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방문 108배ㆍ명상하며 투쟁에 지친 마음 치유 “더 이상 희생 없길” 발원
자승 스님, 노조 지도부 측에 “종단적 차원에서 적극 도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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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원 700명은 조계사 마당에서 발원문을 낭독한뒤 108염주를 한알씩 꿰며 108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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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근무 최고 18시간, AS 실적 건수로 임금이 책정되는 건당 수수료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 낮은 고객만족도를 받을 경우 동료들 앞에서의 자기비판.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다.
비수기때는 하루에 1~2만원의 수입밖에 못 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기서 식대, 통신비, 유류비는 제외된다. 고 염호석(34) 삼성전자서비스 양산분회장의 지난달 월급이 41만 원이었던 이유다. 염호석 양산분회장은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조합 인정과 임금체계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 5월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최종범씨가 같은 이유로 자결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원 700명이 5월 27일 조계종 총무원과 조계사를 방문했다.
노동조합은 더 이상 노동자가 목숨을 끊는 일을 막아 달라며 불교계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열흘 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죽음에 대한 사측의 책임인정, 노동자 사용자성 인정과 임금체계 개편 등을 요구하며 노숙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자리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이다.
조합원 지도부 6명은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의 접견 자리에서 “동료들이 또 목숨을 버릴까 걱정이 된다. 부처님은 생명 존중 사상을 설파하셨다고 들었다. 죽음의 행렬을 막고 조속히 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불교계에서 도움이 되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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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원 지도부 6명이 5월 27일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자승 스님을 예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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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자승 스님은 “쌍용차 해고자 문제만 해도 25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버린 걸로 알고 있다. 생명의 존귀함을 노사 양측이 알아야 한다”며 생명을 던져서 해결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당연히 삼성전자 직원일 줄 알았던 분들이 법적 보호를 못 받는다는 것은 처음 안 사실”이라며 “구체적으로 논의해서 종단이 도울 수 있는 데까지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화쟁위원회장 도법 스님, 기획실장 일감 스님, 노동위원장 종호 스님 등이 배석했다.
이에 앞서 조합원 700명은 조계사 마당에서 발원문을 낭독한뒤 108염주를 한알씩 꿰며 108배를 했다.
그동안 쌓아왔던 분노와 좌절을 잠시 발밑에 내려놓는 시간이었다.
조합원들은 부처님을 향한 발원문에서 “차별과 탄압많은 세상을 헤쳐갈 수 있도록 좌절감을 갖지 않도록, 삶의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회사와 대립과 갈등을 넘어 평화가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이건희 회장의 빠른 쾌유를 빌기도 했다.
격려차 조계사를 찾은 일감 스님은 “여러분들이 몸과 마음을 내려놓았듯 윗자리에 있는 분들 역시 마음을 내려놓고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오늘의 행보가 사회에 조용한 울림이 되길 바란다”고 노동자들을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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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비스노동자들이 일배 일배를 하면서 염주를 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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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를 마친 조합원들은 조속한 해결을 기원하는 서원지를 작성해 조계사 대웅전 앞에 매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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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들이 각자의 바람을 담은 서원지를 조계사 대웅전 앞에 매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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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들은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며 더 이상의 희생이 없길 발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