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포 숭어축제
박 원 자
침묵이 흐르는
도리포의 밤바다
한낮의 사냥도 멈추고
이제는 지친 듯 줄지어
휴식을 취하는 거룻배들
영광 칠산 앞바다
그 유명한 조기는
축제의 나팔소리 울려도
귀 멀고 눈멀어 못 오는지
몸값을 올리려는지
종일토록 보이지 않고
소망 담은 해는 어둠 속에 사라져
파도는 기운을 잃었네
불야성을 이룬
소복(素服)한 몽고 텐트엔
축제의 제물 된 쫀득쫀득한
숭어의 곡(哭)소리 가득해
화려한 축제의 깃발은
만장(輓章)되어 흐느끼네
–––도리포–- 전남 무안군 해제면에 있는 조그만 포구로
영광 칠산 앞바다와 마주하고 있음>
** 2003년 12월 31일 해질녘 해제 쪽으로 드라이브를 다녀오는데 도리포에서 숭어축제와 해맞이 행사를 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 가보자고 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2009년 6월 경에 미국의 플로리다로 이민간지 38년이 된다는 재미교포가 주소를 ‘대한민국 전라남도 광주시 조봉초등학교 박원자 선생님’이라고 써서 일명 팬-레터를 보내왔다. 38년이 넘으니 자기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을 때 한국에서 발행하는 문학잡지에 심취하게 되었고 名詩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독자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것이 명시라고 생각한다며 졸시로 인해 향수를 달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분이 보신 문학지엔 ‘수문포 가는 길’도 함께 실려 있었다. 퇴원하면 도리포와 영광법성포까지 연육교가 개통되었다고 함께 가자했는데 상태가 안 좋아 퇴원이 며칠 미루어져 이 글이 생각나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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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도리포에서 본 칠산대교.
우리 나라의 토목기술은 최고라는 걸 증명했군요. 도리포에 가면 100% 무안낙지를 실컷 먹을 수가 있지요
건강이 안좋으셨군요...
어서어서 쾌차하시기를 바랍니다.
지난 번 따님을 만났을 때 얼핏 들었던 생각이 납니다.
서울에도 시인님의 팬이 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장덕우 님. 감사합니다. 서울에 거주하시는 분이시군요.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시고 저희 카페 자주 오시고 좋은 글도 많이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아,
기억나네요.
숭어철에 무안 어딘가에 가서 바닷물을 바가지로 떠올리면 그 속에 숭어가 몇마리씩? 따라올라온다는 곳이 그 소문 속의 도리포 였나보군요.
그래요
숭어들의 곡소리를 듣는 당신은 시인임에 틀림없군요. 감동이예요.
며칠 전 도리포를 다녀왔는데 칠산대교도 놓이고 많이 변했더군요. 칠산대교가 생겨 사라졌던 조기들이 돌아왔는지 모르겠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