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젖습니다 다 젖는겁니다' 영혼없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에버랜드 아마존 익스프레스의 안전수칙을 뱉어내며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이른바 '소울리스좌'. 소울리스좌가 유명해지며 안그래도 인기 많은 놀이기구 중 하나였던 아마존 익스프레스는 더 타기 어려워졌다. 더 오래, 많이 기다려야 탈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래 기다리더라도 탈수만 있다면 다행.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는 장애인들은 아마존 익스프레스에 탑승조차 할 수 없다. 국내 대부분 테마파크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는 전무에 가깝다.
8일 유원시설업을 경영하는 자가 장애인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기시설 및 기구를 장애인의 특성에 접합하게 설계·제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유니버설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 등 글로벌 테마파크에는 휠체어를 탄 채로 탑승 가능한 놀이기구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장애인과 장애인가족이 함께 휠체어를 탄 채로 놀이기구에 탑승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접근성을 최대한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내 테마파크의 장애인에 대한 접근성은 매우 열악하며 장애인 이용을 보장하는 시설 및 기구에 대한 개발의지 조차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증 장애 부모가 자녀와 함께 테마파크에 와서 아이만 놀이기구에 탑승시켜야 하는 상황을 마주한 적이 있다. 모든 놀이기구에서 탑승이 불가능하여 자녀를 멀리서 바라만 보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던 마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손을 잡고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의 개발과 설치가 활성화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 대첩을 다룬 영화 ‘한산: 용의 출현’(김한민 감독)이 흥행을 거두고 있다. 영화개봉 15일째인 지난 10일 관객 500만 명을 돌파했고(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조만간 600만 명이 될 것이라 한다.
영화 ‘한산’의 흥행은 우연이 아니다. ‘명량’(2014) 이후 8년 만에 개봉하는 김한민 감독의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이라 이목이 쏠렸다. 여기에 이순신 장군이나 ‘한산대첩’으로 불리는 한산도 해전은 국민이면 누구나 자긍심을 갖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영화 ‘한산’은 다른 측면에서 일부 주목을 받았다. 한국영화에서 자막이 넣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닌데, 영화 후반 해전 상황을 그린 부분에 한글자막을 넣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쟁영화 등 액션을 동반하는 영화는 음향을 중시한다. 문제는 음향을 부각하다 보면 말소리가 묻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한민 감독은 전쟁 장면의 음향을 살리면서 조선 수군들의 대사도 잘 전달하기 위하여 자막을 넣었다고 한다.(어린이동아, 2022.8.8.)
관련 기사도 여럿 올라왔는데, 한글자막으로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일부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자막이 영화 감상에 도움이 되었다는 기사가 상당수였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장애인 관객에게도 한글자막은 반가운 일이다.
‘한산’의 자막 제공을 보면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장애인들도 영화관람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일관되게 나온 것은 1998년부터일 것이다. 이러한 목소리에 불을 지핀 것이 영화 ‘쉬리’이다. 당시 ‘쉬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싶다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휠체어 좌석을 갖춘 극장을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청각장애인들의 경우 영화관에 간다고 해도 한글자막이 없었다. 시각장애인들이나 발달장애인들은 문전박대를 당했다. 장애인들이 집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을 때였으니 말이다.
당시 필자는 한 장애인단체에 일하고 있었는데, 필자도 이러한 목소리에 맞닥뜨렸다. 그래서 ‘강제규필름’에 무모한 요청을 했다. ‘쉬리’ 필름 한 벌을 무료로 빌려달라고 말이다. 다행히 취지를 이해한 강제규필름에서 흔쾌히 필름을 빌려주었다.
그 필름을 가지고 동판 자막작업을 했다. 부랴부랴 서울 시내 문화회관을 빌려 장애인을 위한 특별상영을 했다. 장애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러한 욕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영화 비디오에 자막을 입혀 장애인시설에 보급하는 사업이었다. 영화를 볼 수 없었던 장애인들에게 가뭄의 단비였다. 2000년부터는 장애인영화제도 시작했다.
당시 일반극장에서 장애인들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장애인들이 선호하는 영화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축제형태의 행사를 기획했다.
행사 기간 극장의 좌석을 뜯어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고, 영화에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을 넣었다. 수어통역사 등 훈련된 자원봉사자를 배치해 모든 장애인이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행사에 대한 장애인들의 반응은 좋았다. 장애인들의 영화 등 영상관람 욕구를 분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제공되었던 한글자막이나 화면해설의 기법들은 방송의 장애인접근 환경을 구축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장애인들만이 아니라 영화인들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운영에 필요한 경비 등 지원도 들어오고, 보청기 사용자들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보청시스템 등도 접목되기 시작했다. 인지도가 있는 가수들의 무료공연도 이어져 장애인들이 영화만이 아니라 문화적 참여의 폭도 넓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같이 어느 극장에서든 영화를 본다는 것은 여전히 큰 벽이었다. 정치권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2005년부터 시작한 것이 ‘장애인 영화관람 정책사업’이었다.
정책사업은 전국에 몇 개의 영화관을 지정해 한시적이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었다. 장애인의 영화관람권을 최소한이나마 해결해주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해당 영화에는 한글자막과 화면해설 등을 제공했다.
대부분 영화관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관도 있었다. 서울 강남의 M영화관의 경우 장애인과 함께 관람하는 시간대에 비장애인 관객이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았다.
영화를 걸 때마다 그랬다. 원인을 분석해봤더니 예매 창구에 뜬 ‘한글자막 제공’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자막영화는 장애인들이 보는 것인데 왜 장애인들과 같이 봐야 하느냐는 생각이 작용한 것이다. 결국, M영화관은 이 사업에서 손을 뗐다.
27년 전의 일들이다. 지금도 이 사업은 ‘가치봄 영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장애인들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관 수나 상영하는 영화도 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반 관객들이 자막 상영이나 장애인들의 관람에 거부감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휠체어 좌석이 일부 있지만 좌석 선택권이 없다. ‘가치봄 영화’로 진행되는 사업도 일부 영화관, 일부 시간대에 한정되어 있어 장애인이 언제 어디서나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은 부족하다.
그런데도 과거에 비하여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 미비하기는 하지만 영화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작동하고 있고, 영화인과 시민들에 대한 인식개선 활동을 한 결과이다.
영화 ‘한산’이 시도했던 한글자막 삽입, 이런 시도는 확대되어야 한다. 대사 전달의 목적만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기획단계에서부터 한글자막 삽입을 논의하는 등 자막이 영화 제작을 하는데 필요한 요소로 정착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