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 타카노리 vs 키쿠치 노리아키의 판크라티온레슬링 시범경기
(사진출처_boutreview.com)
얼마 전 모 웹진에 지난 23일 열린 일본의 컴배트레슬링 대회를 취재한 기사가 올라온 걸 봤습니다. 기사에서는 주지츠의 관점에서 (아마도 기자 분이 주지츠 베이스라서 그렇겠지만) 컴배트레슬링의 공격적인 경기 운영 방식, 그리고 하체관절기 위주의 승부가 자주 나오는 점 등을 매우 독특한 점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자 분이 삼보에 대해서 대해서 조금만 이해가 있었더라면 이내 자신이 지적한 부분들이 삼보의 특성임을 눈치챌 수 있었을 겁니다. 예전에도 우리나라의 MMA로 변형된 경기에 주력하는 삼보연맹에 아쉬움을 표하는 글을 남긴 적이 있었는데,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그래플링 전문기자가 아직 그 룰조차 제대로 모를 정도로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이지요.
일본 자생의 현대적 그래플링으로서는 SAW(서브미션 아츠 레슬링)이 가장 오래된 단체로 볼 수 있고, 그 외에 상당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종목이 컴배트레슬링입니다. 컴배트레슬링에 대해서는 흔히들 '타격이 없는 슈토'라거나 '도복을 입지 않은 브라질유술' 등으로도 불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실제로 이 종목들의 경기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삼보입니다.
브라질유술이 일본에 역수입되어 교습되기 시작한 것이 대략 10여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반면, 삼보는 이미 1970년대 후반부터 빅토르 코가 등이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마에다 아키라, 사야마 사토루, 타카다 노부히코 등의 UWF계 선수들이 그 기술을 익힌 바 있습니다. 특히 캐치레슬링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삼보의 다양한 하체관절기의 종류와 그 실용성은 당시 실전을 지향했던 U계열 선수들이나 격투기 팬들에게 엄청난 매력을 가지고 있었겠지요.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일본 종합격투기 혹은 그래플링에서의 하체관절기에 대한 애정(?)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룰의 부분입니다만, 기사에 컴배트레슬링의 특징으로 소개된 '가장 큰 메치기에 의한 포인트가 4점', '누르기에 의한 한판이 없다', '누르기에서 30초가 지나면 서브미션을 지시하고, 이어지는 공격이 없으면 교착을 선언하고 스탠딩' 등의 룰이 바로 아마추어 삼보의 룰에 기반을 둔 것입니다. (물론 변용한 만큼 차이는 있습니다.)
아마추어 삼보는 다들 잘 아시다시피 유도와 레슬링의 혼합형이라고 봐도 좋을 기술 체계를 가지고 있고 점수 체계에 있어서도 유도의 방식을 기본으로 하되, 레슬링의 포인트 제도를 혼합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우선은 유도의 '한판' 개념은 계속 살아있어서 메치기에 의해서 정확히 한 판을 따서 승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에 있어서 유도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고, 한판 이외의 메치기에는 레슬링의 포인트 제도를 도입해 메치기 형태에 따라 차등 점수를 부여합니다. 그 내용은 공격자와 피공격자의 자세에 따라 달라지는데, 구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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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자의 상태 피공격자의 상태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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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치기 직전,후가 모두 스탠딩 등(양어깨)이 바닥에 닿으면 한판
허리가 바닥에 닿으면 4포인트
가슴, 배, 엉덩이, 다리, 어깨 등이 닿으면 2포인트
무릎이 닿으면 A(액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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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친 후 자세가 무너진 경우 등(양어깨)가 바닥에 닿으면 4포인트
허리 2포인트
가슴, 배, 엉덩이, 다리, 어깨 1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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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치기 직전 비스탠딩, 등(양어깨) 2포인트
메친 후 스탠딩 상태 허리 1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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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치기 직전,후 모두 비스탠딩 등(양어깨) 1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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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복잡하죠... ^^;;
또한 유도에 있는 '누르기'(혹은 굳히기)의 개념을 살려가되, 역시 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합니다.
누르기 자세(피공격자의 등이 닿아있는 상태)로 들어가 10초 지나면 2포인트, 20초면 4포인트가 되고 그라운드 상태가 30초 이상 지나면 '액션' 콜이 나오고 기술이 이어지지 않으면 스탠딩 상태가 됩니다. (관절기가 걸려있더라도 30초 혹은 1분이 지나면 스탠딩, 이 부분은 국제 룰과 일본 룰에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공격적인 그래플링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잠깐 사족입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G5 등의 영향으로 MMA에서의 그라운드 30초 룰에 대해서 '엉터리'라고 보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만, 사실 상 이 30초 룰도 일본에서는 삼보의 전통에서 나온 것으로 나름대로의 근거를 가지고 있는 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맥걸이나 다이도주쿠의 호쿠토기 대회 등, 약간은 소프트하달까 아마추어 성이 강한 MMA 경기에서 주로 적용하고 있지요.)
이렇게 해서 메치기나 관절기에 의한 한판을 따거나 12포인트를 따서 테크니컬 한판승이 되면 이기게 되고, 그 외에는 경기 종료 후 판정에 의해 승부를 가리게 됩니다. 다만, 아마추어 삼보에서는 의외로 금지 기술이 많은 편이어서 조르기와 힐홀드, 토홀드앵클록은 금지 기술로 되어 있습니다. (발등을 잡고 하는 앵클홀드는 인정)
다시 컴배트레슬링의 얘기로 돌아와서 이처럼 컴배트레슬링은 삼보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는 종목이고, 실제로 컴배트레슬링의 주관자인 키쿠치 노리아키(키쿠치도장 도장장이자 고미 타카노리의 스승)는 삼보연맹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키쿠치도장에서도 삼보 스쿨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삼보 기반의 MMA팀인 SK앱설루트 소속의 타케우치 이즈루(현 판크라스 미들급 킹 오브 판크라시스트)가 과거 컴배트레슬링 대회에서 무려 8번이나 우승을 했다는 사실 또한 그럴만 하구나~ 싶은 부분이지요.
초상승세를 타고 있는 '판크라스 최강 그래플러' 키타오카 사토루의
컴배트레슬링 1회전 경기 - 마운트 포지션에서의 프론트초크로 한판승,
졸리고 있는 선수가 한국 선수...;;; (사진출처_ boutreview.com )
올해는 컴배트레슬링 대회가 23일에 열렸고 타케우치 이즈루는 26일에 출전할 판크라스 경기(카네하라 히로미츠-김홍광 선수가 경기를 갖습니다) 때문에 컴배트레슬링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습니다만, 판크라스ISM 소속의 키타오카 사토루가 출전해 80kg급에서 전경기를 한판승으로 이겨 우승했습니다. 키타오카 사토루는 20일에 열렸던 Gi그래플링 대회에서도 2경기 모두 한판승으로 우승했는데, 이번에도 대회MVP, 최다한판승상, 최단시간한판승상 등... 그야말로 싹쓸이였다고 하더군요. (첫 상대가 한국의 전성훈이라는 선수였다고 하는데 누군지 혹시 아시는 분 계시나요?)
저는 23일 일본 토쿄 골드짐에서 박일규 선수의 네오블러드토너먼트 경기에 세컨으로 참가했습니다만, 대회가 끝나갈 때 쯤 키타오카 사토루가 메달을 목에 걸고 대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봤습니다. 무슨 메달인가 했더니 컴배트레슬링 대회 우승 메달이었나 봅니다. (거기까지 메고 온 걸 보면 어지간히 자랑하고 싶었나 봐요. ㅋ) 오는 5월 18일 '센고쿠'에서의 경기도 잘 풀렸으면 좋겠네요.
첫댓글 배우고 싶다..^^
전 역시 아직은 레슬링 계열이 별로...ㅡ_ㅡ 아 그라운드 싫기도 하여라;;
흥미롭네요 ^^
오호....흥미롭군요,,조같은 그래플링 계열에게는...^^;;
작년에 새로 산 유도복이 물먹는 하마만 먹고 있습니다. 배우고 싶어라...
어떻게 하면 유술계통 수련자와의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수 있을까?
잡히지 않도록 부지런히 움직이고, 움직임을 끊어내는 것 밖에 없지요.
그래플러가 젤 싫어하는 유형은, 발빠르게 치고 빠지면서 테잌다운 디펜스 죽이는 타입이지요.....콜먼전의 크로캅처럼.....된장..그라운드 못가는 순수그래플러는 그라운드 끌려들어간 순수타격가만큼 무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