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K리그챌린지 3위 팀 수원FC는 K리그클래식 11위 팀 부산아이파크를 승강플레이오프에서 누르고 K리그 클래식 입성에 성공했다. 수원FC의 승격으로 수원시는 수원삼성블루윙즈와 더불어 K리그클래식에만 2개 팀을 가진 도시가 되었다. 한국에도 머지사이드 더비(잉글랜드의 리버풀-에버튼 간 더비)와 같은 지역 라이벌전이 생겼다면서 축구팬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사실 K리그클래식과 K리그챌린지 사이에는 크진 않지만 분명한 실력 격차가 존재한다. 직접 비교는 힘들지만 군복무를 위해 상주 상무와 안산 경찰청으로 ‘임대’를 떠난 선수들이 있기에 간접적인 비교는 가능하다. 상주 상무와 안산 경찰청에서 뛰고 있는 신형민, 이용, 이승기, 신광훈 등 K리그클래식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을 보면, 경기에서 확연히 눈에 띌 정도로 개인 능력이 뛰어나다. K리그클래식의 실력이 우위인 건 사실인데, 왜 자꾸만 승강 플레이오프에선 K리그클래식 팀들이 패배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것일까.
(2016년은 K리그클래식에 참가하게 된 수원FC. 승격을 축하합니다. 출처:한국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
승강플레이오프는 2013년에 시작되었다. 이후 3년 내내 K리그 챌린지 소속의 팀들이 승리를 거뒀다. 이정도 되면 K리그클래식에서 승강플레이오프에 가면 반드시 강등된다는 징크스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승강플레이오프에서 챌린지 팀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우선 승강플레이오프에 챌린지 팀의 경우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상태이다. 챌린지에서 우승 경쟁을 펼칠 정도로 한 해 동안 좋은 경기력을 보인 이후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게다가 챌린지 팀들과의 플레이오프 경기도 승리한 이후라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또한 아직 축구 미생인 챌린지 선수들에겐 간절함이 있다. 클래식 진출은 그들에게 꿈이며, 승강플레이오프는 눈앞으로 다가온 기회이다.
한편 클래식에서 승강플레이오프로 내려온 팀은 정반대의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다. 한 시즌 내내 아시아 무대에서도 최강의 위용을 뽐내는 K리그 클래식의 강팀들을 상대하면서 수없이 많은 패배를 겪은 이후이다. 팀 분위기가 좋을 수가 없다. 게다가 아직은 K리그에서 승강제는 생소한 제도이다. 이번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리그를 치른 12팀 중 10팀이 챌린지로 강등된 경험이 없다. ‘우리가 그래도 클래식인데.’라는 방심이 자리 잡기에 딱 좋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부분이 있는 K리그 클래식의 강등팀이 플레이오프에서 우세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당연한 바이다. 그럼 기세 때문에 객관적 전력을 뒤바꾸는 결과를 만든 것일까? K리그 챌린지의 팀들이 K리그 클래식을 압도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승강플레이오프에 각각 ‘진출’하고, 또 ‘밀려났다’는 것은 한 시즌의 결과이다. 한 시즌 동안 좋은 철학을 가지고 ‘하나의 팀’이 되었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K리그챌린지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것은 감독을 중심으로 좋은 축구를 펼쳤다는 것을 전제한다. 올 시즌 승격을 이룬 수원FC 역시 마찬가지다. 2012년부터 조덕제 감독이 팀을 맡은 이후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면서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보였다. 수원FC는 재간 좋은 미드필더들을 중심으로 중원장악을 하고 빠르고 기술적인 공격수들을 이용하는 전술을 펼쳤다. 부산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도 이러한 강점은 잘 발휘되었다. 객관적 전력 약세를 의식한 듯 평소보다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지만, 역습은 평소의 공격력을 반영하듯 날카로웠다.
지난 시즌 승격을 이룬 광주의 경우도 남기일 감독을 중심으로 패스 축구를 펼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올 시즌에도 그러한 철학은 유지되었다. 비록 순위는 10위로 아슬아슬하게 강등을 피했다고 보이지만, 실상은 11위 부산과 승점 16점 차로 강등 위험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록 챌린지 소속의 팀이라곤 해도 감독이 철학을 갖고 상당 기간을 들여 ‘조직력’을 잘 다져놓은 팀이기에 승강플레이오프는 물론 클래식 진출 이후에도 저력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K리그클래식 소속이라곤 해도 플레이오프로 밀려난 팀들은 한 시즌을 어렵게 치른 팀이다. 기세를 제외하고도 전체적인 경기력이 좋을 수 없단 의미이다. 부산은 이번 시즌 윤성효 감독, 데니스 감독대행, 최영준 감독까지 세 명의 감독을 거쳤다.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 최영준 감독은 스플릿 라운드 5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선임되었다. 전력 보강을 할 시간도, 팀에 자신의전술을 입힐 시간도 없었다. 승격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모습은 측면에서의 개인돌파와 단순한 크로스에 의존한 축구였다. 개개인이 수원FC에게 밀리는 것은 아니지만, 팀과 팀의 대결로 보면 수원FC에 지는 것이 당연하게 보였다. 한 시즌 내내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결과로 승강플레이오프까지 떨어졌고, 그 문제는 플레이오프 경기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 출전한 부산아이파크의 주세종. 국가대표로 선발된 인재지만 결국 팀의 강등은 막지 못했다. 출처:부산아이파크 홈페이지)
중요한 상황이 오면 사람이 초능력을 발휘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확률이 극히 적은 ‘기적’에 지나지 않는다. 절체절명의 순간 모든 힘이 다하고 나면 평소에 연습하고 갈고 닦은 것이 드러난다. 승강플레이오프처럼 모든 힘을 쏟는 경기에서는, 팀이 지난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한 시즌 동안 감독과 똘똘 뭉쳐 공격 축구를 펼친 수원FC와 여러 감독을 거치면서 불안한 경기력을 보였던 부산아이파크의 차이는 결국 승격과 강등이란 결과로 나타났다. K리그 챌린지에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이 일반적으로 전력이 약하다고 여겨지지만, 그것이 절대로 극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승강플레이오프에서 K리그챌린지 팀들이 항상 우세하다는 것은 축구의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개인능력이 전부가 아니라 조직력을 어떻게 끌어올리고 한 시즌 동안 얼마나 팀으로서 전력을 잘 다지느냐가 객관적 전력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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