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좀 많이 힘들었다. 그제도 좀 힘들었구...
어제는 아빠 혈관약을 타러 갔다왔는데, 그것마저 안했음 뭐 했을까 싶다.ㅎㅎ
어제는 잠도 제대로 잔 것 같지 않았고, 일어나서도 멍-했으며, 너무너무 피곤했고, 사실 약을 받으러 서대문까지 나가기가 싫었다.
그냥 사람들 얼굴 마주치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나 말고 시간이 비는 사람은 없었고...얼른 다녀와서 내 할거 해야지 싶었다.
그런데 또 막상 '내 할거'라고 해봤자, 하루 종일 카페에서 혼자 작업하는 거...
이게 요즘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터덜터덜 서대문까지 가서 내가 정말 가기 싫어하는 병원까지 가가지고 약을 타 왔다.
병원은 언제가도 싫다. 아픈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과 지친 사람들 투성이인 곳...
하지만 병원에 밟으면 피아노 소리가 나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서 그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솔직히 사람들만 없었으면 그거 밟고 좀 놀고싶었는데....ㅋㅋ
암튼 그러고 나서 기다려서 약을 받아가지고 나왔는데, 날씨는 꽤 풀렸고 걷기 좋은 상태인 것 같아서 광화문까지 쭉 걸어 올라갔다.
역사 박물관을 지나서 익숙한 교보문고쪽까지...
광화문까지 왔는데 교보는 한번 들러줘야지.
서점 안에 들어갔는데 익숙하면서도 새거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요즘 교보문고는 리뉴얼을 해서 숲속같이 꾸며놨다.
마음은 답답하고 몸은 피곤하고...이런 저런 책들을 살펴볼까 싶다가도, 내가 찾는 해답은 책을 읽는다고 나오는 것이 아님을 알아서인지 그냥 책 들춰보는것도 귀찮아졌다. 그래서 글씨 쓸 붓펜이나 좋은거 있음 사갈까 해서 핫트랙스로 갔으나 가격은 너무 비싸고 또 딱히 살만한 것도 없고...다시 잡지코너로 가서 볼만한 것 있나 쭉 둘러봤지만 역시나 흥미로운건 없었다.
그냥 어제의 나는 이걸 해도 흥~저걸 해도 흥~이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뭐 재미있는 것이 없다. 뭐 의욕나는 것이 없다.
내 인생의 한치 앞도 모르는데, 무슨 의욕이 나겠어.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지 그것조차 모르겠는데 말이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카페에 자리라도 있으면 노트북 들고 나간 김에 조금 생각정리라도 하고 들어갈까...싶어서 카페를 둘러봤지만 집 근처 카페들은 모두 만석이었다.ㅎㅎ
조금 더 걸어가면 분명 자리 있는 카페도 있을거지만, 그 카페는 지난번에 와이파이문제로 짜증이 났던 곳이라 별로 가기 싫었고...
딱히 카페에 앉아있는다고 답을 얻을 수 없을거란것도 이미 예측이 되니까 그냥 나는 할 것이 없었다.
집으로 들어갔다.
그 와중에 또 배는 고프다.
라면 하나를 계란을 두개나 넣어서 끓여 먹었다.
그리고는 침대에 누워버렸다.
또 무의미한 핸드폰질...
그렇지만 뭘 해야 할지 몰랐다.
늘 뭘 해야할지 모르거나 공허할 땐 괜히 핸드폰 인터넷창만 켠다.
거기서 뭔가를 찾길 바라면서...일까?ㅎㅎㅎ...
머리가 아파왔다. 엄청난 두통이 찾아왔다. 근래에 이런 두통은 없었는데...
그간 잠도 제대로 못자고 너무 힘들었어서였던건지, 잦아들었던 감기가 다시 시작된건지는 모르겠지만...
뒤통수가 지끈대기 시작하더니 그게 온 머리로 퍼져나가더라.
머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눈이 지끈거릴정도로 머리가 아파서 전기장판을 틀어놓고 일찍 자야겠다 싶어 누워있었다.
그러나 잠도 들질 않았다.
나는 이게 신경성 두통임을 잘 알았다.
한 30분 조금 졸았을까? 존 것 같지도 않지만...암튼...기침이 나서 깼는데, 엄마는 아빠랑 통화하고 있었다.
바꿔주지 말아라...바꿔주지 말아라...했지만 결국 나를 바꿔주고 말았고.
나는 또 짜증낼 것 같았지만 생각 외로 난 짜증내지 않았다.
그저 나는 우울할 뿐이었다.
하지만 아빠의 목소리는 밝았다. 밝은건지 밝은 척이었는지.
갑자기 올해 말에 여행을 가자고 하면서...또 뭔 바람이 분걸까.ㅎㅎ
암툰 그냥,,밝은건 좋은거지 하면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고 누워있었다.
엄마는 약이라도 먹으라 했고..나는 별로 약을 먹고싶지 않았다.
그냥 좀 자고 싶었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것 같아서...
그렇게 혼자서 끙끙 앓으면서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일순간...
갑자기 머리에 몰렸던 혈류가 스르륵 풀리는 느낌이 나면서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괜찮아졌다.
희한했다. 왜였을까? 너무 피곤하고 생각만 많고 힘들어서 침대에 지친채로 누워있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어느순간 뭔가가 탁!하고 풀렸거나 놓인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조금 졸았다고 괜찮아진걸까..
그러고 나니까 배가 고파졌다.
시간을 보니 열시가 조금 넘어있었고...난 계속 재채기도 나고 하길래 나가서 일단 감기약을 챙겨먹었다.
또 지난주처럼 아프기는 싫어서.
엄마랑 드라마를 띄엄띄엄 보다가, 오늘은 수요일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라디오스타를 좋아하는데, 마침 하는 날이어서 또 기분이 좋아졌다.
재밌는 게스트들이 나왔으면 했는데, 재밌다기보다 신기한 게스트들이 나왔다.
왜인지 모르겠다. 그냥 그거 보고 있었는데, 참 사람들이 열심히들 사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자 하는 것과 집안의 반대는 늘 있던 클리셰인데, 그들 또한 그랬고, 다섯살이나 어린 동생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을 받는 형의 이야기까지....
세상은 참 다양하다.
그리고 느낀 건, 그들 모두 어쨌거나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하고 살며, 그 과정에서 어떤 결과가 떨어지더라도 감내하고 겪어낸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떠한가? 하는 생각이 든 것 같다.
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지만, 스쳐가듯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의 상황...나의 방향...방향을 모르겠어서 더더욱 힘든 이 싸움.
어제 나는 무릎을 꿇고 또 기도했다. 종교도 없으면서...ㅎㅎㅎ
내가 가야할 길만이라도 알려달라고. 성공이나 성취를 달라고는 안 하겠다고. 그건 내 몫이고, 그저 가야 할 길만 알려달라고...
정말 요즘은 내가 가야할 방향만 알아도 덜 답답할 것 같다.
가야 할 길을 알면 그걸 뚫는데 있어서는 열심히 하면 되니까. 적어도 노력의 방향성은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나는 평범하게 사무실을 지키는 일을 하고싶지 않구나...하는 걸 느낀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게 또 나의 깊은곳에 있는 허영에서 오는 것일지 몰라도, 사무실에 처박혀서 일껏 일만 하는...그런 삶을 살고싶지는 않구나.
나는 아무래도 화려한 것들을 좋아하나보다. 그게 나의 본질인가보다. 그런 생각....
나는 내가 부각되어야 하는구나...그런 생각. 그건 진정한 나일까 아니면 또 깊숙한 무의식속의 허영일까.
게스트로 나온 그들을 보면서 느낀 생각은, 뭔가 나도 저들처럼 살고싶다...그런 생각이었다.
그게 단지 직업을 뜻하는 거였을까? 글쎄...그냥 그런 마음 아니었을까? 저들처럼 나도 어떤 결과가 따라오더라도 내 갈길을 뚝심있게 갈 수 있는...그런 걸 부러워한 거 아니었을까..?
내 길이 뭔지는 아직까진 모르겠지만, 조금씩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조금씩 겪어낼 수 있는 용기가 생겼으면 좋겠다.
나의 욕구에 대해, 내가 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해서 조금씩 용기를 내서 드러낼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19금 소설을 재미삼아 쓰고, 개그맨이 되고, 연기자를 하고, 뮤지컬을 하는 것이 꿈이고....
나는 어제 라디오스타에 나왔던 그녀가 너무 부러웠다.
아마 생활이 얼마나 안정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녀는 그녀가 원하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거침이 없었다.
눈치같은거 보지 않고, 원하는 것들을 추구했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너무 예뻐보이고, 내가 저랬으면 하는 생각이 깊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너무 수줍고, 솔직하지 못하다.
나는 절대 소박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이게 계속해서 상담을 받았던 나의 고질적인 문제인건지, 나의 특성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제 느낀 건 그런 것이었다.
여지껏 아빠의 욕망이라고 생각하며 원망해왔던 그런 것들이, 어쩌면 나의 욕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없었기 때문에...그랬던 건 아닐까..?
나의 욕망을 알아본 아빠는 얼씨구나 하고 그걸 더 부추겼던 건 아닐까?
나의 방향은 대체 어떤 쪽일까?
이미 나는 나이도 많이 찼는데, 나는 대체 어떤 방향의 사람일까?
언제까지 이런 수줍음으로 살까?
...
일전에 계약했던 곳에 작업물 몇 가지를 보냈는데 별다른 피드백이 없다.
내부 회의중인걸까, 아님 모두 반려된 것일까.
무슨 바람이 불었던 걸까. 나는 주얼리 모델을 모집하는 공고에 지원을 했다. 희한했다. 어제 자기 전에 뭔가 나도 이제는 좀 일찍 일어나서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알람을 맞춰놓고 잤고, 그 시간에 눈을 떴다. 한 30분 밍기적대긴 했지만, 그래도 일어났다. 난 늘 피곤한 편인데, 오늘도 역시 피곤한 건 있지만 그래도 어제처럼 누가 막 나를 짓누르는 것 같은 피로감은 아니었다. 약기운 때문일까? 의욕이 너무나도 없었는데,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해서 의욕이 너무너무 없었는데 어제 자기 전부터 지금도 그렇고 상황은 달라진게 없지만 지금도 딱히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확실히 알겠다. 월화수목금 일정한 시간에 회사에 갇혀서 일하는 건 나는 정말 싫구나. 차라리 스케줄근무를 하거나 프리랜서....하지만 뭘로 한단 말인가? 하는 문제.ㅎㅎㅎ....그리고 나는 왜 오늘 주얼리 모델에 지원한걸까?ㅋㅋㅋㅋ 참 희한하다. 자기소개서도 고치지 않고 그냥 한번 넣었는데 또 전화가 왔다. 오늘 당장 만나보잔다. 참~~~~희한하다.ㅎㅎㅎㅎㅎ 만난다고 뭐 되는건 아닐거고 또 내가 요즘 살이 엄청 불어서 아마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이런 상황들 자체가 참 희한해. 모델은 짧은시간을 투자해서 그래도 비교적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아마도 이런 일을 하면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긴 했지만...그리고 주얼리는 전신샷보다는 뷰티처럼 얼굴, 목, 손 위주로 찍으니까 괜찮겠지 해서 넣어봤는데. 이력이 특이해서 아마 부르는 거겠지..ㅎㅎㅎ....되게 웃긴다. 나는 어제 내 스스로가 생각한건데, 평범한 일을 하면서 살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따가 상담을 갈 건데, 이 이야기를 하면 선생님은 뭐라고 할까? 아마도 왜 평범하면 안되냐고 묻겠지? 그럼 이건 또 나의 허영일까...?ㅎㅎㅎ...
나의 껍데기들이 모두 벗겨졌으면 좋겠다.
너의 욕망과 나의 욕망을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욕망을 수줍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나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의 방향성이 보이게 될까?
나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누가 그랬다.
너무 멀리 보려고 하면 잘 안 보이니까, 일단 내 앞에 놓인것들만 봐야겠다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이면 그게 바로 내 길이 되는 거고 내 인생이 되는 거겠지.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