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장 : 월광충천(月光衝天) - 2
-엇갈리는 운명
사공운은 먹던 음식을 내려놓았다. 어차피 각오는 했던 일이지만
이건 너무 빠르다. 무엇인가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너무 빠른 듯 합니다."
"지금은 한시가 급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일세, 자네도 알다시피
현재 마교의 상태도 심상치 않고, 언제까지 용부의 분열을 보고 있
는 것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닐세."
사공운과 담숙우의 시선이 엉켜 들었다. 둘 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사공운은 반대할 명분이 없음을 알았다. 그렇다고
증거도 없이 금강사호는 봉성에서 키운 것 아닙니까? 하고 물을 수
도 없었다. 이들은 처음부터 금강사호에 대해서는 침묵하기로 결정
한 듯 했다.
당연히 물어보아야 할 백발음마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하나는 백발음마를 죽이는데
실패한 사공운의 입장을 고려한 배려일 테고, 아니면 자신들의 구려
운 부분을 용설아의 결혼과 묶어 대충 넘어가려는 뜻 일수도 있었
다. 이미 백발음마가 봉성과 어떤 방식으로든 관련이 있으리라 짐작
한 사공운으로서는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욱 강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공운이 조금 굳은 얼굴로 담숙우를 볼 때, 용설아는 입술을 깨
물고 있어야만 했다. 앞에 있는 음식이 흐릿해진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결혼이라니.
자신은 이미 결혼한 여자로 남편도 있고, 딸도 있었다. 그러나 내
색하지 못하는 모정은 아프고 아플 뿐이었다. 여자 홀로 짊어지기에
는 너무도 무거운 짐이었지만, 누가 그랬던가? 여자는 약해도 어머
니는 강하다고.
용설아는 곁눈질로 사공운을 비켜 본 다음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하늘이 나를 용서치 않으리라. 가가 당신만이라도 행복하십시오.
딸아 보고 싶구나.'
그녀는 울지 않았다. 아니 울지 못했다.
담숙우는 잠시 용설아를 보았다가 다시 사공운에게 시선을 던졌
다.
"결혼식은 봉성의 관례를 따르기로 하겠네."
봉성의 관례란 간단했다. 열흘 후 결혼식이라는 것은 결국 초야
를 말하는 것이다.
봉성의 결혼식은 다른 곳과 조금 독특한 면이 있었는데, 먼저 결
혼이 결정되면 지정한 날 초야를 치른다.
초야를 치르고 여자의 정절이 확인되면 남자는 여자와 함께 잔
요와 이블을 들고 밖으로 나와 문 앞에서 그것들을 태우게 되는데,
그 요와 이블이 다 타고나면 정식으로 둘은 부부가 된다. 그리고 실
질적인 결혼식은 그 날 이후 삼일 후에 치르게 되는 것이다.
신부는 열흘 전부터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초야를 기다려
야 한다. 이 특이한 결혼 방법은 남성 중심의 봉성을 대변하는 대표
적인 관례 중 하나였다.
초야를 치르고 여자가 순결하지 않은 것이 발각되면, 그 여자는
바로 쫓겨나게 된다. 결혼식은 없었던 일이 되는 터였다.
하지만 실제 무공을 익히며 격한 운동을 한 여자들의 경우 초야
를 치르더라도 순결의 상징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거의 9할에 이
른다.
무공을 익히면서 처녀막이 터져 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남자는 스스로 잠자리에서 여자의 순결 유무를 알아내야
한다. 이 경우 상당한 경험자가 아니라면 그것을 알 도리가 없었고,
봉성의 역사상 초야를 치르고 쫓겨난 여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자네의 영환 호위무사직은......"
담숙우의 말이 채 끝을 내기도 전에 사공운이 말했다.
"초야를 치르고 난 후 나는 거처를 옮기겠습니다. 그러나 영환 호
위무사란 호위자가 죽거나 내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습니다."
담숙우와 담천의 안색이 굳어졌고, 용설아는 더욱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담소봉은 그런 용설아의 옆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둘의 결혼 일정은 정해졌다.
용설아와 담황의 결혼식이 결정된 후 사공운은 진충에게 모든 정
열을 쏟기 시작했다. 그로서는 무엇인가 잊을 수 있는 돌파구가 필
요했고 그 돌파구는 바로 진충이었다.
특히 수련을 시작하고 오일 째 되는 날부터 밤이 되면 모든 수련
을 중단하고, 사공운은 진충과 진검 대결을 하였다.
사공운과 직접 대결을 해야만 하는 진충은 큰 고역이었다. 사공
운은 언제나 같은 초식 하나로만 진충을 상대하였고, 진충은 그 동
안 집중적으로 연구한 단 세 초식으로 사공운을 상대하였는데, 그것
은 마치 나뭇가지로 바위를 두둘기는 것 같았고, 맨 주먹으로 파도
와 싸우는 격이었다.
처음에는 검을 들고 달려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무려
한시진 반 동안 쉬지 않고 겨루는 동안 그도 조금씩 적응하고 있었
다.
팽예린의 입가에 어린 고소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편하
게 해주는 매력이 있었다. 후리후리한 키와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는
당차다기 보다는 호쾌한 모습이었고, 여리듯 하면서도 날이 선 것
같은 용설향과는 분명히 대조적이었다. 그러나 그 둘은 참으로 잘
어울려 보이고 무엇인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것 같았다.
만약 둘 중에 한 명이 없어진다면 한 명은 무엇인가 부족해 보일
것만 같았다.
웃고 있는 퍵예인의 얼굴과 항상 침착하게 담담한 용설향의 얼굴
이 한 폭의 그림처럼 대비된다.
"아가씨, 그 어디에도 맹각의 친척은 찾을 수 없습니다."
말은 심각한데 얼굴은 재미있어 하는 표정이었다. 아주 재미있는
장난감을 손에 쥔 어린 아이 같다고 할까?
"그렇다면 누구죠?"
팽예린의 고개가 흔들렸다.
"질문은 제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내 능력으론 추측할 수 없
어요. 아가씨는 누구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용설향의 아미가 가운데로 쏠렸다. 그녀로서도 상당히 난감한 상
황이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없었다. 그러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너
무 많았다.
'무엇인가 불안하다. 그 꼬마 하나로 인해 자칫 상당히 어려운 상
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반드시 알아내야만 할 것 같다.'
고민하는 용설향의 모습을 보고, 팽예린은 다시 한번 말을 이었
다.
"살아남은 청룡당 인물들도 어디론가 실종 된 채 나타나지 않고
있어요."
"그들은 봉성 근교로 갔습니다. 아마도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
용설아를 끝까지 보호하려는 용군자(龍君子) 공정(孔情)의 의도 같
습니다."
팽예린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 그들이 봉성 근처에 있는지 알 수가 있었죠?"
"우리의 정보력이 가장 약한 곳은 바로 봉성의 세력권인 강남이
고, 특히 봉성이 있는 강소성은 우리에게 가장 낯 설은 곳이지요.
그들이 거기 없다면 우리가 찾아내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호호호, 정 말 그러네요. 아가씨."
퍵예린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건강한 치아가 불빛에 반짝거
렸다. 어찌 보면 푸근한 인상마저 보인다.
"그것보다도 그 꼬마 아이에 대해서 좀 더 조사를 해 보세요. 그
리고 난 풍백을 만나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하세요. 들어온 소식에 용대가께서 풍백과 겨루어 졌다고
합니다."
"오빠가요?"
"그렇습니다. 아가씨."
팽예린의 얼굴에 미소가 더욱 짙어져 있었다. 그녀의 눈은 불빛
에 빛나고 있었다.
용설향은 조금 걱정스러운 듯 팽예린을 보며 말했다.
"아직은 그와 겨루지 마세요."
팽예린은 입을 오므리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
"참아 볼게요."
"그리고 언니."
용설아가 정색을 하고 말하자 팽예린이 그녀를 정면으로 주시했
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이 떠 오른 조금은 장난스런 웃음기는 여전
했다.
"맹각의 손녀라는 그 아이를 조금 건드려 보세요."
"반응을 보자는 것인가요?"
"나쁘진 않겠죠. 이렇게라도 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팽예린은 대답대신 조금 더 진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엔
묘한 흥분이 떠올라 있었다. 마치 발정기에 처한 암고양이처럼.
산줄기를 모태로 동이 트는 아침은, 포양호의 상쾌한 바람과 함
께 시작되었다. 언제나 같은 날이었지만, 진충에게 오늘의 태양은
조금 남달랐다.
오늘이 바로 삼봉검대의 수란과 결투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
는 눈을 감고 그 동안 수련해온 것들을 천천히 떠 올려 보았다. 마
치 바늘처럼 찔러오던 사공운의 검기가 지금도 그의 감각 하나하나
를 소롬 돋게 하고 있었다.
세 개의 검초를 어느 정도 자유자제로 연결할 때 사공운은 대결
에서 그 흐름을 교묘하게 끊으면서 그를 괴롭혔다. 단 일각만 겨루
고 나도 전신에 힘이 다 빠질 정도로 지독한 수련과정이었다. 비록
열흘이지만 그에게 있어 그 열흘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고 보람
있는 날들이었다.
아침에 그를 찾아온 사공운이 말했었다.
"넌 나와 겨루었던 무사다. 수란과 나를 견줄 수 있겠는가? 자부
심을 가져라."
그 한마디 후, 사공운은 방문을 나갔었다.
연무장엔 약 수백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중에는 오봉검
대와 삼봉검대는 물론이고 일, 이봉검대, 사봉검대까지 전부 나와
있었으며, 담천 소공자와 누대치 그리고 담소봉이 나와 있었다.
왠일인지 담황은 보이지 않고 염상만 나와서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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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잘읽었습니다
즐~!
감사합니다.
ㅎㅎㅎ
ㅈㄷㄳ
시작
ㅈㄷㄱ~~~~~~~~~````````````````````
즐감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