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는 딸 부잣집의 셋째 딸이었다. 딸만 다섯을 줄줄이 낳고 마지막에 아들 하나가 있는 집이다.
키 163센티, 51킬로, 신발 칫수 240밀리, 배꼽 아래 왼편에 쌀알 만한 까만 점이 있는 사람,
이대 나온 여자는 아니지만 서울에 있는 전문대를 나와 광고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었다.
처갓집에서 심하게 교재를 반대했다. 달랑 두 쪽뿐인 나와 결혼할 수 없는 이유가 수없이 많았기에 너무나도 정당한 반대였다.
그집 여덟 명 중에 장인 어른이 가장 만만했다. 장인은 과묵한 성격에다 심성이 착했다.
내가 약주 대접하며 도와달라고 할 때는 내 편이었다가 이튿날이면 장모 편으로 돌아서기를 반복했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계속하자 어느 날 장모님이 누이와 나를 자기 집으로 초대를 했다.
잘 사는 자기들 생활을 직접 보여주면서 상대를 포기하게 만드는 친절한 회유 작전이었다.
격이 맞지 않으니 언감생심 넘보지 말라는 경고도 담겨 있을 것이다.
맛난 식사 대접 후에 온 식구가 돌아가면서 조목조목 이유를 설명했다. 장인 어른만 황소처럼 눈 멀뚱거리며 말이 없었다.
누이는 그날 바로 설득을 당해 결혼을 포기하라고 했다.
그렇게 헤어졌다가 또 만났다. 우리의 헤어짐은 항상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 이번에는 누이 혼자 그집에 초대를 받았다.
이번에도 누이는 완전하게 설득을 당해 내게 다시는 여친을 만나지 말라고 눈물을 글썽이며 사정을 했다. 나는 누이 말을 듣지 않았다.
퇴근길에 집 앞 골목에서 대여섯 명의 남자들에게 집중 폭행을 당했다. 막내 처남의 친구들이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내게 어둠 속에서 한 놈이 말했다.
"너 또 OO누나 만났다가는 디진다." 조폭 영화가 따로 없었다. 눈탱이 밤탱이가 되어 다음날 출근을 못했다.
눈치 빠른 주인집 할머니가 누이에게 전화를 했나 보다.
"집의 동생, 누구와 싸웠는지 얼굴이 말이 아니야." 분명 이리 말했을 것이다.
그날 저녁, 한달음에 달려온 누이가 추궁을 한다.
벽 쪽으로 누워 아니라고 변명을 했지만 결국 처갓집 소행이라는 걸 알아낸 누이가 내 등짝을 후려치며 말했다.
"어이구! 이 등신아, 여자가 걔밖에 없니? 그년 보X에는 금테라도 둘렀더냐?"
분을 참지 못하고 내가 말릴 새도 없이 그 집으로 달려간 누이는 대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순간 집안의 불이 꺼지더니 잠잠하더란다. 그렇다고 이대로 돌아설 누이인가.
"야, 당장 문 열지 못해? 사람을 이리 패놓고 니들이 그렇게 잘났냐?"
그때가 밤 열 시쯤 되었을라나?
웬 미친년이 저러나 싶었던지 옆집 사람만 빼꼼히 얼굴 내밀었다 사라질 뿐 불 꺼진 그집에서는 끝내 감감무소식이더란다.
누이는 대문 옆에 있는 시멘트로 만든 쓰레기통을 밀었다. 당시에는 집집마다 김치 냉장고처럼 생긴 쓰레기통이 있었다.
누이가 힘도 세지. 누이는 쓰레기통을 굴려 그집 대문을 찌그려놓고 돌아섰다고 한다. 그런 장애물을 뚫고 나는 결혼에 성공했다.
서른네 살이었다.
결혼하고 한 10년쯤 지났을 것이다. 누이집에 갔던 날 드라마에서 결혼을 반대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걸 본 누이가 말했다.
"딱 예전의 니 얘기다야. 그때 당한 수모를 생각하면 지금도 자존심이 상해."
"언감상심이라나 뭐라나?"
듣고 있던 매형이 한마디 거들었다.
"이 사람아, 언감상심이 아니구 언감생심이라 했겠지."
누이가 민망한지 깔깔 웃으며 말했다.
"언감생심이든 언감상심이든 알아 먹으면 됐지. 뭐람?"
나는 반대를 뚫고 결혼을 했지만 살아 오면서 늘 언감생심을 경계하고 존중했다. 누이 말대로 언감상심을 품기도 했다.
살면서 겪었던 수많은 傷心들을 이겨낸 내게 賞心이 되고 싶을 때도 있다.
부자 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기를 쓰지는 않았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처음으로 돌아가 인생을 다시 살 수는 없는 법,
시행착오 연속인 험난한 인생이었지만 좀 더 살고 싶어진다. 언감생심, 가능하면 오래도록 말이다.
이것이 내가 품고 있는 언감常心이면서 언감賞心이다.
첫댓글 아~^
감동적인 사연입니다~~^^ 뒤늦게나마 결혼을 다시금 축하드리구요~~^^
감동까지는 너무 띄우는 것이구요 조금 드라마틱은 했지요.
인연이 될 사람은 아무리 반대를 하고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결국은 만나게 되는 모양이더이다.
단단님의 축하 댓글 고맙습니다.ㅎ
이겼네 그럼됐지 뭘
글 잘쓰는동생
네,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귀한 분이 여기까지 오셔서 흔적 남겨주시니 이리 반가울 수가 없네요.ㅎ
셋째 딸은 확인할 것도 없이
좋다는 말이 있지요...
그 분들이
미안한 마음이 들어갈 정도로
두 분이 행복하게 살면 됩니다...🫒🫒🐦
셋째 딸이 그렇다는 말이 있긴 하더군요.
훗날 처남한테 들으니 장모님이 다섯 사위 중에 제가 제일 좋다고 했다는데요.ㅎ
때론 아픈 손가락이었기에 죄송한 마음이 많았답니다.
유현덕님의 아내~
대단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못할게 없지요
너무 재밌어요~~ㅎ
저희집은
너 아니면 못살아 가
너 때문에 못살아 로
변질되었답니다
너 때문 못살아가
조금 더 있음
너 없이는 못살아로
회귀할거에요 ㅎ
우리도 좋다고 결혼해 놓고 자주 아웅다웅 했지요.
몇 시간짜리 미움일지라도 오래 쌓아두면 상처가 될 수 있기에
당일 날 제가 먼저 사과하고 원위치 할 때가 좋았답니다.
지영님처럼 때론 지지고 볶으며 사는 것이 권태기 없이 알콩달콩 사는 방법이랍니다.ㅎ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음따!!!를
직접 체험하셨네요
김대중 대통령
이희호여사님 생각이 문득
보란듯 잘살면 되는거죠
마음이 깊어 잘하실것 같습니다
열 번까지는 안 찍었는데 넘어 오던데요.^^
제가 워낙 힘든 걸 겪어서 그런지 후배들이 연애상담을 할 때 조언합니다.
반대하는 결혼은 가능한 하지 말라구요.
그럼에도 제 사랑에 대해서는 후회를 하지 않는답니다.
평온한 일요일 되시길,,ㅎ
@유현덕
진즉 현덕님을 알았시믄
연애상담받고
연애도 해보는건데
휴우 아쉬워라 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로움님이 저의 긴 글을 언감생심 끝까지 다 읽으셨나 보군요.^^
나도 짧은 글을 쓰면 편하고 좋습니다.
매일 두 편씩도 올릴 수 있을 걸요.
어쨌든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ㅎ
일요일 오후가 참 평화롭네요.
사랑의 힘이 불가능을 가능
하게 소설같이 드라마같이
이루어낸 값진 승리 같습니다.
어렵개 이루어진 만큼 더
많이 노력하시고 사셨겟지요.
저야 젊을때 뱃놈이어서요.
처갓집에서 반대 했지마는
쌀이 익어 밥이 되어설랑
어쩔수 없이 처갓집에서
허락 했엇지요.근데 그사람
너무 차카개 살았는지??
하늘에서 일찍 데려가
버리더군요~~
금박사님과는 喪妻의 동지이기도 하지요.
그 마음 알기에 님 댓글 읽으면서 또 코끝이 시큰합니다.
젊을 때 배를 타셨다니 뜻밖의 이력이네요.
쌀이 익으면 밥이 되기도 하지만 뜸을 너무 오래 들이면 타기도 하더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인생은 일단 끝까지 살아 남고 볼 일,,
모쪼록 병마 떨쳐내시고 아내 몫까지 오래오래 사시기를 바랍니다.
아~~재밌다!!
순식간에 완독.
남의 연애사, 결혼스토리는 무조건 재미져요
ㅎㅎ
마스카라님께서 연애사와 결혼 이야기에 관심 있는 것이 저와 같습니다.
탄탄대로 이야기보다 꼬불꼬불한 이야기가 더 재밌기도 하구요.
제가 처복이 있는 사람인지 행복했었노라 말할 수 있네요.ㅎ
그래서 부자 처가집덕을 많이 보셨나요?
예를들면 아파트를 한채 사줬다든지
아님 돈필요할때마다 수시짬짬 목돈을 줬다든지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못산다고 반대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넵! 처가 덕을 많이 봤지요.
결혼식 때 제 하객이 많지 않아서 넘쳐나는 신부측 하객을 신랑쪽으로 빌려오기도 했구요.
사업하다 쫄딱 망했을 때 처자식을 잠시 맡기고 외국에 나가기도 했답니다.
반대했던 한 사람씩을 차례로 내 편 만드는 맛도 있었구요.
또 뭐 있나?
암튼 제가 처복이 넘쳐나는 행운아였답니다.ㅎ
금박사님과는 상처의 동지라는
말씀이 무슨 말씀이신지요?
설마?는 아니지요?
드라마틱한 로맨스 한 편 읽은 것 같은데
답글에 마음이 아려 오는건ㅜ
아~
지금 있는 아내는 두 번째 아내입니다.^^
그 나쁜 사람이 저한테 이런 기회를 주고 먼저 떠나버렸네요.
못 살 것 같았는데 세월이 지나니 꾸역꾸역 살아지데요.
맛난 것 먹을 때나 하늘이 맑을 때면 그 사람 생각이 나서 가슴이 매워오지요.
너무 미안해서 오래오래 살다 가려구요.ㅎ
참 의지의 한국인 이요 ㅎ
그토록 괄시를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사랑 ㅎㅎ
저보다 형이 더 의지가 강하더구만요.
처음엔 무시를 당했지만 나중 곱빼기로 축하를 돌려 받았습니다.
누구든 러브 스토리가 달콤하지 않으리요.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입니다.ㅎ
언감상신... 오자가 난 줄 알았네요.ㅎ
잘 읽고 갑니다.
석촌 선배님 다녀가셨군요.
파울 볼이 홈런 되는 경우는 없지만 오타가 결정타가 될 때는 가끔 있더군요.
평온한 일요일 밤 되시길,,ㅎ
의지의 한국인
그 한국인을 알아본 드문
신여성~~
멋진 러브스토리의 추억~
언감상심도 맞고 언간당심도
맞습니다 맞고요~^^
평화님의 댓글은 언제나 긍정적이어서 좋습니다.
님의 댓글이 저의 일요일 밤을 더욱 맛있게 해줍니다.
언감常심으로 더 열심히 살아 보렵니다.
심성 고운 평화님도 늘 행복함이 함께 했으면 하네요.ㅎ
힘든 결혼이었습니다.
그래도 두 분의 확신이 있었으니 가능하였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이젠 스스로 에게 깊은 상념 보다는 그간 수고하심에 대한 상을 주셔도 될 듯합니다.
멋진 글 잘 읽었어요.
그럼요, 견딘 보람이 있었습니다.
아내가 부모 말 잘 듣는 착한 사람이라서 여러 번 헤어졌다 만나기를 반복했었지요.
한자 중에 상字를 참 좋아합니다.
相 床 像 賞 上 常,,
그 중에 밥먹는 상을 좋아하고 항상 저를 떳떳하게 해주는 常도 좋아하지요.
언감생심, 김포인님 앞에서 유식한 체해서 죄송합니다.^^
@유현덕 ㅎㅎ
내 이름 중 상자가 있는데
오히려 상 이라고
참 대단한 유현덕님
그 보다 더 강단있는 누부님
애틋한 두분의 러브스토리도 좋고
누님의 화끈한 그 복수도 마음에 듭니다
다 지난 일이지만 참 애닲은 사연
그럼에도
참 대단하신 분이십니다
유현덕님
아름문학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당연한 결과지만 예사롭지않는 지독한
끈기와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좋은글 읽을 수 있게 해 주심
대단히 감사 합니다^^~
@석 우 요기다 댓글 달면 제가 모를 줄 알았지요?^^
이름에 상字가 들어간다니 왠지 정감이 갑니다.
제 누이가 배우지는 못했지만 기억력 좋고 힘도 세고 재치도 있고 그런답니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의 글쓰기는 계속 될 겁니다.
기분 좋은 댓글 달아주심에 저도 감사하네요.
석우님, 늘 건강하시길요.ㅎ
슬픔도 아픔도 마음 상함도
어떻게 이렇게 맛깔나게 풀어 쓸까요~
아무튼 유현덕님은
감출 수 없는 글쟁이 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맞은 한 여인이 먼저 가버렸군요.
잊기가 많아 힘들었을터인데...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고 했듯이
어쩌면 지금의 부인이 현덕님께
좋은 사람으로 자리매김하리라 봅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한말씀 드리자면,
누님의 살짝 빗나간(?) 단어가
글감에 더욱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글감이 되니 좋다고 해야겠지요.
그렇습티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습니까?
다들 알아서 해석하고 있습니다.
좋은 방향으로다가....^^
상실의시대님 댓글을 보면 참 성의 있게 글을 읽는 분임을 느낍니다.
카페에 여러 성향의 회원들이 있지만 상실님은 참 진지한 분이십니다.
제 누이도 결혼을 처갓집 식구 못지 않게 결사 반대했던 사람이었지요.
그 집 사람들한테 평생 무시당하며 산다고 걱정도 많이 했구요.
누이의 찰진 욕도 그런 마음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네요.
어쨌든 제 글이 상실님 같은 찐 독자와 공감할 수 있어서 기분 좋습니다.ㅎ
고운 일요일 밤 되세요.
현덕님의 편안하고 공감대 넓은 글 표현력의 이유가 사랑에 아픔과 승리의 기쁨 해피엔딩의 추억이 지금 껏 주~ 욱 이어져 온 결과라고 ㅎㅎ 제 생각이 절반만 맞나요?
제가 인생 전반전 복보다 후반전 복이 많은가 봅니다.
그런 복 중의 하나가 여기에 머물며 운선님과 공감하는 것도 포함되지요.
바라는 것이 크지 않아선지 오늘처럼 선선한 가을 바람에도 마냥 고맙고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쭉 이렇게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랍니다.ㅎ
인연은 주위에서 아무리 반대를 한다 하더라도 귀한 인연으로 끝내는 이어지는 것인가 봅니다. ^^~
제가 보는 인연이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저 사람은 만날 사람이다 하면 언젠가는 만나게 되고
저 사람은 못 만날 사람이다 했으니 아무리 용을 써도 스쳐지나게 되고,,
수피님도 제 말에 동의하실 걸로 믿어요.ㅎ
이렇게 글을 잘쓰니 내가 혼이 빠지고 사랑하지않을수있나?
50~60에 샛별처럼 나타난
유현덕,
금상을 넘어 대상감,
유현덕님이 대상감인 이유,
1 글이 솔직담백하고 군 더덕이 앖는 깔끔한 점
2 글의 소재가 우리주위에 있는 대중적인 점
3 과거와 현실이 구름다리를 넘어가는 아슬아슬한 실감과 끝에 닿으면 성공적인 도착점에 안착한 안도감.
4. 뭐니뭐니해도 재미있는 소재라는점.
볼수록 신비롭고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 위인같은점
유현덕이 여자라면
죽도록 사랑할텐데
남성이라는점이 너무 아쉽다
이발사와 아모래 아줌마는 참으로 어디다 내놔도 수작으로 뽑일 일등 수필입니다
호반청솔님의 조목조목 정성이 들어간 긴 댓글입니다.
너무 좋게 봐 주시니 부끄럽기도 하네요.
못난 제 큰형의 이야기까지 기억을 하시니 대단하십니다.
제가 배움이 짧아서 심오한 글은 못 쓰고 그저 소소한 일상을 일기처럼 쓰지요.
우짜든둥 건강하셔서 청솔님을 카페에서 오래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ㅎ
@유현덕
아~
아름문학상 받으셨군요.
댓글보고 알았습니다.
축하축하요^^
@제라 네,
부끄럽지만 제라님의 축하 감사히 받겠습니다.
늘 좋은 날 되시길,,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