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음력으로 8월 초하룻날입니다.
성묘 전에 숙제하듯 조상 무덤을 찾아갈 마음이 조급해질 때입니다.
무덤가에 무리 지어 피는 구절초 꽃향기가 망자의 넋이 되어 벌초하는 후손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겠지요.
한가위를 앞두고 하는 벌초는 우리네 중요한 의례입니다.
이맘때 고속도로 휴게소가 붐비고, 일복장을 한 무리의 이야기를 귀동냥하면 왠지 좋습니다.
조상의 소중함을 알고, 자녀들에게 뿌리를 알게 해 주는 이들은 (도로가 막힐지언정) 표정이 환하니까요.
우거진 풀을 베고 넝쿨을 잘라가며 감춰진 봉분을 찾아낸 다음
정성스럽게 음식을 차려놓고 술 한 잔 따라 올립니다.
이때 가장 조심할 게 말벌을 만나는 일입니다.
말벌의 ‘말’은 크다는 뜻을 더하는 접사인데요.
말벌 중에서도 덩치가 가장 큰 장수말벌은 특히 힘이 세고 독성도 강해 더 조심해야 합니다.
매미 중에 가장 큰 것은 말매미, 개미 중에 가장 큰 건 왕개미라고도 불리는 말개미이지요.
그럼 흔히 말하는 벌초와 금초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벌초는 무덤의 잡초를 뽑고 잔디를 깎아 깨끗하게 다듬는 일을 말합니다.
금초는 ‘금화벌초(禁火伐草)’의 준말로,
무덤에 불조심하고 때맞춰 풀을 베어 잔디를 잘 가꾼다는 뜻입니다.
불을 내 묘지를 태우지 말고 낫, 예초기 등으로 정성껏 잘 다듬으라는 말이지요.
한때 조상님 산소에 난 풀을 깎을 때 ‘칠 벌(伐)’자를 쓰는 것은 공손하지 않아
‘벌초’는 하층민, 금초는 양반의 용어라는 이야기가 돌았는데, 전혀 근거 없는 설일 뿐입니다.
사초(莎草)는 벌초, 금초와 달리 무덤에 잔디를 입히는 일을 일컫습니다.
묘의 봉분을 높이거나 무너진 부분을 보수할 때를 말합니다.
조상의 산소는 아무 때나 손대는 것이 아니라,
손(損)이 없고 절기상으로도 좋은 한식날 주로 합니다.
벌초를 중히 여긴 우리의 문화는 속담과 풍습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추석 전에 소분 안 하면 조상이 덤불 쓰고 명절 먹으러 온다”,
“식게(제사) 안 한 것은 남이 몰라도 벌초 안 한 것은 남이 안다”
등의 제주 속담은 벌초의 중요성을 일깨워 줍니다.
또 “의붓아비 묘 벌초하듯”, “처삼촌 뫼에 벌초하듯”, “외삼촌 산소에 벌초하듯”
등의 속담은 무슨 일을 할 때 정성을 다하지 않고 대충 눈가림으로만 한다는 뜻입니다.
경기도에는 “(음력) 8월에 벌초하는 사람은 자식으로 안 친다”는 말도 있었다네요.
추원보본(追遠報本).
조상의 덕을 추모해 제사를 지내고, 자기의 근본을 잊지 않고 은혜를 갚는다는 말입니다.
장례 문화는 최근 다양해져 잔디장, 수목장 같은 친환경 자연장이 늘고 있습니다.
어쩌면 벌초 역시 어느 순간 사라져 풍속으로만 남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직 고향땅을 지키고 사는 족친과 딸만 둘인 종제와 연락해서 곧 선영 벌초를 해야겠네요.
하기야 나도 손녀 둘 뿐이니 나중에 누가 선상과 선영을 돌볼 지 모르겠네요.^*^
사라지고 나면 그리워하는 일만 남겠지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