 있다.(16:42) "고스터 바스터들이 유령잡으려고 위치추적판 만들어 놓은겨?"
▽유령산 삼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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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산부터의 산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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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봉우리가 백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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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망은 별로..... 나무 사이로 백병산으로 생각되는 산봉우리와 지나온 매봉산부터의 능선 일부가 겨우 보일 정도, 사진만 찍고 바로 길을 이어간다.
【유령산(932.4m)--2.5km--태현사】
평탄하게 조금 더 길을 이어가면 완만한 내리막이 나오지만 콩만한 돌이 많아 조심스레 걸음을 옮긴다. 평탄한 능선으로 바뀌고(16:48) 느릅령쪽에서 들리는 소음은 차량소리인지 기계소리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산당을 보수하는 걸까?" 잠시 후에 오를 우보산이 나무사이로 엄청난 경사도를 슬며시 나타내며 단단히 마음먹을 것을 요구한다.
▽급경사 오르막의 우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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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하지 않아 더욱 친숙한 느낌이 드는 유령산령당이 있는 느릅령에 내려오니 4대의 레미콘차량이 주차되었고 좌, 우측에는 비포장 넓은 길이 고갯마루를 넘어간다.(16:50) 오른쪽은 태백시 황지동 내량교로 왼쪽 길은 도계읍 심포리 방향의 38번국도와 이어지는 듯 하다. 레미콘 차량 기사에게 느릅령에 오르는 길을 포장하느냐 물었더니 철탑을 세우기 위한 차량이라고......... 산령당에는 무당으로 보이는 여자와 그 일행으로 보이는 5~6명이 차지해 있어 산당안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산령당 앞에 있는 "유령제유래문"이라는 비문을 살피고 산령당 앞의 넓은 잔디밭에 배낭을 내려놓는다. "楡嶺祭遺來文 이곳 느릅령은 신라 때 임금이 태백산 天祭를 올리기 위해 소를 몰고 넘던 고개이며 조선시대는 태백산을 향해 望祭를 올리던 곳으로 牛甫山이라고도 했다. 먼 옛날 차도와 철도가 나기 전 이 고갯길은 영남과 영서를 잇는 교통 요충지로 험하고 높기에 맹호의 피해가 심하여 고개 밑에서 10여명씩 모여서 넘곤 했다. 그 후 주민들이 산당을 짓고 嶺路의 무사안행과 주민의 평안과 풍년농사를 기원하게 된 것이 천년이 넘는다. 중간에는 관청에서 보조봉제하다가 임진왜란 등 난세에는 중단하므로 산당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극심하던 때 황지에 살고 있는 효자가 소달장에 父親祭祀 장보러 갔다가 그날따라 늦어서 모군에 합류하지 못하고 홀로 넘다가 호랑이인 산령에게 홀려서 죽게될 지경에 이르자 아버님 제사봉행으로 살려달라 애원하니 산령 왈 효성이 지극하니 나의 청을 들어주면 살려주겠노라 혀여 請曰 황소를 잡아 여기에 제사를 올려주면 무사하리라 하기에 약속하고 귀가하여 부친제례 후 黃牛를 제물로 음 4월16일에 제사를 올리게 된 후부터는 태벡과 삼척 주민들이 산당을 복원하고 매년 이날 황우를 제물로 무사태평과 소망을 기원 봉제사하게 된 것도 우금 수백년이다. 단기 4330년 음 4월16일 유령제 봉사회"
▽유령산령당(楡嶺山靈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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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보산만 넘으면 통리, 느긋한 마음에 또 다시 10여분 가량 머물고 가파른 오르막이 기다리는 우보산으로 향한다.(17:00) 잔디밭 공터의 왼쪽으로 많은 표지기가 보인다. 5분가량 좀 가파르게 오르는 듯 하더니 역시 짐작한대로 지금까지는 맛보기에 불과했다는 듯, 더욱 가팔라진다.
무거운 배낭에 짓눌리며 힘겹게 5분을 더 올라가니 비로서 주능선이다, 걸음을 멈추고 거친 숨결을 진정시키는 깊은 숨을 몰아쉬는데 왼쪽 10m지점에 조망이 터질 것 같은 바위가 보인다.(17:10) "저기는 바람도 좀 불겠지?" 절벽을 이룬 바위지대로 나가니 예상대로 벼랑 밑에서 시원한 바람이 올라오고 조망도 좋다.
▽조망바위(사진 하단)에서 바라본 심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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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산부터 이어진 낙동 산줄기가 한눈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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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포역과 오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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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장의 그림을 카메라에 담는 사이 벌써 땀이 식는다. 몇 걸음 진행하자 밀양박씨와 진주강씨의 합장묘지 비석과 그 옆 등로변에는 2개의 문관석이 있지만 제대로 관리하지는 않는듯 하다.
▽문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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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탄한 능선이 아주 미미하게 고도를 높인 것 같더니 돌출된 작은 바위가 마치 무덤처럼 보이는 곳을 지나며 우보산 정상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선답자들은 말을 떠올린다. 사람과 산에서 제작한 낙동정맥 지도에 표시된 문관석을 조금 전에 지나왔으니 지형도와 거의 일치할 뿐더러 우보산은 특출난 봉우리 없이 평탄하고 길게 이어졌음을 감안할 때, 가장 높아 보인다는 이 지점이 우보산 정상일 것 같다고 내 나름대로 판단해 본다.(17:14) 평지 길을 좀 더 이어가니 등로 왼쪽 위의 소규모의 바위지대가 발길을 잡는다. 10m가량 잡목을 헤치고 오르니 조망도 괜찮고 조금 전 우보산 정상이라 생각한 곳과 고도차마저 거의 없으니 불확실한 우보산 정상을 이곳으로 정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매봉산부터 이어지는 낙동정맥(바로 앞의 평탄한 능선이 우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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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함백산) 방향의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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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서 1분가량 내려가니 바로 갈미봉 갈림길, 정맥은 갈미봉으로 이어가는 직진의 능선을 버리고 계곡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 정도로 좌측으로 크게 꺾여 내려간다.(17:19) 완만한 내림길, 내려가면 갈수록 갈미봉과 정맥마루금이 만든 계곡형태가 더욱 뚜렷해지고 오늘의 목적지도 가까워졌으니 생각나는 것은 딱 하나, 바로 알탕이다. 최중교님이 알탕했다는 선녀탕을 찾기 위해 계곡쪽을 유심히 살피며 진행하다 "이곳이구다"라는 곳을 발견한다. 등로에서 불과 20여m 떨어졌고 길도 빤히 났지만 물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 미련이 남아 계곡까지 가보지만 역시 헛수고.(사람과 산의 부록에서도 계곡수가 풍부해 야영할 수 있다고 되었음) "칫 엊그제 여기도 비가 왔을텐데... 이렇게 마를 수 있단 말인가?" 완만하게 봉우리를 하나 넘자 밭이 나오면서 통리역 일대와 태현사가 자리한 봉우리로 이어지는 사라진 정맥 마루금이 들어온다.(17:35) 통리역 부근에서 텐트야영할 생각이었지만 여의치 않으면 태현사 주차장도 괜찮을 것 같다.
▽통리일대와 태현사 주차장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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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을 지나 절개면을 따라 밭으로 이어진 시멘트포장길을 따라 내려오면 바로 통리역, 그 앞에는 상점이 있다.(17:37) 통리역 근처의 구내 주차장근처에 텐트 칠 수 잇는 공간과 대합실도 살표보고 역 앞의 슈퍼에서 커피 한잔을 마신다. 슈퍼주인에게 태현사 가는 길을 확인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다른 사람들은 피재에서 통리역까지 여자들도 2시간 20분이면 오는데 나한테는 무척 많이 걸렸다고..... 쉰 시간이 좀 많았고 20kg 가까운 배낭이 발목을 잡기는 하였지만 으~~ 자존심 상하는 소리. 한 3시간 정도 걸리면 정상이라며 지도까지 펼쳐주며 설명하지만 영~~ 고라니가 완전히 엉금이로 변해 망신당하는 순간이다. 태현사로 가는 길은 통리역사를 바라볼 때 우측으로 난 길로 100m가량 가면 역구내를 횡단하는 간이 건널목이 있다. 건널목을 넘으면 국도, 국도에서 좌측으로 30m가량 이동하면 가곡자연휴양림 안내판이 서있고 그 뒤는 풍년기사식당, 서진낚시. 태백특산물약초생산판매장이 보인다.
▽건널목을 건너 국도와 만나는 곳(태현사는 앞의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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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현사로 가는 길은 여기서 우측으로 난 2차선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어리도낚시 광고판이 있는 곳에 당도하면 태현사 180m의 안내표지판이 있으며 그 옆은 3층집을 신축하고 있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2~3분 가량 오르면 개인 주택처럼 보이는 태현사표지석이 있고 그 앞은 태현사주차장, 통리역에서 약 7~8분 거리다.
▽태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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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현사에서 바라본 우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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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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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리시내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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