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낙호(만화연구가)의 글
(전략)
1. 레진코믹스의 성공적 정착
2014년은 성인지향 온라인 만화서비스 ‘레진코믹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언론의 주목, 지원기관의 관심, 테크 계열 자본의 투자 등을 가득 모으고 외형적 성장을 크게 이뤄낸 해다.
레진코믹스는 에로틱한 감성과 위트, 개성 있는 아마추어 만화 소개 등으로 널리 알려졌던 블로거 Lezhin(레진)이 자신의 유명세를 브랜드화하여 2013년 6월에 출범시킨 온라인 만화 서비스다.
이들은 대형포털의 웹툰 서비스보다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선명한 과금 모델에 기반한 수익 배분 및 공격적 작품 영입으로 극복했다. 레진코믹스는 기존 포털 서비스들의 사용시간 극대화 접근보다는, 다음 분량에 대한 포인트 과금 모델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이것을 위해 필요한 결제 과정 간편화에서, 개발팀의 능력이 특히 빛을 발했다)
선명한 수익모델과 표현 수위에 대한 느긋한 허용치는 좀 더 개성적인 소재와 표현을 필요로 하는 작가들을 끌어들였고, 작품의 만듦새나 화제성에 대한 품질 관리 역시 상당히 엄격하게 이뤄졌다.
이런 준비는 결실을 발휘하여, 먼저 수익과 투자 측면에서 괄목할 성과를 보였다. 5월에 이미 가입자 100만 명, 적극 사용자 월 40만 명을 돌파했으며, 전체 사용자 대비 7% 가량이 유료결제를 하고 있다고 레진코믹스가 자체 발표했다. 개별 작품으로는 가장 뚜렷한 인기작인 <나쁜 상사>(네온비)가 첫 1년 동안 작가에게 2억 8천만 원의 수익을 안겨주었다.
비슷한 시기에 엔씨소프트로부터 50억 규모의 투자를 받았고, 미디어믹스 등의 사업 확장 계획도 표방한 상태다. 9월에는 1억 5천만 원의 상금을 걸고 세계만화공모전을 주최하며 한일 동시게재를 약속한 것으로 볼 수 있듯, 해외 서비스 역시 가까운 시일 내에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성장과정 속에 레진코믹스는 만화서비스라는 분야뿐만 아니라 콘텐츠 사업 스타트업 전체의 범주에서도 2014년의 가장 주목받는 업체가 되었다.
레진코믹스의 성공적 정착이 주는 교훈은, 단순히 만화로 사업을 한다는 목표 이상으로 스타트업으로서의 틀 거리를 확고하게 갖추고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시장성을 정확하게 사전 조사하여, 만화문화 취향이 확고하되 성인 지향 표현수위를 원하는 이들을 명시적으로 노렸다. 그리고 플랫폼 구현력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처음부터 개발팀을 강력하게 갖추었다. 인력 모집과 대우 측면에서도 만화출판사보다는 IT 스타트업의 분방함을 강조했다. 특정한 표현기술보다는, 만화를 감상하는 인터페이스의 직관적 편의와 앱의 안정적 구현에 집중했다.
오히려 별점과 댓글 같은 의례적으로 존재하지만 작품의 실제 인기 측정과 입소문에는 오히려 역기능적인 기능들은 제거하여 깔끔한 단순성을 강조했다. 즉 서비스로서의 완성도가 기존 포털 만화섹션 또는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여타 서비스보다 단연 높았던 것이다.
반면 여전히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하나는 성인콘텐츠로서 겪는 표현검열 문제로, 초기에는 애플의 아이스토어에서, 가을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각각 음란성으로 일방적 규제를 당했다. 만화 작품들에 있어서는 플랫폼이지만, 서비스로서는 앱 생태계라는 플랫폼에 좌우되는 격이다. 다른 하나는 규모를 키우면서도 화제성과 전체적 품질관리 수준을 이어갈 만한 지속성으로, 개별 작품에 대한 홍보력 집중 측면에서 어떤 저력을 보여주느냐가 향후의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