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 집중 안한다고 '학교 안 다닌 애 같아' 말하면 아동 학대
국수본, 학교·가정 학대 판단 지침
오주비 기자 입력 2024.09.30. 00:50 조선일보
A씨는 3세 아이가 달리는 버스에서 말을 듣지 않고 창문을 열려고 하자, 아이의 상의를 거칠게 뒤로 잡아당겨 앉혔고, 버스에서 내리면서 손가락으로 아이의 이마를 수차례 때렸다.
초등학교 3학년 교사인 B씨는 아이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자 “OO이는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1, 2학년 때 공부 안 하고 왔다 갔다만 했나 봐” 등의 말을 했다.
A씨와 B 교사 모두 재판에 넘겨져 ‘아동 학대’로 인정됐다. 피해 아동들이 폭행으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받았고, 동급생들 앞에서 반복적으로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꼈다는 취지였다.
일러스트=김성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29일 ‘가정·학교 내 아동 학대 및 훈육 판단 지침서’를 제작해 배포한다고 밝혔다. 아동 학대에 관한 법원의 유무죄 판례와 불송치, 불입건 등 사례 총 172건을 담아 해설했다.
C씨의 아이는 달리는 승용차에서 떼를 쓰며 창문과 차량의 문을 열려고 했다. 어머니 C씨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은 아이를 떼어놓는 과정에서 얼굴 부분을 2차례 손으로 때렸다. 검찰은 “아동을 올바르게 양육하기 위한 정상적인 훈육 범위”라며 불기소 처분했다.
초등학교 D 교사는 교실에서 아이 2명이 손을 들지 않고 말하거나 떠들자 “너 감금이야”라면서 수업이 끝난 후에도 교실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D 교사가 미리 아이들에게 ‘떠들거나 잘못하면 교실에 남아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하겠다’고 했고, 교실 안에 남은 아이들의 행동을 크게 제약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정서적 학대가 아니라고 봤다.
지침서에 따르면, 가정 내 학대는 부모가 ‘훈육 목적’임을 주장하더라도 재판부가 양형 이유로 참작할 뿐 아동에게 미친 상해나 두려움·수치심 등을 고려해 유무죄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학교에서 교사의 훈육은 재판부가 ‘행위의 동기나 목적이 정당한지’ ‘수단이나 방법이 적절한지’ ‘그 외에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었는지’ 등을 근거로 판단하는 추세다.
2014년 시행된 아동학대처벌법은 가정과 학교 등에서 아동에 대한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금지하고 처벌토록 했다.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이 벌어진 2020년 아동 학대 신고 건수는 1만6149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만8292건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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