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쌤~~ 안녕하셨어요^^
이야기밥
안녕
쉼표
전 요사이 안녕이란 말이 참... 그래요.
이야기밥
왜요?
쉼표
마음이 산란해서 하루하루 그냥 꾸역꾸역 살거든요.
이야기밥
뭔가 전환의 싯점
쉼표
... 제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건가봐요.
쉼표
지금까지 3년간 일에 전전긍긍하면서 살았는데
쉼표
그런 삶의 패턴에 많이 지친 것 같아요. 일하고 남는 시간에 쉬고, 일하고 남는 시간에 놀고
쉼표
계속 일, 일, 일...
쉼표
명상이며 기도도 완전히 제 삶에서 빠졌고요. 그래서 더 그런가 싶어요...
쉼표
연필 안 없어지네요;;;
이야기밥
무언가 일에 몰입해서 빠졌다가 어느 싯점에서
이야기밥
다시 나를 돌아보는 지점이 오는데, 그때가 위기이면서
이야기밥
기회이기도 한 것 같아요.
이야기밥
사람은 살면서 죽을 때까지 수 없이 이런 과정을 겪는 것 같아요.
이야기밥
아마도 나선형으로 위로 올라갈 때와
이야기밥
아래로 떨어져내릴 때가 있는데 이 삶의 상승 하강 곡선을 제대로
이야기밥
타면서 살면 좋은데 참 어려운 거지요.
이야기밥
작년에 내가 몸이 안 좋고 그래서 모든 걸 다 접었잖아요.
이야기밥
서울에서 하던 사랑방, 그리고 천안 작업실로 내러가구요.
이야기밥
집에 갖고 있던 애들 책도 전부 기증을 해 버리구요.
이야기밥
글도 거의 쓰지 못하구요.
이야기밥
이런 저런 과정이 있었는데, 얼마 전에 어떤 책을 읽다가
이야기밥
아하 하는 게 있었어요.
이야기밥
작년에 내가 바닥을 치는 과정에 있을 때요
이야기밥
그런 일들이 참 잘한 거구나 하구요. 일종의
이야기밥
제의를 한 거지요. 그때도 제가 제의를 해야 한다고 늘 말하긴 했는데요.
이야기밥
삶에서 제의는 아주 필요해요.
이야기밥
바닥을 치는 순간이라 생각될 때, 분명 어떤 꿈이 올라올테고, 아니면
이야기밥
내 삶에서 기존의 리듬과는 무언가 다른 변화를 꾀하는 어떤 제의는
이야기밥
분명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야기밥
제가 앞에서 예로 든 것들이 다 일종의 제의인 거지요.
이야기밥
그러면서 삶의 시공간이나, 아니면 어떤 행위를 해 보면서 몸에 분명한
이야기밥
에너지의 변화가 오고, 심리의 변화도 오고 그래요.
이야기밥
자기 나름의 제의를 찾아보기 바랍니다. 중요한 순간이지요.
쉼표
새겨들을게요, 고맙습니다.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쉼표
마음이 산란해서 그런가,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다시 읽어보니 전에 느낌과는 많이 달랐어요.
쉼표
왜 명작인지, 왜 고전인지 조금 알 것 같다는 생각이요.
쉼표
며칠 전에 그림책 공부하는 친구들과 그림책상상에서 만났어요.
쉼표
다들 일러스트레이터라 그런지, 역시 시각 이미지 위주로 책을 고르고
쉼표
이미지가 아름다운 것 = 좋은 책 이라는 관점에서 보더라고요. 저도 그랬고요.
쉼표
그림책 한 권 보는데 3분? 정도 걸리죠, 그렇게 보면.
쉼표
창작 그림책 원고랑 썸네일 가져왔는데, 좀 답답했어요.
쉼표
글이 없으면 차라리 좋을텐데 - 오히려 글이 서사를 망치는 것 같더라고요.
쉼표
그림도... 그냥 예쁜 이미지, 화려함, 획기적인 구도, 강렬한 인상
쉼표
이런 위주로 나가고....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침묵했어요.
쉼표
저라도 다르진 않았겠지만.
쉼표
자신의 내면 에너지를 직면하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것을 어떻게 서사화하는가는
쉼표
정말 공부가 안 되어있어요. 답답했습니다.
이야기밥
아, 그러네요.
이야기밥
아주 중요한 지점이네요.
이야기밥
그림을 그리는 분들이 분명 자신의 에너지를 그림으로
이야기밥
강렬한 인상, 획기적인 구도, 화려한 이미지... 이런 저런 기법으로 드러내는데
이야기밥
문제는 이런 각각의 회화적인 완성도가 있는 그림이
이야기밥
일종의 구슬처럼 널려 있는 거지요.
이야기밥
이 구슬을 하나로 꿰는 밧줄 같은 게, 밥풀 같은 게 바로 서사라는 일종의
이야기밥
목걸이 줄인데요. 어떻게 서사화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놓고
이야기밥
정말 토론을 많이 해야 하고, 특히
이야기밥
그림을 전문으로 그린 화가분들이 그림에 투자하는 시간만큼
이야기밥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하고 수련하고 해야할 부분이 바로 이 서사화시키는
이야기밥
공부인 것 같아요. 드로잉에 투자하는
이야기밥
시간의 배 이상을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도 싶어요. 그래야 정말 자기 목소리를
이야기밥
전하는 그림책 작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야기밥
그래도 요즘은 젊은 작가분들이 많으니까요. 이런 분들은
이야기밥
시간과 열정이 있는 거잖아요. 문제의식을 가지면 달려들어서 해 낼 수 있겠지요.
이야기밥
기다려 봐야지요. 역시 지적을 많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쉼표
저는 굉장히 신중하게 책을 골라 읽는 편이예요.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쉼표
그 책에 사로잡히게 되서, 제 이야기가 없어져버리더라고요. 그래서 다독은 안 하려고 하는데
쉼표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다시 읽어보니, 또 좀 힘들어요.
쉼표
제가 그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버린 것 같아요;;
쉼표
자신의 야성 - 길들여지지 않는, 사회화되고 싶어하지는 본능 - 과의 만남,
쉼표
그리고 내가 왕권을 행사하여 통합하는 여정을 이렇게나 유머러스하고
쉼표
단순하고도 명확하게 그려냈다는 점에 기가 죽었어요.
쉼표
동판(에칭)인지, 펜화인지 잘 모르겠지만 - 그 날카로운 선 느낌이
쉼표
괴물의 야성 - 공격적인, 맹수와도 같은 - 과 참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고요.
쉼표
이런 뾰족뾰족한 펜느낌은 어린이 책에서 지양하는 편인데 - 여기선 최상의 표현인 것 같아요.
이야기밥
그렇군요.
이야기밥
괴물들이 사는 나라와 대비해서
이야기밥
나는 도서관에서 깊은 밤 부엌에서를 빌려 왔어요.
이야기밥
이 작품에서도 무언가 새로운 그림책의 어떤 가능성이나 재미를 느끼겠더라구요.
이야기밥
아하 하는 느낌도 많이 들었구요.
쉼표
괴물들과 난리를 치며 노는 것처럼 미키가 반죽을 마구 치대면서 비행기를 만드는 장면에서
쉼표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쉼표
부엌이 (저는 주방에서가 아니라 부엌에서라고 번역한 것도 참 멋진 센스라고 생각했어요)
쉼표
만화책으로 소개되었던 만화이론서를 읽은 적이 있어요.
쉼표
그때는 이 책이 왜 유명한건지 몰랐는데, 저도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아하...했습니다.
쉼표
두 권 다 먹을 것이 나온다는 점이 재밌었어요.
이야기밥
그러네요.
이야기밥
그런 점도 재미있네요. 생각해 볼 문제구요.
이야기밥
또 하나는 깊은 밤 부엌에서를 다시 보니까,
이야기밥
이게 영락없는 어떤 꿈, 어린 아이들이건 어른이건 꿈의 장면들이
이야기밥
많이 개입된 느낌이 들었어요.
이야기밥
꿈이 개입될 때, 아주 미묘한 지점이 있는데요.
이야기밥
머리로 꾸며내서는 하기 힘든 환상적인 장면들, 판타지 장면이 있지요.
이야기밥
그런 판타지 장면들이 무언가 논리를 넘어서는
이야기밥
가슴에 다가오는 강한 상징의 기운을 담고 있어요.
이야기밥
깊은밤 부엌에서가 그런 머리로 꾸며낸 공상적인 장면들은 담아내기
이야기밥
힘든 샌닥의 꿈에서 태어난 듯한 서사나 장면들이 아닐까 싶은 거에요.
이야기밥
그렇든 아니든 독자는 그런 느낌을 받는데요.
이야기밥
그렇다면 꿈은 쉼표 님도 아주 많이 꾸고 기억도 하고 있지요.
이야기밥
나도 몇 년간 꿈을 기록해 보고, 또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들려준 꿈 작업에서
이야기밥
마치 내가 꾼 것처럼 나를 투사해 볼 수 있는 많은 장면들이 있어요. ㄱ
이야기밥
그런 장면들을 결국은 어떤 시공간을 배경으로해서 만나게 하느냐가 하나의
이야기밥
문제인 것 같아요. 여기서부터 결국은 구슬처럼 흩어진 꿈의 다양한 장면들을
이야기밥
하나의 시공간으로 모아서 거기에서 어떤 사유가 가능한 서사를 발견해야 하는데요.
이야기밥
무언가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더군요.
쉼표
방금 말씀하신 부분에서 '사유가 가능한 서사'라고 하셨는데 - 꼭 그 부분에서 교훈적인 것을 넣게 되는 것 같아요.
쉼표
괴물과 부엌에서는 그 교훈이 없지만 그보다 큰 것을 만났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쉼표
그래서 이 작품들이 진짜 판타지고 명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쉼표
부엌에서는 그림책이기도 하고 만화책이기도 한데 - 그 만화체 그림에 대해
쉼표
그림책론에서 아주 멋진 해석을 한 것이 떠올랐어요.
쉼표
만화의 선은 선으로 그려지지 않은 부분에 생명력을 부여하게 되서
쉼표
보는이로 하여금 역동적으로 상상하게 한다 - 이런 식의 말이었는데, 부엌에서를 보면
쉼표
마치 캐릭터가 움직이는 듯이 그림을 감상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만화를 공부했던 터라
쉼표
더 그렇게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쌤은 어떠셨어요? 그림 자체가 주는 인상이 있었나요?
이야기밥
상당해 강했어요.
이야기밥
사실 그림 자체는 하나 하나 보면 그냥 평범한 것 같은데
이야기밥
오히려 그림을 이어주는 글이 그림의 사실성과는 전혀 다른 걸 말하고 있어요.
이야기밥
두 가지가 흥미로웠는데, 하나는 샌닥이 잘 쓰는 여백의 공간이에요.
이야기밥
이 여백의 공간은 일종의 판타지 공간과 대비되는 현실의 공간을 상징하는 것 같아요.
이야기밥
그러다가 점점 주인공이, 미키나 아니면 맥스 같은 주인공 아이들이 판타지 공간으로
이야기밥
들어가면서 현실의 여백이 줄어들잖아요.
이야기밥
그것도 하나의 재미있고 독특한 면이 있는데요. 여기에다가 역시 사실의 논리를 뛰어넘는
이야기밥
엉뚱한 신화적인 발상이에요. 그런데 이런 신화적인 발상, 미키가 밀가루 반죽으로
이야기밥
되고 빵을 굽고 밀가루를 타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고 하는 장면들이 모두가
이야기밥
엉뚱한 것 같지만, 거기에는 흔히 꿈에 나오는 다양한 꿈 상징의 코드들이 그대로
이야기밥
배어 있어요. 그렇게 어려운 상징 코드들은 아닌 거에요.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고
이야기밥
갖다 쓸 수 있고, 또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꾸고 있는 상투적인 꿈 내용의 일부인 거지요.
이야기밥
그런데도 이런 작품을 1970년에 했다는 게 일단 독창적인 거지요. 사실 지금
이야기밥
이런 작품을 했다면 제 눈에 그렇게 독창적으로 보이진 않을 거에요. 그런데 모리스 샌닥은
이야기밥
무언가 나름대로 일찍 시작한 그런 느낌을 줘요.
이야기밥
역시 지금 우리들은 꿈에 대한 연구나 공부도 좀 하고 그랬으니까요. 판타지에 대한
이야기밥
다양한 이론이나 그림책들도 접하고 했으니까요. 무언가 이런 발상을 반영하고
이야기밥
이해하고 한 바탕에서 내 몸에서 태어나는 꿈상징을 제대로 좀 발견해서 자기 나름의
이야기밥
에너지가 반영되는 그림이나 글을 찾아나가야 하겠지요.
쉼표
예전엔 몰랐는데, 정말 이 분의 이야기는 머리로 만든 이야기가 아니란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쉼표
마음 속 깊은 곳에 흐르는 에너지를 잡아 만든 이야기니까
쉼표
시공을 넘어 공감을 얻게 되는게 맞는 것 같아요. 그의 마음에 흐르던 에너지는
쉼표
지금 제 마음에도, 더 어린 아이의 마음에도 흐르고 있으니까요.
쉼표
정말 갖고 있으면서도 알지 못하고, 안다 해도 쓰기 힘든 보화인 것 같아요;;
쉼표
그림책에서는 그림이 정말 정말 중요하지만, 그 그림으로 끌어나가는 서사가
쉼표
진짜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밥
그렇지요. 둘 다 중요하겠지요.
이야기밥
오늘 샌닥의 그림책만 보더라두요.
이야기밥
판타지와 공상의 차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지요.
이야기밥
판타지와 공상의 차이를 구구 절절이 무슨 논리적인 언어로 설명하기는 힘들 거에요.
이야기밥
그러나 딱 한 마디로 차이를 말할 수 있어요.
이야기밥
그건 역시 에너지의 강도에요.
이야기밥
내면 에너지의 강도가 아주 강한 쪽을 판타지라 한다면
이야기밥
공상은 내면 에너지가 물론 반영되긴 하겠지만
이야기밥
역시 약하지요.
이야기밥
샌닥의 작품은 읽어볼수록 내면 에너지가 강해서
이야기밥
교훈을 전제로 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이야기밥
공상이 개입된 그림책에는 무언가 교훈이 개입된 서사라는 게 결국은
이야기밥
드러나서 작가의 마음이 들키는 거지요.
이야기밥
에너지의 차이는 아주 중요한 건데, 이건 말로 설명을 할 수도 없고
이야기밥
또한 이해시키는 영역도 아니에요. 그래서 아주 힘든 거지요.
이야기밥
어디 가서 판타지가 뭐냐 하면 내가 그건 내면 에너지의 흐름이라고 말하면
이야기밥
그런 두루 뭉수리 말을 좀 하지 말고 명쾌하고 이해시켜 달라는 거에요.
쉼표
;;;;
이야기밥
그런 말을 가끔 들어요. 그럴 때면 동화를 쓰는 분들이 그럴 때는 조금 안타까운
이야기밥
점이 있어요. 판타지를 쓰고, 정말 동화를 쓰려면 판타지와 내면 에너지를 체험해 봐야 할텐데 하는 거지요. 어려운 얘기입니다.
쉼표
판타지와 공상의 차이를 그렇게 정리해 주시니까 머릿 속에 확~ 정리되는 것이 있어요.
쉼표
앤서니 브라운도 대가이시고, 존경받는 작가신데 - 전 역시 샌닥쌤의 손을 잡고 싶어요.
쉼표
두 분의 작품에 비슷한 흐름이 있는 것 같은데
쉼표
제 느낌에는 샌닥쌤이 판타지를 판타지로 만들어내신 것 같아요. 정말 새로 배우게 됩니다.
쉼표
다음 주에는 6장 읽고 만날까요? 책이 좀 힘들긴 하지만...;;
이야기밥
예 그러지요. 한 주는 그림책론 한 주는 작가론 해 봅시다. 재밌네요.
쉼표
네, 쌤! 오늘도 정말 즐겁고 알찼어요. 고맙습니다.
이야기밥
그럼 좋은 꿈 꾸세요.
쉼표
평안하시길...^^
카페 게시글
신화 판타지 이야기
Re: 모리스 샌닥 - 내면 에너지에서 탄생한 판타지 // 판타지와 공상의 차이
쉼표
추천 1
조회 147
12.07.02 23:02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