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저녁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선 첫 경기에서
쿠웨이트를 9:0이라는 압도적 골차로 승리했습니다.
전후반 90분의 러닝타임은 손에 땀을 쥐면서도 콧노래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물의 길’ 상영시간은 무려 3시간 12분이었지요.
통상 2시간 전후의 장편영화 길이를 훌쩍 넘어서면서
작품의 만듦새만큼이나 ‘긴 러닝타임’으로도 주목받는다는 기사가 쏟아졌지요.
이때 러닝타임(Running Time)은 ‘연속되는’, ‘지속되는’이라는 뜻의 형용사 ‘러닝(Running)’에
시간을 의미하는 명사 ‘타임(Time)’을 결합한 것입니다.
영화가 지속되는 총시간을 의미하는 만큼 우리말 ‘상영시간’으로 손쉽게 바꿔 표현할 수 있겠지요.
같은 원리로 맥락을 유추할 수 있는
또 다른 영화 용어는 '러닝 게런티'(Running Guarantee)입니다.
유명 감독, 정상급 배우, 유력 시나리오 작가 등 영화 제작의 핵심 인력이
기본 출연료 외에 흥행 결과에 따라 추가 보수를 지급받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사전에 지나치게 부풀린 몸값을 부르기보다
흥행 결과에 따른 보상을 받아간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계약 방식으로 평가받습니다.
배우 이정재도 명대사 "내가 왕이 될 상인가"를 남긴 '관상'(2013)의 수양대군 역 출연 당시
‘러닝 게런티’를 약속받았다고 지난해 밝힌 바 있었는데요.
이병우 음악감독 섭외비가 모자란다는 제작진의 말을 듣고 자기 출연료 5000만 원을 삭감하는 대신,
작품이 흥행할 경우 추가 보수를 지급받기로 했다고 합디다.
작품이 900만 관객을 넘어서며 크게 흥행한 덕에 “오히려 훨씬 이득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이때 '러닝 게런티'는 형용사 '러닝’(Running)과 명사 ‘게런티'(Guarantee)를 합친 말이지요.
직역하면 '연속적인 보수'인데, 출연료를 사전에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흥행이 뒤따를 경우 추가적인 보상을 한다는 맥락이 반영된 것입니다.
이 용어는 우리말 '흥행보수'로 대체할 수 있을 겁니다.
의미상 어긋남이 없으면서 알아듣기에도 쉽잖아요?
축구 경기와는 좀 다른 시각인데요.
요즘 우리 정치판은 어쩌면 러닝타임이 지나치게 늘어진다는 느낌이 있고요.
주연 든 조연이든 등장인물이 모두 러닝 게런티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지 않나요?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는 병역 특혜를 받아 엄청난 러닝 게런티를 누릴 수 있답니다.
여야 다툼에서 주목을 받은 정치인은 다음 총선 공천을 받는 러닝 게런티를 받는다잖아요.
어쨌든지 상영기간 내내 관객을 감동시키는 연기는 필요할 겁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