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들과 불행한 사람들?>
며칠 전에는 평생 마음을 비우고 가난하게 살아오신 노신부(로베르토, 노숭피, 미국 사람) 사제 서품 50주년 기념미사에 참석했다. 광주 살레시오 수도원 성당 미사에 나오는 신자 수백 명이 오셨다. 강론을 노신부님이 하셨다. 여느 강론과 달리 신부님과 신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웃고 떠들고 박수 치고 난리였다. 재미있고 신이 났다. 신부님과 신자들은 딱 한 집안 식구였다. 신부님과 신자 한 명씩이 각별한 사이였다. 서로 한없이 아끼는 사이였다. 신부님께는 만나는 모든 사람이 당신 식구 혈육이었다. 그들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기쁨이고 보람이었다. 서로 만나는 눈빛만 보아도 당장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노신부님은 우리 나이로 82세, 우리나라에서 50여년을 사셨다. 한국 살레시오 수도회는 노신부님처럼 살고 싶은 수도자 지원자가 끊이지 않는다. 독자 분들도 노신부님을 만나게 되는 행운이 있기를 기원한다. 사랑을 만날 테니까. 사람사랑을, 자연사랑을 모시게 될 테니까.
미사 끝나고 살레시오 수도원에서 수도생활을 10여년 함께 한 일 년 선배를 만났다. 선배 부부도 그렇게 착할 수가 없다. 그런 선배 부부에게 어려서 뇌성 마비 걸려 1급 장애가 된 딸이 있다. 선배 부부는 그 딸에게 한없는 애정을 기울였다. 딸 본인은 자신이 행복한지 불행한지도 모르겠지만, 부모는 그 딸이 있어 하느님 축복과 사랑을 절감한다고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그 딸 잘 지내느냐고 묻자, 부부가 함께 일을 해야 해서, 수녀원에 맡겨왔는데, 그 수녀원 수녀님들은 정말 천사라고 했다. 한없이 검소하고 가난하게 살고 돌보는 아이들을 끔찍이 사랑하신다고 했다. 그 수녀님들 앞에 서면, 그 수녀님들과 만나면 숙연해지고 눈물이 나려 한다고 했다. 세상에는 그렇게 숨어서 사람을 한없이 사랑하고 사람을 보고 만나면서 한없는 사랑을 체험하는 분들이 많고 많다. 사람들 대부분이 그런 분들이시다.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 인류 가운데 1% 사람들, 아니 0.1%에도 못 미치는 사람들은 이기심, 재물 욕심, 출세 욕심이라는 더러운 악령에 사로잡혀 실제로는 불쌍하게 불행하게 살아간다. 경제전쟁으로, 무력전쟁으로 다른 숱한 사람들을 짓누르고 빼앗고 대량살육하면서 살아간다. 그런 사람들 본심이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이 더러운 악령에 사로잡혀서 그런다. 악령이 그런 사람들로 몸을 취하고 있어서 그런다. 악령의 하수인이 되어 있어서 그런다. 이명박은 물론이려니와 박근혜와 그 수족들을 비롯한 친인파들과 사대주의자들이 그런 사람들 부류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라도 한사코 불쌍하게 여기고 결코 저주해서는 안 된다. 예수께서는 형제더라 욕을 하면 지옥 불구덩이에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셨다. 그런 사람들도 반드시 회심하고 회개하여 구원을 받아야 할 우리 부모형제자매요 우리 한 식구요 한 혈육이다. 사람을 결정적으로 악한 사람이라거나 선한 사람이라거나, 구원받은 사람이라거나 멸망할 사람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단정하고, 유형별로 가르는 것은 인간에게는 월권이다. 모든 사람은 살아생전에 회개하여 구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 거짓과 불의와 미움에 사로잡혀 살기등등하여 살아가는 0.1% 사람들도 회심하고 회개하여 인생을 성공하고 구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 0.1% 사람들도 어떤 경로로든 도둑질하고 강탈한 모든 것을 반납하고, 가진 모든 것과 능력과 소질까지 모든 사람의 공유로 내놓고, 모든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인생을 살아 빈손으로 죽을 때 인생을 성공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렇게 해 드리려고 우리네 절대다수 사람들이 수난하고 죽임을 당하는 가운데 묵묵히 걸어가고 계신다. 그런 삶과 인생과 역사가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고 죽임을 당하는 민중이 증명해 보이고 계시는 연민과 용서와 자비다. 천지신명님, 하늘님, 한님, 하느님, 하나님의 아프고 눈물겨운 연민과 용서와 자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