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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목포촛불굿] “공장도 멈춰불고 버스도 멈춰불고 우리도 아그덜허고 항꾸네 손잡고 거리로 나섭시다!”
6시 45분. 굿물을 들고 장미의 거리에 이르렀다. 갯돌 김명옥 낭자가 장구를 들고 서있다.
“안녕하세요? 오늘 갯돌도 길놀이허요?”
“퍼포먼스한대요.”
가족단위로 삼삼오오 앙거있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번과는 다르게 산책로 쪽으로 음향기기가 설치되어있고, 드럼, 신디 등이 마련되어있다. 드디어 유모차부대가 등장헌다. 젊은 아낙 세 사람이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분수대 앞으로 나타난다. 지팽이 짚고 있는 할아버지, 촛불집회에 한 번도 안 빠지고 나온 꼬마애들....
“아연 씨, 안녕하세요?”
“저, 아연이 아니에요.”
볼펜허고 공책을 빼앗아서 ‘김나현, 정다소’하고 또박또박 적는다. 항꾸네 온 동무 이름도....
“나현 씨, 아저씨가 이름 잘못 알아서 미안해요”
6시 59분이다. 이상허다. 행사 주최허는 사람들이 안 나타난다. 깍두기 머리를 헌 사람이 드럼을 치고 트럼펫을 부는 사람, 신디 주자.... 참말로 요상허다. 분명히 7시에 헌다고 했는디 시간이 다 되어도 꼴새를 안 뵈니.... 노랑 반팔을 입은 배불뚝이 아저씨가 아이를 무등 태우고 지나간다.
“선생님, 여기가 아니래요. 저리 가보게요.”
7시 4분. 그랑배아또, 죽이야기 앞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송원천 씨가 노래를 허고 있다. 무대가 가히 환상이다. 무대 바로 정면으로는 ‘우리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합니다.’라고 씌여있는 펼침막이 있고 그 욱으로 적송 세 그루가 산 모양으로 솟아있다. 까망칠을 해놓은 무대 아래에는 ‘미선, 효순 6주기 추모와 미친소 반대 21차 촛불문화제’펼침막이 걸려있다.
“모두 모여요
작은 촛불 들고 하나 되어....
밝은 세상 만들어....
쥐돌이는 몰라요....
누가 주인인지 알 수 있도록”
‘어떤 쥐 이야기’란 노래가 흘러나온다.
“영어만 좋아하는 너는 어린 쥐
거짓말로 쇠고기 수입하는 너는 미친 쥐
땅 파는 데만 환장한 너는 두더쥐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는 너는 박쥐
자꾸 그러면 뒤지쥐 그만하쥐
자꾸 그러면 뒤지쥐 그만하쥐”
‘와하하핳!’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고 완전 ‘똥친 막대기’였다.
땅딸막헌 아저씨 한 분이 ‘조중동 아웃’이라고 씌여있는 글판을 배통아지에 꽂고 있다. 요새 질로 잘나가는 노래 ‘헌법제1조’가 아우성이다.
7시 15분. 갯돌 식구들이 퐁물굿을 친다. 나도 꽹매기를 잡았다. 갯돌허고 두레패 판에는 처음이라 실수 투성이다. 진땀이 삐질삐질 난다. ‘징이나 칠 것인디, 무담씨....’허는 생각도 든다.
]“깽~ 매깽 읏깽 매깽 깽~ 매깽 읏깽 매깽 읏깽 매깽 읏깽 매깽 읏깽 매깽....”
7시 25분.
김영미 씨가 사회를 본다. 뿔난 엄마라고 소개헌다.
“2002년 오늘은 효순이, 미선이가 미군 장갑차에 깔려죽은 날입니다. .... 애통하게 죽은 두 아이를 기리는 묵상을 하겠습니다.”
“따~라란 따~라란 띠~리리 띠리리~~~~ .....”
윤소하 민중연대 상임대표가 소리대를 잡는다.
“예, 우리가 꼭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6년 전, 아리따운 조국의 딸,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무참히.... 그 많은 촛불....6년이 지난 지금, 자녀들 미래가 캄캄....광우병 쇠고기....어린 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또다시 촛불을 들었습니다. .... 이 슬픈 조국의 현실....우리가 희망을 가꾸어가야....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꼼수....수도물 민영화....전기....이명박 정권이 항복할 때까지 작은 촛불이 거대한 물결이....”
유인물이랑 각종 패딱지를 나눠주는 데에 보라빛 조끼를 입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 국제와이즈맨 목포지부 모란클럽이란다. 그 사람들이 전(부친개)을 지지고 있응게 배고픈 이들은 가서 묵으라고 헌다. ‘전에는 막걸린디....’
극단 갯돌 공연이 이어진다. 갈옷을 입은 청년이 탈 기둥을 들고 천천히 천천히 걸어나온다. 효순이 미선이다.
“....우리는 그냥 걸어가고 있었어요. 대학 가서.... 첫 월급 타면 엄마 내의도 사드리고 싶었어요. 우리는 왜 죽어야하죠?.... 그리운 친구들아, 우릴 잊지 말아줘. .... 교복 입고 찾아온 너희들.... 우리는 죽어서 살아날 거야. 졌던 꽃이 다시 피어나듯 우리는 다시 살아올 거야. 고맙다 친구들아....”
‘시크리트가든’이 광장을 촉촉허니 적신다. 소복을 입은 나령 낭자가 향을 들고 나온다. 효순이 미선이 주위를 빙빙 돈다. 바람에 냉갈이 잘도 흩어진다. 장삼을 펼쳐 너울너울 춤을 추더니 나령 낭자의 눈이 하늘을 향해 멈춰선다. 갑자기 눈물이 솟는다. 두 팔을 머리위로 들어 올리더니 합장을 헌다. 바람을 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퇴장헌다.
한 사내가 흰 우리옷을 입고 탈을 쓰고 등장헌다. 팔을 걷고 발도 걷어올렸는디 두 팔, 두 다리가 별라도 시커멓다. 어깨를 으쓱임시로 하늘을 쳐다본다. 탈 입술이 돌아가있다. 와사풍에 걸린 사람이다. 음악이 바뀐다. “둥두둥 두둥, 두두두둥 두둥....”자진모리 가락이다. 사내가 몸을 비튼다. 손이 비틀리고 다리도 배배 꼰다. 한 동안 그라고 몸땡이를 비틀더니 깐치걸음으로 퇴장헌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갑자기 불어난다. 광장이 촛불들로 그득허다.
이번에는 삐에로가 등장헌다. 머리에는 오색 빵떡모자를 쓰고 빨간코를 붙이고 뿔로 된 뭉툭신(군화맹키로 코가 뭉툭헌)을 신었다. 팔자걸음을 허고 음악에 맞춰 고개를 까딱까딱해대는 것이 영락없이 찰리채플린이다. 막대풍선을 분다. 꽃을 맹근다. 그 풍선꽃을 효순이 미선이한테 꽂아준다. 미친소가 등장헌다. 머리에는 거대한 소탈을 쓰고 검정 바탕에 해골 그림 옷을 걸치고 있다. 삐에로가 밝히고 있는 촛불을 꺼버린다. 삐에로가 ‘대~한민국!’을 유도헌다.“대~한민국~!!!!”을 외치자 초에 불이 붙는다. 신기허다. ‘저것도 마술인가?’미친소가 또 꺼분다. 또 ‘대~한민국!’하고 외친다. 또 불이 붙는다. 삐에로가 삘건 천을 꺼낸다. 투우를 헌다. 천에는 ‘동물성 사료’라고 희거니 씌여있다. 미친 소가 도망간다. 삐에로가 쫓아가더니 밀차(카트)에 죽은 미친소를 싣고 나온다. 밀차 욱에는 ‘영원한 반품’이라는 작은 펼침막이 걸려있다.
자유발언 시간이다. 16살이나 22살 묵은 여성이 나왔으면 좋겄단다. 긴 파마머리에 반바지를 걸친 여성이 무대에 오른다.
“안녕하세요? 목대 총여학생회장 정00입니다. 스물두 살이구요. 효순이 미선이도 살아있으면 저와 똑같이 대학생활.... 미국 광우병 연결해서....”
연노랑 반팔옷을 입은 아이들이 갑자기 광장으로 들이닥친다. 새꿈어린이집 아이들이다. 촛불 전속 가수 송원천 씨가 노래한다.
“....효순아 보고싶은 미선아 우리 오늘 이렇게 모여
촛불 켜고 약속한다. 우리가 꼭.... 우리 힘으로....
사람들아 촛불을 높이 들자 ....승리의 노래를 부르자”
어어 ‘촛불 들고 하나되어’를 부른다.
“모두 모여요 작은 촛불 들고 하나 되어 노래 불러요....다 같이~! 하나, 둘, 셋, 넷!”
촛불들이 춤을 춘다.
“미친소 몰아내고 효순이 미선이 한을 풀자~!”
“미친소 몰아내고 효순이 미선이 한을 풀자~!!!!”
8시 7분. 촛불들이 500여 명으로 늘어났다. 한 노동자가 자유발언을 헌다. 자신은 민주노총 소속이 아니라고 헌다. 화물연대 파업이 안타깝단다. ‘저것이 무신 소리?’
“저희들도 동참하고 싶은데....비노동조합원이 차를 몰고....피 흘려 뿌려놓은 결실....(그것들을 가로채서) 섭섭합니다. ....우리 어르신들.... 목숨(목구멍이라고 해야쓴디 ㅎㅎㅎ)이 포도청이라 .... 투쟁노선이 다르더라도 그 분들 투쟁이 헛되지 않게 목포시민이 발벗고 나서믄 좋겠습니다~!”
“와아아아~~~~!!!!”
“반갑습니다. 연산동 김태수라고 합니다. 6년 전, 꽃다운 여중생이 장갑차에 깔려 죽었는데도 월드컵 열기에 묻혀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2002년 연말이 돼서야 촛불을 들었습니다. 멍청하고 어리석은 이명박 정부는 미국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초등학생부터 노인들까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6월 10일에는 삼천 명이 모였는데 오늘은 그 때보다 덜 온 것 같습니다. 이명박이 노림수....더 힘 내가지고....미국놈들 정신 차리도록 촛불을 높이 듭시다~!”
“미친소 강요하는 미국을 반대한다~!”
“미친소 강요하는 미국을 반대한다~!!!!”
뒤쪽으로 가봤다. 김명종 선생이 찬지리 동지랑 짜란히 앙거있다.
“어이, 명종이 왔능가?”
“예, 형님 오셨소?”
“자네 이따가 풍물 좀 치소. 쐬 칠랑가 징 칠랑가?”
“징 치께요.”
“그려. 글믄 이따가 저 무대 옆으로 오소, 잉?”
염손기호 선생이다. 손을 내민다.
“와따 징허니 오랜만이요, 잉”
“아이고오~~~”
여남은 꼬맹이들이 무대에 오른다. 새꿈 아이들이다. 한 꼬맹이가 소리를 팩 지른다.
“차렷~!” 고막이 찢어져 불겄다. 허더니 “절~!”한다. 헌법제1조 노래를 헌다. 음정 박자가 제 각각이다. 두 손을 잡고 손을 앞뒤로 흔드는디 그것도 고르작작이다. 이번에는 뽀뽀뽀 개사곡을 부른다.
“아빠가 출근할 때 기름값
엄마가 시장가면 미친소
우리가 학교가면 영교시
우리들의 어어 시간 네 시간
어어어 음음음.....“
“와하하핳.....!!!!”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들 뒤로 가서 노랫말을 불러준다.
“....우리는 민주시민 촛불 아이~들....”
“이 노래 언제 배웠어요?”
“오늘이요~!!!!”
“누가 가르쳐줬어요?”
“개나리요~!!!!”
“개나리가 누구예요?”
“선생님이에요~!!!!”
“와아아하하....!!!!”
쥐 잡는 영상이 펼쳐진다.
“고양이다 고양이다 고고고고....”
방송사고다. 윤도현의 아리랑을 부른다. 뿔난 아줌마 김영미 씨의 노래실력도 대단허다. 청도 좋다. 소리를 허믄 잘허겄다.
8시 36분.‘즐거운 노래, 소풍’김준승 씨가 무대에 오른다. ‘민들레처럼’허고 ‘불나비’를 부른다. 사람들이 일어선다. 촛불을 들고 환호헌다.
9시가 좀 못 되어서 풍등을 날린다. 빨강 노랑 파랑 등들이 하늘로 치솟아 오른다. 그 너머 반달이 창백헌 낯빛을 허고 떠있다.
가방을 매고 쇠를 잡았다. 관수 씨가 나한테 상쇠를 허란다. 끝쇠를 했다. 풍물패들이 앞장선다. 풍류가락으로 거리행진을 헌다.
“깨갱 캥캥캥캥..... 갠지갯지 갠지갯지 갠지갠지갠지갠지....
갠~지 개갠지 갠지라 개갱 개갠지 개갠지 갠지라개갱”
롯데수퍼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푸성귀를 놓고 팔고 있는 할매가 장단에 맞춰 박수를 치고 고개를 까딱인다. 촛불시위대는 롯데 수퍼에서 왼쪽으로 튼다. 도로 한 비짝을 갈지자로 휘젓고 다닌다. 현대 아파트 지날 때 뒤를 돌아봤다. 우리 반쪽이가 맨 뒤에서 북을 치고 따라오고 있다. 치배들만 해서 20명은 되겄다. 우리은행 네거리에서 왼쪽으로 꺾는다. 워메, 뻗치다. 어께도 손목도 벌써부터 뻐근해져온다. 바로 뒤에 김명종 선생이 징을 치고 잘도 돈다. ‘솔찬히 될 것인디? 바꾸자고 허까?’동아아파트 네거리에서 한 판 놀다 가자고 관수 씨 귀에 대고 외쳤다. 네거리 한복판에서 원진으로 잡아돈다. 자진모리에서 휘모리로 넘긴다. “갠지 갠지 갠지 갠지....”
“얼씨구~! 좋다~!”
최현주 씨가 비닐에 물병을 담아들고 뒤따라 온다. 저것이 물이 아니고 막걸리믄 원이 없겄다. 비파아파트 2차허고 3차 사이로 난 길에 시위대가 앉는다. 우리도 멈춰섰다. 막걸리나 한 잔 허믄 쓰겄다. 바로 앞에 있는 한양슈퍼로 갔다. 아저씨가 가게를 보고 있다.
“아저씨, 안녕허싱게라?”
“아이고,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예, 막걸리 있제라?”
“예, 있지요.”
“두 병만 주실라요?”
만원짜리를 낸디 돈을 안 받으신다.
“고생들 하시는데 그냥 드세요.”
“아이고, 고맙습니다.
“자, 한 모금들 헙시다.”
암매도 술이 모지랠 것 같다. 한 병 더 도락해서 씨리 나눠묵는디, 여학생 목소리가 들린다. “미친소 먹고 우웩, 우웩....”
다시 또 풍악을 울린다. 우성아파트 네거리에서 노동부 쪽으로 튼다. 경찰 지휘관인 듯헌 사람이 자꾸 재촉을 해싼다. 한 번 째려봐줬다. 버스 안에 타고 있는 학생들이 박수를 친다. 환호한다. 드디어 노동부 앞이다. 풍물패허고 시위대허고 어울어진다. 손에 손을 잡고 원진을 짠다. 이수진 선생이 앞잽이를 헌다. 아들 성민이도 왔다.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허이!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허이!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허이!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허이!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허이!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허이!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허이!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갠지갱, 허이!
갱~,허이! 갱~,허이! 갱~,허이! 갱~,허이!
그랑 그랑 그랑 그랑 그랑 그랑 그랑 그랑.....
갱~ 개개갱 갱~
갱갱~ 갱갱~ 개개갱갱 갱~갯. 징~~~~!”
“와아아아.... 앙콜, 앙콜, 한 번 더! 한 번 더!”
풍물 한 판 더 치고 나서도 사람들이 흩어질 줄을 모른다. 방송차 욱에서 선무방송을 하던 여인두 씨가 나를 소개헌다.
“안녕들 허싱게라? 진도실고 고재성입니다. 저 공무원인디요? 공무원들도 파업헙시다. 자본가들이 제일 무서워 허는 것이 파업 아니요? 쥐박이놈도 자본가요. 공장도 멈춰불고 버스도 멈춰불고 우리도 아그덜허고 항꾸네 손잡고 거리로 나섭시다!”
“와아아아~~~~!!!!”
“좋소?!”
“예에~~~~!!!!”
아그덜이 열광헌다. 산토끼 노래를 했다.
“산~퇴끼~ 퇴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총~깡총 뛰면서~~ 쥐박이놈 타도허로 간단다~~~~”<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