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이 타는 가을 강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와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겄네.
(박재삼, 1933~1997)
이제 새벽에는 한기를 느끼게
하는 깊은 가을의 햇살은 푸른잎을 불태우는 데도 허약해질만큼 쇠잔해 졌습니다.
이제 서리가 내리기 시작 한다는 삼강도 지났으니
차가운 북풍의 전사군단들도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겠지요.
이때의 기억은 쓸쓸함이 참 많았던것 같습니다.
무심히 흐르는 강물과 어우러져 산들거리는
하얀 갈대 군락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시를 중얼거리기도 했었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시인은 큰집 제사에 걸어가며 친구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눈물 흘리며 가을 노을에 물든 강을 바라보며 슬픔을 느끼는 근원적 감성에 젖어
슬퍼하고 있지만 그 슬픔속에
자신이 매몰되어버리지는 않습니다.
슬픔속에 한이 담긴 강물은 흘러 모든것을 포용하며
넓은 바다로 나아가 슬픔의
연속이 아닌 큰 만남의
기쁨으로 승화되어 가는
희망을 담은 시인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