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 천재의 머리에서 나온 바보같은 생각]
천재에 대한 정의를 새로이 따로 내릴 필요는 없겠지요? 천재에게는 특별한 뭔가가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몇백년 산다는 것은 아닙니다. 육체는 그저 평범할진대 머리 쓰는 게 남다를 뿐입니다. 천재가 머리쓰는 데는 일정한 공식이 있습니다. 우선 상식의 파괴가 저질러집니다. 다음으로 기존의 논리 대신 새 논리를 세우곤 합니다. 즉, 논리 파괴 내지는 논리 업그레이드가 되겠군요. 그리고 집중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때론 병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우 편협하기까지 합니다. 또한 이들에게서 친화력을 찾기란 한강에서 바늘 찾기죠. 물론 예외적으로 대중 친화력이 뛰어난 이들도 있습니다만 극소수입니다. 일반인들에겐 잠깐의 일탈이 되는 일들이 이들에겐 상시적입니다. 천재는 육체로서 영위하는 일상의 영역과는 전혀 별개로서 존재하는 정신 영역의 세계가 따로 있어, 마치 두 개의 세계를 동시에 살아간다고 할 수 있죠. 천재 화가가 양식을 얻기 위해 자신의 그림을 빵과 고기와 교환하지만, 후일에 그 그림이 몇십억원의 가치로 매매될거라고는 상상치 않는 것처럼, 육체라는 현재의 삶과, 미래를 관통하는 정신 세계가 공존하게 되는 것입니다. 천재는 대개가 광기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한 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오질 못 하죠. 천재의 생각은 항상 미래에 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현재의 삶과 동화시키질 못 합니다. 종교인들에게서는 천재가 발견되지 않습니다. 종교인들은 절대적으로 기원전의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종교인들은 믿음이 문제이지, 새로운 발견에는 하등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인 인간들 역시 마찬가지로 작은 발견조차도 엿으로 바꿔먹을 생각만 하기에 천재와는 전혀 어울리지 못 합니다. 학자들, 그 중에서도 교육자들에게 천재는 언제나 이방인이자 이단아일 뿐입니다. 우리가 상식으로, 논리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세계와는 아주아주 다른 세계가 천재의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해의 정도에서 그 격차가 심하고 설명 방식도 전혀 새롭습니다. 천재를 선악으로 재단하려는 시도가 역사 속에 무수히 많았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천재는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천재를 간섭하면 바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천재는 절대 결정지워지기를 거부합니다. 일반인은 바보같은 생각을 치욕으로 여기고 바보같은 생각을 기피하지만, 천재는 오히려 바보같은 생각에 전혀 거리낌이 없습니다. 일반인은 양식으로 살아가지만, 천재는 영감으로 살아갑니다. 영감이 사라지면 천재는 죽습니다. 천재들을 모아놓아도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서로 영감이 통하거나 영감을 주고받을 때에만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천재는 자신의 영감을 실현 혹은 현신시키고자 하는 욕망이 있습니다. 이 욕망 때문에 때론 현실과 타협하지만 단지 그것 뿐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꾸고자 할 땐, 이 천재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바로 천재의 바보같은 생각이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천재는 항상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천재에게 아이큐 테스트는 무의미합니다. 계산력과 기억력, 사고의 순발력 등을 측정하는 아이큐 테스트는 천재에게 적용되지 않습니다. 멘사 회원들이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것을 들어보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천재의 업적은 창조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천재에게 융통성을 기대하기보다는 독창성을 존중해 주는 게 보다 가치있는 일입니다. 천재가 자신의 능력을 모두 소진했을 땐 미쳐버립니다. 니체와 고흐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의학적 이해는 부분적 설명일 뿐입니다. 천재의 열정은 용광로의 불과 같아서 모두를 태우고 마침내 자기자신마저도 태워버립니다. 천재를 가까이에 둔다는 것은 아주 불편한 일입니다. 그래서 천재는 늘 고독하고, 그 고독과의 동거가 발견의 동기가 되고 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육체적 제약도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만족이라는 것은 천재에게 독약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불만, 고독, 고통은 천재의 영원한 동반자입니다. 철학자들 중에는 천재가 없습니다. 철학자는 '위대한 설계자'이지 천재가 아닙니다. 천재는 '미지의 발견자'입니다. 천재의 바보같은 생각들을 모으고 모아서 계획하고 설계하려는 자들이 소위 철학자인 것입니다. 천재가 소프트웨어라면, 철학자는 하드웨어입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밤에 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수학 천재, 과학 천재는 있어도, 철학 천재, 종교 천재가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항상 천재의 바보같은 생각들이 세상의 물줄기를 바꿔왔고, 종내에는 새로운 길이 열리곤 했습니다. 분석 없는 종합 없고, 종합 없는 분석은 맹목이라 할 수 있듯이, 천재의 바보같은 생각은 늘 우리 옆 가까이에 존재해 있어 왔습니다.
kjm / 2019.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