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36승에 불과한 40대의 평범한 불펜 전문 투수 가득염은 90년대에는 흔치 않은 '불펜 전문 투수'였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이던 1994년에는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두 번의 완투 경기를 포함해 162이닝 8승(14패)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가득염은 프로 생활의 대부분을 '원포인트 릴리프'로 지냈다.
가득염은 롯데가 4년 연속 꼴찌를 하는 상황에서도 매년 50경기 이상 등판하며 묵묵히 마운드를 지켜 냈고, 2003년엔 무려 81경기에 등판하기도 했다.
이는 2008년의 정우람(85경기,SK), 2001년의 차명주(84경기), 2003년의 이혜천(83경기, 이상 두산베어스)에 이어 역대 4번째 단일시즌 최다등판 기록이다.
그러나 가득염은 2006 시즌 이후 롯데로부터 방출을 당하고 말았다. 롯데는 가득염에게 코치 연수를 제안했지만, 선수 생활에 미련이 남아 있던 가득염은 SK로 이적하며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했다.
가득염은 2007년과 2008년 60경기 이상 등판하며 SK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도왔고, 지난 9월25일 한화전에서는 조웅천(은퇴), 류택현(LG 트윈스)에 이어 역대 3번째 800경기 출장의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언제나 제 역할을 해오던 가득염이지만, 사실 가득염의 은퇴는 이미 예고돼 있었다. 2009년부터 고효준, 전병두 같은 젊은 좌완 투수들이 부쩍 성장하며 가득염의 입지는 점점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
SK에 입단하고 처음 2년 동안 무려 127경기에 출장했던 가득염은 최근 2년 동안에는 고작 34경기에만 등판했다. 8승이나 거둔 고효준조차 들어가지 못했던 2010 한국시리즈 엔트리였기에, 당연히 가득염의 자리는 없었다.
결국 가득염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가득염에게 제2의 야구 인생을 열어준 김성근 감독도 가득염의 은퇴를 만류했지만, 결국 그의 은퇴 결심을 되돌리진 못했다.
최후의 60년대생 가득염이 은퇴하면서 이제 한국프로야구의 최고령 선수는 1970년생인 '바람의 아들' 이종범(KIA 타이거즈)이 물려 받게 됐다.
사실 가득염은 프로야구에서 내세울 만한 족적을 남긴 위대한 투수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불 같은 강속구나 위력적인 주무기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가득염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지난 19년 동안 연 평균 40경기 이상 마운드에 올랐고, 소속팀이 4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소금 같은 역할을 했다.
가득염은 평범한 재능을 가진 투수도 얼마든지 오랜 세월 동안 프로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모범 사례'였다.
통산 36승 49패 78홀드, 방어율 4.57
이로써 92년 프로입단선수들 모두 은퇴.
첫댓글 이왕기름넣을거 최대성능으로 가득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