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집
김영수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
생명이 피어나는 집
사랑이 가득한 집
희망이 샘솟는 집
4형제가 넉넉한 정을 나누는 집
O A B AB, ABO Friends*
곧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를 집
적십자 헌혈의 집
* ABO Friends : ABO식 혈액형과 친구라는 뜻을 결합
----김영수 시집 {사랑이 가득한 집}(근간)에서
시는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쓸모 있는 것이다. 시는 칸트나 쇼펜하우어의 말대로, ‘의지의 한결같은 야비한 주장으로부터 우리 인간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인간을 창출해내기 위한 최고급의 언어예술이라고 할 수가 있다. 태초에 말(언어)이 있었고, 우리 시인들은 이 말씀으로 이 세계와 만물들을 창출해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기 자식을 사랑하듯이, 또는 예술가가 자기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듯이, ‘사랑의 시학’은 모든 미학의 기초가 된다.
사무사思無邪의 경지, 시는 인간의 자기 위로와 자기 찬양의 최고급의 언어예술이라고 할 수가 있다. 만일 시가 없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상적인 인간과 이상적인 세계를 알고, 만일 시가 없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선악을 알고 자기 성찰과 동시대를 비판할 수가 있었단 말인가? 시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숨을 쉬고 꿈을 꿀 수가 있으며, 시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다 극복해내며, 이 세상의 삶의 찬가를 부를 수가 있었던 것이다.
김영수 시인의 [이런 집]은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이고, 언제, 어느 때나 생명이 피어나는 집이다. 또한 [이런 집]은 사랑이 가득한 집이고, 언제, 어느 때나 희망이 샘솟는 집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집, 생명이 피어나는 집, 사랑이 가득한 집, 희망이 가득한 집은 즉, “4형제가 넉넉한 정을 나누는 집”이며, “곧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를 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김영수 시인은 경북 김천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고,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대한적십자사 산하기관인 경기혈액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국제적십자는 일찍이 앙리 뒤낭이 창설한 국제기구이며, 전쟁과 자연재해의 희생자들과 기아선상의 난민들을 돌보기 위한 인도주의 단체라고 할 수가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은 혈액사업을 통해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기관이며, 김영수 시인이 30여년 간 그 기관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은 ‘ABO Friends’, 즉 ‘인도주의 정신’을 온몸으로 실천해왔다는 것을 뜻한다. 따뜻한 집은 모두가 살기 좋은 집을 말하고, 생명이 피어나는 집은 옛세대와 신세대의 삶이 꽃 피어나는 집을 말한다. 사랑이 가득한 집은 너와 내가 ‘우리’로서 하나가 되는 집을 말하고, 희망이 샘솟는 집은 언제, 어느 때나 분명한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향해 중단없는 전진을 할 수 있는 집을 말한다. 요컨대 국제적십자 헌혈의 집은 이상적인 집이며, 전인류가 ‘ABO식 혈액형과 친구’인 집이고, 곧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를 집이다. 김영수 시인의 ‘사랑이 가득한 집’은 ‘나는 사랑한다, 고로 존재하다’와 ‘세계는 나의 사랑의 표상이다, 고로 행복하다’라는 그의 존재론과 행복론이 마주치는 ‘사랑의 시학’이라고 할 수가 있다. 사랑은 붉디 붉은 피이고, 붉디 붉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 사랑은 만인들을 불러 모으고, 그 모든 것을 미화시키며, 앎(지혜)을 실천하는 인도주의 정신으로 꽃 피어난다.
하지만, 그러나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렵다. 따라서 말과 실천, 즉, 이론철학과 실천철학이 하나가 되는 삶의 철학이 앙리 뒤낭의 경우에서처럼, 모든 인간들의 귀감이 되고, 그 이름을 얻게 된다. 형체가 없는 말로 인간의 얼굴을 만들고, 그 인간의 얼굴로 전인류의 표본, 즉, 성자의 얼굴을 만든다. 최초의 인간이며, 최후의 인간인 성자, 우리는 이 성자가 있기 때문에, 오늘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는다. 시는 앎이고, 앎은 실천이며, 실천은 사랑이다. 세익스피어도, 호머도 사랑의 꽃이고, 앙리 뒤낭도, 김영수 시인도 사랑의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