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미국에서 차세대 메모리 공개… “한국, 2031년까지 1위” / 8월 7일(금) / 한겨레 신문
삼성전자 DRAM 개발실의 김경륜 상무가 현지 시간으로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메모리 이벤트(FMS 2026)에서 발표했다=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동시에 차세대 메모리 제품과 기술을 선보이며 본격적인 시장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 덕분에 한국이 향후 5년간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할 전망도 제시되었다.
삼성전자는 현지 시간으로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메모리와 스토리지 디바이스의 미래(FMS) 2026” 행사에서 새로운 설계 방식과 구조를 적용한 차세대 메모리 시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이번 행사에는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의 마이크론, 샌디스크, AMD, IBM, 일본의 키오쿠시아 등 반도체·정보기술(IT)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폭넓게 참여했다.
삼성전자 DRAM 개발실의 김경륜 상무는 이날 기조 연설에서 차세대 3D 메모리 ‘zHBM’ 시제품을 공개했다. AI 연산에서 ‘뇌’ 역할을 하는 AI 가속기(xPU) 칩 옆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평면적으로 배치하는 기존 방식 대신, 가속기 위에 메모리 칩을 아파트처럼 수직으로 여러 겹 쌓는 새로운 구조를 도입했다.
이처럼 AI 가속기와 메모리 간 데이터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고, 데이터 이동 속도와 전력 효율을 향상시킨 덕분에 차세대 메모리인 8세대 HBM(HBM5) 대비 최대 8배 높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하고 있다. 그날 김 상무는 “삼성이 돌아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현장에 20평 규모의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에서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서 직접 실행되는 온디바이스 AI에 최적화된 고성능 NAND 플래시 메모리 ‘zNAND-O’ 모형과 400층 이상 초고층 ‘제10세대 V10 BV‑NAND’ 제품도 공개했다.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필수적인 AI 환경에 대응하고, 데이터의 읽기·쓰기 성능을 향상시킨 점이 공통적이다.
같은 날, SK하이닉스도 자체 전시 부스를 마련해 미국 샌디스크와 공동 개발한 차세대 AI 메모리인 고대역폭 플래시(HBF)의 표준 규격을 처음 공개했다. DRAM 칩을 수직으로 쌓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처럼 NAND 플래시를 8층 또는 16층으로 겹쳐 용량을 확대한 것이 특징. AI 모델의 실행(추론)이 보편화되고,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급증한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기술이다.
프랑스 시장 조사 회사 요얼 그룹의 애널리스트 조세핀 라우는 같은 날 행사에서 한국이 2031년까지 ‘메모리 강국’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정부가 5년 이내에 메모리 생산 능력을 2배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에 맞춰 적극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라우 씨는 AI 시장이 ‘학습’에서 ‘추론’ 중심으로 변하고, 메모리 신제품 개발 주기도 기존 18개월에서 12개월로 크게 단축됐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메모리 기업들의 대응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