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회원분들께 책 한 권 소개합니다.
오늘 과외하는 애들 문제집 사러 교보문고에 갔습니다. 문제집 몇 권
사서 나오려는데 방학이랍시고 방구석에 쳐박혀 모니터에 코박고 인터넷으로 시간만 죽여온 내 자신이 갑자기 너무 한심하게 느껴져 소설 코너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그 놈은 멋있었다" 이따위 쓰레기류가 떡하니 점령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코너에 한숨과 조소를 섞어 한 방 날리고 옆으로 발길을 옮기려는데 바로 옆 신간 코너에 눈기를 확 끄는 제목이 있었으니,
"삼미 슈퍼스타스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한겨레신문사
8,500원)
어느덧 야구가 생활에 일부가 된지 오래..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군요. 식상한 문체와는 거리가 먼 신인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도 그렇고
한겨레신문에서 출판했다는 점도 맘에 들어 집어들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진장 재미있습니다." 원래 버스 안에서는 멀미가 나서 글자들어간건 뭐든지 아무것도 읽지 않는데, 종로에서 미아리까지 차가 밀려 1시간이나 걸려서 왔지만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저도 다 읽은건
아니고 아직 반이 남아있지만 나머지 반은 아까워서 도저히 오늘 마저 읽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풍자와 해학이 살아있는 경쾌한 서술, 평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야구와 인생에 대한 비유와 철학은 정말 무릎을 탁 치게 만들더군요. 소설이 던지는 주제의식은 결코 가볍지만은 않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변하는 스탯과 숫자의 홍수 속에 정작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새로이 일깨워주는 정말 좋은 구절이 많습니다.
한마디로, 강추입니다.
교보문고 사이트에 있는 간단한 줄거리를 첨부합니다.
제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박민규(35)씨의 장편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한겨레신문사)이 출간됐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프로야구 원년 후기 1할2푼5리(5승35패)라는, 아직도 깨지지 않는 기별 최저 승률 기록을 작성했던 구단 삼미
슈퍼스타즈의 추억을 밑그림 삼아 1할2푼5리의 승률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송가다.
1982년 봄, 인천에서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소년 ‘나’는 인천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팀 창단소식에 들뜬다. 나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창단 직후 어린이 팬클럽에 들고 삼미의 경기가 열릴 때마다 야구장에 가서 절규하듯 응원하지만 삼미는 “마치 지기 위해 이 땅에 내려온 패배의 화신”처럼 패배와 실점에 관한 온갖 기록을 낳으며 연패를 거듭한다. 패배가 쌓여갈수록 소년의 해맑던 얼굴은 어두워져 가고 난생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야구장에는
‘어린이에겐 꿈을, 젊은이에겐 낭만을’이라는 프로야구의 캐치프레이즈가 펄럭이지만 “도무지 1할2푼의 승률로 꿈과 낭만을 간직할
수 있는 인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ps1. 저 한겨레 직원 아닙니다... -_-;;
ps2. 롯데, 디트로이트 팬인 분들께서는 정말 읽고 눈물을 흘리실지도 모릅니다.. 인천에서 20년을 살면서 삼미의 후신인 태평양을 보고
자란 저도 어린 시절이 생각나 정말 가슴이 찡하더군요..
첫댓글 지난해 문학동네 신인 문학상 본심에 올라갔다 떨어졌지만 결국 올해 한겨레 문학상을 탄 소설입니다. 그리고 올해 지구 영웅 전설이라는 소설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했죠. 아... 몇 년을 재고 또 재더니 결국은 등단을 하셨다는....^^a 자랑 스럽다는^^
ㅎㅎㅎ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근데 그놈은 멋있었다는 무슨 책이에요 - -?
그놈은 멋있었다는 귀여니라는 필명의 여고생이 쓴 인터넷 소설입니다. 원래 다음 인터넷 카페에 썼던 글인데 유명해져서 책으로 나왔죠. 다 읽어보지는 않고 대충 읽어봤지만 내용이 좀 유치합니다. 특히 채팅 용어가 많이 나와서 읽기도 좀 불편하고요. 10대 취향의 책이라고 보면 될듯합니다.
어 저도 83년도부터 삼미 태평양 응원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