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말이 있습니다.
부모 혜택 많이 받은 사람들 명절에 외국으로 여행 가고 반대인 사람들 명절에 차례 모신다고 합니다.
그렇더라도 저는 후자를 선택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여행도 가고 싶고 편하고 싶겠지만 부모님의 은덕을 생각하노라면 여러 번도 아닌데, 돈이 산더미처럼 많이 드는 것도 아닌데 정성껏 만들어 성심껏 모시면 오히려 마음 편하기 때문입니다.
할멈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모임 하는 사람들 중 명절 차례모시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고 하면서 우리 영감 이런 걸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것도 맞이로 시집온 것도 아닌데라며 의아해합니다.
그런데도 차례 음식을 잘도 만들어냅니다.
어제는 전 부칠 도구를 새로 장만해 왔습니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가는 잘 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년 오월에 미국 여행을 모임에서 가자고 한다며 은근슬쩍 영감인 내 생각을 타진해 보는 우리 할멈.
그래도 선 듯 대답을 미루는 영감이 된 처지이지만 아무래도 지식들에겐 미안하나 따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비행기 타는 게 지겹고 배낭매고 쫓아다니는 게 싫어서 망설입니다.
붓대 도포자락에 넣고 갓 쓰고 위엄 있게 조선팔도를 한량 되어 떠돌아다니는 게 희망인데 우리 할멈은 반대입니다.
고리타분하다며 차라리 임영웅 쇼를 보는 게 희망이라고 합니다.
나 같으면 돈 주며 오라고 해도 안 갈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차례 음식 준비를 합니다.
주방을 어설렁거리는 영감인 나를 보며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킵니다.
오늘 만큼은 열렬한 제자가 되어 할멈의 명령에 복종할 자세로 마음 다졌습니다.
우리 명절 한가위인 秋夕은 참으로 좋은 것이여.
밤 먹고 대추 먹고 송편도 먹고. 그리운 부모님 생각에 노인이 되었는데도 눈물이 나는 것은 감사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애달픈 사랑일 것입니다.
노인이 되어도 추석이 좋은 할배.
아버지 손 잡고 차례 모시러 다니던 생각에 고향하늘로 마음은 날아갑니다.
고향에 가면 아버질 만날 것 같은 망상이 눈시울을 적십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