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회 123차 산행기 - 백양산
2007년 6월 22일 10시 성지곡 어린이 대공원 내 학생 문화회관 정문
오늘의 참여자 - 청암, 청송, 영복, 흰내, 죽암, 연암, 국은, 버드나무 이상 8명
날씨 때문에 회원이 적을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8명이 나와 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태화 회장님은 일본 여행 중이라는 전화)
장마철, 아침부터 비가 와서 청송, 흰내 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 비가 오는데 갑니까?
- 전에 그랬습니다. 천둥, 번개가 치지 않는 한 가자고. 갑시다.
죽암, 영복 친구가 일등으로 와 있었고 우산을 쓰고 속속 등장하는 친구들을 맞으며 역시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우중 등산, 안개속 등산도 색다른 맛이리라.
멀리 해운대에서 청송, 국은 친구까지 와 주니, 그래 비야 더 내려도 좋다,
우리는 산에 오른다.
시멘트 길이지만 왼쪽은 성지곡 수원지요 오른 쪽은 키 큰 굴참나무 숲이라 이만한 산책로가 부산에 또 있는가.
우산에 후두둑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안개를 감고 서 있는 나무들은 신비하기까지 하다.
베일로 얼굴을 약간 가린 신부가 더 신비하듯이.
독일의 시인 헤르만 헤세는 안개를 빌어 고독을 노래했다.
- 안개 속을 헤매는 것은 이상하다.
덤불과 돌은 모두 외롭고
나무들은 서로를 볼 수 없고
모두가 혼자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모두가 혼자라는 사실을. -
헤세가 본 것은 아주 짙은 안개였던가 보다.
오늘, 성지곡의 안개는 엷은 안개.
나무들도 저희들끼리 잘 볼 수 있고 우리들 8명도 얼굴에 살짝 떠오른 미소까지 잘 볼 수 있는 순한 안개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독 대신 오늘도 산행을 같이 하는 일체감을 느낄 뿐이다.
어린이 놀이 공원 우측에서 방향을 바꾸어 사명대사 동상이 서 있는 소로를 택하다.
여기에 왜 사명대사 동상과 충의(忠義) 비각이 있는가?
임진왜란 때 스님은 승병을 조직, 왜군을 크게 무찌르셨고 부산진성을
수축, 재침에 대비하셨으며 전후에는 왜국에 사신으로 드나드시면서 포로 송환, 왜인 교화에 힘쓰셨다.
사명 대사가 부산과 관계가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1820년에 부산진 첨사 임형준이 비각을 세웠고, 1981년에 많은 시민들의 뜻을 모아 3.6 m의 동상을 건립하였다.
국은은 집의 전화를 받고 이 지점에서 귀갓길에 올랐다. 색깔 좋은 매실주 한 병을 버드나무 총무에게 건네주고.
죽암 친구는 발목이 아직 완쾌치 않아 평지만 걷겠다고 하며 왼쪽의 산림욕장 쪽으로 길을 잡았다.
나머지 6 명은 연암 친구의 안내로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걸어 올라가 11시 10분경, 전에 몇 번 간 적이 있는 체육공원에 도착.
긴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
흰내 친구가 밤과 호두가 든 양갱을, 연암 친구가 매실주와 수박을 제공.
수박과 양갱을 안주로 한 잔 씩 걸치다.
편백나무와 잡목들이 우거진 숲길, 나뭇잎에 맺혔던 굵은 빗방울들이 계속 우산위에 떨어진다. 11시 30 분에 찬물샘에 도착.
맨 먼저 누가 이렇게 샘을 찾아서 비닐 쪽박들을 걸어두었을까?
새삼 고맙다.
산엘 다니다 보면 가파른 길에 새끼줄을 쳐 둔 사람들, 미끄러운 길에 반듯한 돌을 깔아놓은 사람들, 이정표를 세워 둔 사람들, 나무 가지에 리본을 달아 둔 사람들하며 --- 고마운 사람들이 곳곳에 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샘을 팔 때, 새끼줄을 칠 때, 돌을 깔 때, 이정표를 세울 때, 리본을 달 때, 그 마음이 바로 부처의 마음이요 예수의 마음일 것이다.
11시 50 분에 만덕 넘어가는 고갯길에서 좌회전하여 백양산 쪽으로 길을 잡았다.
편안한 길의 연속 - 오늘의 산행은 가파른 길은 피하고 평탄한 길만 택한다.
등산이라기보다 산책이다.
다시 성지곡 수원지로 내려가는 자갈이 깔린 길.
바드득바드득 자갈 밟는 소리를 반주삼아 친구들은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소곤거리며 걷는다.
비는 그쳤고 우산은 배낭 속으로 들어갔다.
12시 20분에 어린이 놀이 공원 위쪽에 위치한 전망대 분식집에 도착.
죽암 친구가 미리 와서 오리 백숙 두 마리를 시켜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일행은 7명, 자릴 잡고 앉아 우선 술부터.
테니스 할 때나 등산 시 합성주 담당인 제조상궁역의 연암 친구가 생탁 셋에 사이다 하나를 섞어 한 사발씩 돌린다.
“당신멋져!”
오늘 연암은 길 안내에 술 안내까지 1인 2역이다.
국은이 주고 간 매실주까지 마시니 다들 혈색이 좋다.
물론 혈색보다 기분이 더 좋다.
오리 백숙이 나온다.
버드나무 총무가
- 지난 번 산행 시 신평, 청송, 한조 세 친구가 낸 협찬금이 많이 남아있으니 (86,000)
양껏 드세요. -
말했더니 죽암이 벌써 오리 백숙 값은 냈다고 한다.
덕분에 협찬금은 70,000 원이 그대로 남는다.
죽암은 성지곡만 오면 저거 동네라고 무어든 내려고 한다. 벌써 몇 번인가.
그저 고맙고, 빨리 발목이 완쾌되기만을 빕니다.
술에, 백숙에, 죽 한 그릇, 차 한 잔씩 마시고 일어서니 1시 반.
성지곡 저수지를 오른 쪽으로 빙 돌아 내려오다.
옛날 신라 말에 성지 (聖知) 라는 지관이 팔도강산을 유람하다가 여기가 명당임을 알고 그 혈맥에 철창을 꽂고 ‘이곳에 천년 후에 사람들이 들끓을 것’ 이라고 예언했다고 한다.
높이가 642 m 인 백양산은 편백과, 참나무, 소나무들로 빽빽이 덮여 그 깊은 그늘과 맑은 저수지물로 하여 부산 제일의 삼림욕장과 산책 코스가 되어 그야말로 사시사철 사람들이
들끓고 있는 명소다.
2시 10 분에 대공원 입구에서 헤어지다.
보행 시간은 두 시간 정도.
7,8 월 장마비에도 산행을 거르지 맙시다.
태풍 불고 번개 치면 할 수 없지만 어지간한 비는 무릅쓰고 갑시다.
다음 주는 29일 10시 온천장역입니다.
도시락 준비 하지 마시고 금정산 갔다 내려와서 동래역 맞은 편 세연정에서 점심 합니다.
그럼 그 때 봅시다. 안녕히!
첫댓글 선생님의 글이 피천득님의 글처럼 쉽고 편안해서 읽기가 좋습니다. 여러분이 담소하며 웃으며 빗속을 걷는 모습이 눈에 훤합니다. 산행일기 잘 보고 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등산하는 기분입니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