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10월 9일 한글날이었습니다. 1446년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세상에 반포합니다. 훈민정음은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되어 세계적인 문화재가 되었습니다. 훈민정음에는 ‘나랏말씀이 중국에 달라’로 시작되는 세종대왕의 백성을 사랑하는 한글 창제의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훈민정음 끝에 실려 있는 한글 창제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정인지의 서문은 한글의 효율성과 간편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서문에서 정인지는 한글은 “바람소리, 물소리, 새 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모두 기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8개의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는 간단한 원리만 배우면 누구나 쉽게 익히고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정인지는 훈민정음 서문에서 “똑똑한 사람은 하루 아침에 깨우칠 수 있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열흘이라도 배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인터넷과 휴대폰이 발달하게 된 데에는 한글의 편의성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이 사실입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문해력(literacy) 라고 합니다. 요즘은 literacy의 적용범위가 넓어져서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능력(computer literacy)그리고 통계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data literacy 라고 합니다. 이들 능력은 옛날 문맹율이 높았던 시절에 문해력 만큼 오늘날 자기 주도적인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한국 갤럽의 10월 1주 여론조사 통계를 통하여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정당지지도에 대한 민심의 동향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10월1주 갤럽의 여론조사는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에게 10월4일부터 10월6일까지 전화로 실시했으며 그 결과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잘하고 있다 29%, 잘못하고 있다 63%
☞지역별 잘하고 있다(%). 잘못하고 있다(%)
서울 30 63
인천/경기 25 66
대전/세종/충청 39 58
광주/전라 8 86
대구/경북 44 38
부산/울산/경남 33 61
☞연령별 잘하고있다(%) 잘못하고 있다(%)
18-29 16 66
30 16 78
40 12 84
50 30 66
70대이상 59 28
☞성별 남성(%) 여성(%)
남성 29 64
여성 28 62
☞대통령직무수행 긍정평가이유(5%이상):
외교 12
열심히 한다/최선을 다한다 9
전정권극복 8
전반적으로 잘한다 6
주관/소신 5
국방/안보 5
기타 8
모름 거절 13
☞대통령직무수행 부정평가이유(5%이상)
외교 15
경험/자질부족/무능함 14
전반적으로 잘못한다 9
발언부주의 7
소통미흡 7
민생/경제 살피지 않음 6
진실하지않음/신뢰부족 5
모름/응답거절 9
☞정당지지도(%)
국민의 힘 33
더불어민주당 32
정의당 4
무당층 30
○대통령발언공방관계 인식
대통령이 부주의한 말실수로 논란 자초 63%
언론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노란 유발 25%
☞정당별
대통령의 말실수(%) 어론의 사실과 다른 보도(%)
국민의 힘 31 58
더불어 민주당 92 4
무당층 64 12
☞성별
남성 64 26
여성 62 24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달후인 금년 6월 2주 한국갤럽의 여론 조사 결과 주요 지표는 아래와 같습니다:
○6월 2주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긍정 평가 53%, 부정 평가 33%
○6월 2주 정당 지지율:
국민의 힘 45%
더불어 민주당 29%
정의당 5%
무당층 20%
윤대통령의 현재 국정평가 긍정율은 취임 한달 후 여론 조사에 비해 무려 24%나 빠졌습니다. 그리고 국민의 힘 현재 정당 지지율은 6월 2주에 비해 12%나 빠졌습니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통계수치 변화는 6월 2주에 비해 무당층이 10% 늘었습니다. 국민의 힘에서 빠진 정당 지지율 12%가 제1야당인 더불어 민주당이나 정의당으로 가지 않고 대부분 무당층으로 전이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무당층의 증가는 그만큼 정치적 냉담 계층 즉 방관하는 유권자가 늘었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사이다”라는 별명을 가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고구마”라는 별명으로 변한 현상도 정치적 냉담 계층의 증가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불과 7개월전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가권력을 담당할 정당성을 부여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윤대통령이 국가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것까지 정당화 하지는 않습니다. 국민은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에게 여론형성을 통하여 상당한 권력 견제의 기능을 발휘합니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윤대통령의 지지 동향을 살펴보면 윤대통령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 나타납니다. 10월 1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대통령의 국정 평가 긍정 이유 중 가장 높은 항목이 “모름/거절” 13% 입니다. 그 다음 외교 12%, 열심히 한다/최선을 다한다 9%, 전정권 극복 8% 순입니다. 윤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이유 중 가장 비중이 큰 항목 “모름/거절” 13%는 한편으로는 윤대통령을 무조건 지지 하는 맹신자들이 많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윤대통령이 나라를 다스리면서 표방하는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뜻이 기도합니다. 윤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자주 사용했던 “공정, 정의, 상식”은 너무나 진부하고 평범해서 호소력이 거의 없습니다. 윤대통령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환경과 특별한 사정은 “공정, 정의, 상식”의 사표(師表)가 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합니다.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항상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이 존재합니다. 다원주의의 존재자체는 그 사회가 건강하다는 상징이기 때문에 그 자체는 좋은 징후입니다. 그런 다원주의를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이해관계의 다양성이 있기 마련이고 그 결과 이해 충돌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 이해 관계의 충돌이 사회 전체의 극단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갈등과 충돌을 조정하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고 대통령의 존재 이유 이기도 합니다.
사회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그 사람의 정체성을 알아보려면 그 사람의 직업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얼마전 길위에서 낮 선 사람이 필자에게 아는 체하길래 “누구 십니까?” 라고 반문했던 기억이 납니다. 낮 선 사람이 “혹시 교직에 근무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어 아니라고 하고 헤어진 일이 있습니다. 그분은 저를 교직에 근무했던 옛 동료로 착각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필자를 교직에 근무 한 사람으로 착각한 것 자체에 대해 서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교직(敎職)은 그래도 우리사회의 사표(師表)라고 생각합니다.
소문에는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관상을 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고 이회장의 따님인 신세계그룹의 이명회 회장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항간에는 아버지가 관상을 본다고 했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아버지는 얼굴의 편안함, 눈의 힘, 그리고 태도와 언행을 살폈습니다. 항상 만족스런 인재만을 뽑을 수는 없었습니다.” 고 이병철 전회장님이 사원을 뽑을 때 본 것은 사실 관상이 아니고 그 사람의 태도에서 엿볼 수 있는 감추어진 기질이 아니었던 가 싶습니다.
루카복음 9장 18절에서 20절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혼자 기도하실 때에 제자들도 함께 있었는데, 그 분께서 ‘군중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하고 물으셨다.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에리야 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옛 예언자 한 분이 다시 살아나셨다고 합니다.’ 예수께서 다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하시자, 베드로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하고 대답하고 대답하였다.”
국민들은 지금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 스러 움을 겪고 있습니다. 과거 이명박 전대통령을 지지하는 친이계 사람을 많이 등용하는 것으로 봐서 “이명박 2기 정권인가” 하는 선입견을 풍기 지만 무엇을 표방하는 정권인지 그 정체가 아직은 오리무중입니다. 국민만을 섬기는 정권이라는 막연한 수사는 대통령의 정체성이 될 수 없습니다.
윤핵관중 베드로에 해당 하는 핵심 참모는 맨날 권력다툼만 하지 말고 “대통령으로서 윤석열”의 정체를 가다듬어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천명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직업인으로 몸에 밴 검사의 태도와 기질만으로는 결코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거 “강골 검사의 태도와 기질”에서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대통령의 태도와 기질”로 일생일대의 변신을 꾀 해야만 성공한 대통령으로 거듭 날수 있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에게는 미지의 결혼할 상대 방에 대한 “identity literacy”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매우 중요한 기술입니다. 마찬가지로 국민들은 대의제를 표방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대표해서 나라를 다스릴 공직 후보자의 “identity literacy”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글날 문해력(literacy)을 생각하다 문득 떠오르는 우리나라 정치에 관하여 느낀 점을 두서없이 적어 보았습니다. 마지막 연휴날을 잘 지내 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