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승 강원 대관령원예농협 조합장(왼쪽)과 이상욱 농협 농업경제대표가 7일 평창에서 수확 중인 고랭지배추의 품질을 살펴보고 있다.
7일 농협중앙회 채소사업소에 따르면 고랭지배추 주 출하산지인 강원 평창·강릉·태백지역에선 품위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떨어졌지만 출하시기는 열흘에서 2주일가량 앞당겨졌다. 평창지역(대관령면 일대)의 경우 7월 고온과 가뭄 여파로 배추 속끝마름(속칭 꿀통)증상이 일부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8월 들어 계속된 비로 무름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찬옥 농협 채소사업소 팀장은 “현재 출하 중인 배추의 크기는 50~52망(배추 망포대의 가로 길이가 50~52㎝로, 숫자가 클수록 배추 크기가 큼)이 주종이지만 본격적인 출하가 이뤄지는 이달 중·하순께는 이보다 작은 48망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강릉과 태백지역에서도 품위 저하를 호소하고 있다. 김규현 강릉농협 과장대리는 “크기가 45~50망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이달 중·하순으로 접어들면 품위가 더욱 저하될 것 같다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하시기는 빨라지고 있다. 강릉시 고지대인 속칭 안반덕의 물량이 열흘 이상 빠른 8월 첫째주부터 시장에 출하 중이고 태백시에서도 2주일가량 당겨진 이달 초 출하대열에 가세했다. 양범석 대관령원예농협 과장은 “생육이 양호해서라기보다는 끝마름 증상이나 병 피해 확산을 우려한 농가들이 출하를 서두른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선지역은 정상 출하가 예상되고 있고, 8월 말~9월 초 출하를 앞둔 예미 일대는 현재까지는 전년에 비해 작황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처럼 품위가 좋지 못하면서도 출하가 빨라짐에 따라 가격은 약세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 가락시장의 8월 첫째주 반입량은 지난해 같은 때와 견줘 60% 늘어났다. 따라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중·하품은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가격을 받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휴가 등의 영향으로 시장 내 재고가 소진되지 않고 있는 것도 상인들의 매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8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10㎏들이 상품 한망당 가격은 7600원. 지난해 같은 때보다 1500원가량 낮다. 일일 가격 등락폭이 커지는 것도 특징이다. 4일엔 9000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7200(5일)→5900원(6일)→4900원(7일)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이달 중·하순 가격 전망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일 발표한 엽근채소 관측에서 “8월 도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때(1만700원선)보다는 낮지만 올 7월보다는 높은 8000~9000원으로 전망된다”며 “그렇지만 출하량이 고온과 가뭄 혹은 집중호우 등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상태에서 이달 중·하순 각급 학교 개학과 추석 수요로 소비가 살아나면 당초 전망치보다 높게 형성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작 추석 이후 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많은 농가들이 추석 대목을 겨냥, 6월에 집중적으로 아주심기에 들어가 7~8월 아주심기 면적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이상욱 농협 농업경제대표는 7일 평창지역의 고랭지배추 수확현장을 찾아 “농협은 올 고랭지배추 계약재배 물량을 지난해(4만6000t)보다 15% 많은 5만2900t으로 늘리는 등 배추 수급안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승 대관령원예농협 조합장도 “평창군 방림농공단지 내에 2000평(6600㎡) 규모로 지어 9일 준공식을 치른 전국 1호 ‘고랭지무·배추 출하조절시설’을 통해 수급을 조절하고 절임배추로 고랭지배추의 부가가치도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창=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