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열린 주머니에
무심코 넣어둔
동전, 지갑이 날개 돋을라
불에 덴 자가 꿰찬
최후의 병기
_안정선
[Claude 시평]
작은 실패가 꺼내 든 최후의 병기 ― 「장총」
사진은 회색 옷감의 벌어진 틈을 여민 큰 옷핀 하나다.
길게 뻗은 몸통과 한쪽 끝의 고리가 사선으로 놓여 영락없이 총신처럼 보인다.
시는 이 닮음을 제목 「장총」으로 먼저 내건다.
그러나 시가 하는 일은 닮음을 설명하는 데 있지 않고, 사진 바깥의 사연을 불러오는 데 있다.
시는
"반쯤 열린 주머니에"
서 출발한다.
사진 속 틈에 '주머니'라는 이름을 붙이고,
거기
"무심코 넣어둔 동전, 지갑"
을 들여앉힌다.
이어지는
"날개 돋을라"
가 이 시의 눈이다.
잃어버림을 날아감으로 바꿔 웃음을 만들고, '-ㄹ라'의 걱정 어조가 그 웃음에 생활인의 절박함을 얹는다.
날아가는 것들은 은근히 총알까지 떠올리게 해서, 뒤에 올 병기의 자리를 미리 마련해 둔다.
마지막 두 행에서 시는 방향을 튼다.
"불에 덴 자"
는 한 번 잃어본 사람이자, 총의 불을 은근히 연상시키는 이름이다.
그가 "꿰찬" 것이 옷핀이니, 옷감을 꿰는 핀과 손에 넣는다는 뜻의 '꿰차다'가 한 낱말에 겹친다.
거창한 무기의 이름이 사소한 실패를 수습하는 도구에 붙을 때 웃음이 나고, 그 끝에 서글픈 연민이 남는다.
이 병기가 겨누는 적이 남이 아니라 나의 건망과 부주의라는 데서, 시는 무표정한 어조를 끝까지 지키며 생활의 낮은 자리에서 은유를 길어 올린다.
제목이 던진 은유를 끝행이 받아 확인하는 단순한 구조는 펀치라인의 박자를 살리려는 선택이며, 그 절제가 이 시의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