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흰머리 몇 가닥을 세다
동아광장 : http://news.donga.com/3/all/20120329/45125446/1
정끝별 시인·명지대 교수
영화 ‘디센던트(The Descendants)’를 봤다. 죽는 자들이 후대에 남겨줘야 할 유산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였다. 가족, 사랑, 자연,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영화는 보트 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아내를 지켜보는 남편의 독백으로부터 시작한다. 자기만 모르고 있었던 아내의 바람 소식을 그것도 딸에게서 듣고는 반바지에 슬리퍼를 끌며 바람에 저항하듯 위태롭게 달리는 옆집 아저씨 조지 클루니를 보는 재미가 삼삼했고, 질풍노도를 골인하려는 첫째 딸과 이제 막 스타트하려는 둘째 딸의 만행은 남의 집 일만 같지 않아 동병상련했다. 무엇보다 하와이의 풍광은 안구정화 그 자체였다.
그러나 정작 영화 속 나를 사로잡았던 것은 다른 데 있었다. 아내의 회생불능 통고를 받은 남편이 꺼낸 아내의 자필 사인 서류였다. 건강할 적 아내는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비해 의식불명 상태에서의 생명 연장치료를 거부한다는 서류를 작성해 놓았던 것이다. 영화관을 나오는 내 머릿속은 불의의 사고에 대비한 ‘식물인간 치료포기서’와 ‘사후장기 기증서약서’를 준비하는 문제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덧 내 머리 밖에도 흰머리 몇 가닥이 돋기 시작했고 죽음은 늘 삶과 이웃해 있으니.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
사실 죽음은 살아있는 동안 미리미리 예비하고 준비해야 할 정기적금이나 보험과도 같은 것이다. 오래전 ‘죽음의 완성’이라는 시를 쓴 적 있다. 200년쯤 후에는 인간의 수명이 200세까지 연장된다는 기사를 읽고 나서 쓴 시였다. 200세라니! 내겐 축복이라기보다는 저주처럼 다가왔다. 끝이 없다는 것처럼 큰 저주가 있을까. 드라큘라나 좀비의 가장 큰 비극은 죽지 못하는 것일 게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했던 이는 암 선고를 받은 후에도 애플의 신화를 일궈냈던 스티브 잡스였다. 시련이나 고통 한가운데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끝 혹은 죽음의 순간을 떠올려보는 것은 큰 힘이 되곤 한다. 죽기 전에 뭐가 보일까? 뭐가 가장 후회스러울까?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얼굴이 누구일까?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이런 물음은 지금, 여기의 삶을 더욱 두텁고 깊게 해준다.
오래전에 봤던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라는 영화에는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라는 부제가 달렸었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노년의 두 남자가 얼마 남지 않은 삶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고는 이를 하나씩 ‘해보는’ 이야기였다.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이라는 영화의 메시지처럼 ‘버킷 리스트’란 덜 후회하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지금, 여기, 우리가 해야 할 것들에 대한 성찰 리스트라 할 만하다. ‘버킷’이 스스로 올라선 후 (목을 매달고) 자신의 두 발로 차야 할 삶이라는 양동이이든 죽기 전의 간절한 목록들을 담아내는 욕망이라는 양동이이든, 죽음 또한 받아내야 할 빈 공간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덜 후회하기 위한, 삶이라는 양동이 관리가 바로 버킷 리스트인 셈이다.
늙음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준비하는 삶은 보무도 당당할 것이다. 스스로를 낮추며 타인에게 너그러울 것이고,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니 사랑하고 행복할 일들을 미루지 않을 게 분명하다. 하루를 마치고 나란히 누워 서로의 무사함을 확인하며 잠에 들듯, 우리의 한 생도 그렇게 따뜻하게 긴 잠에 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가 무사해서 다행이고, 하루를 잘 견뎌내서 대견스럽고, 편안한 잠에 들 수 있어서 고마울 것이다.
아침이 싱그러운 것은 밤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우리 삶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 또한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꽃이, 청춘이, 사랑이 아름다운 것 또한 그것들의 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문득 우리 삶이 팍팍할 때 늙는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 그리고 버킷 리스트를 떠올려 보자. 그게 너무 거창하다면 내가 잊을 수 없는 것들이나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라도 떠올려 보자. 리스트를 떠올리고 문장화하는 동안 지금-여기-우리의 삶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 수술과 오랜 요양 후 커피전문점 창가에 앉아 현기증을 달래며 마신 첫 커피 한 모금의 향기를 나는 잊지 못한다. 세탁할 적 식구들의 옷에서 나던 살 냄새와 갓 태어난 딸애의 말간 손톱들을, 내 머리맡에서 뛰고 있는 선친의 손목시계 초침소리를 잊지 못하고, 팔순의 엄마가 담가준 파김치 속 희끗한 머리카락 한 올을 잊지 못하고….
범사에 감사하며 죽음을 준비하자
바야흐로 만화방창할 이 봄 또한 머지않아 떨어지는 낙엽들의 추억 속에서 기억될 것이다. 청춘을 남겨주지 말고 청춘의 미덕과 사심 없는 증오와 눈물을 남겨 달라고 기도했던 하인리히 하이네도,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간은 누구나 시간의 법칙에 순종해야 한다고 했다. 어느 책에서였던가. 청춘이 우리의 주인공을 떠날 때 불렀던 노래의 한 소절이 떠오른다. ‘그리고 태양은, 아직은 아름답게 빛나는구나/하지만 결국에는 질 수밖에 없겠지!’ 이 봄날이 완전 소중한 까닭이다.
정끝별 시인·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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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그 이후의 나
한스러운 영혼들 고통은 살아서 겪는 고통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죽음 후 나의 마음이 어디로 가는가의 문제는 의지나 생각 혹은 이론으로 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죽음 이후의 일은 우리 마음의 밝기에 따라 자동적으로 분류가 된다. 물에 돌멩이를 넣으면 무거운 돌이 가장 아래에 가라앉듯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속일 수 없는 불변의 진리다.
그러므로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마음을 밝고 가볍게 만들어 줄 에너지를 많이 비축해두어야 한다. 그 복(福)이 죽음 후 그 마음을 밝힌 곳으로 이끄는 밝은 힘을 불러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렇지 못했다면 그 마음도 어두운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비참하게 떠도는 억울하고 한스러운 영혼들, 밝은 곳으로 가고자 애타게 기다리지만 살아생전 충분한 복을 짓지도, 그들을 띄워 보내줄 힘도 만나지 못해 어둡게 머물러 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러한 마음들의 고통은 살아서 겪는 고통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수년 전 터기 여행 중 가바도기아(Gappadocia)라고 하는 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곳은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이 만든 지하 교회로서 로마군과 회교도인들을 피해 만든 어두운 땅속 동굴이다. 언젠가 좋은 시절이 오면 종교의 자유를 얻게 되리라 믿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결국 시간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천 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신념은 이야기 속에 묻힌 옛이야기가 되었고 다만 비둘기 집처럼 구멍이 빠금빠금 한 지하 동굴만이 세상에 남아 그들의 흔적을 전해준다. 이제 후세 사람들은 그들의 억울한 마음 보다는 단순한 관광명소로 혹은 순례여행지로 그곳을 찾을 뿐이다.
지하 동굴로 들어서자 그 장소에 머물러 있는 수많은 길 잃은 마음들, 한스럽고 어두운 마음들이 느껴졌다. 지난 이천 년간 갈 곳을 몰라 방황하던 억울함이 얽히고설켜 그곳에 뭉쳐 있었다. 죽어도 떠날 길을 모르니 살아서 육신이 머물렀던 그곳에 마음도 함께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그들을 띄워 보낼 힘이 없다. 마치 작은 반딧불처럼 반짝 반짝이는 작은 존재들이었다.
우주의 마음을 생각하며 빛viit을 펼쳤다. 그러자 주의를 가득 메우고 있던 어두운 마음들이 밝은 빛viit에 휩싸여 태양너머로 사라졌다.
출처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행복순환의 법칙 2009/09/14 초판 P.202~203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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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명상하면은?
빛명상을 하면... '마음' 사랑을 알게 됩니다.| ┖ 빛명상하면은?
김수영 madame MIN(Mr 따이진)2012.02.14. 02:33 http://cafe.daum.net/webucs/8HiT/1627
빛명상 회원님들의 마음과 일상이 늘 행복,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빛명상 하면 간절한 '마음(영혼)의 마음'과 '사랑'을 알게 됩니다. 지금까지 마음(영혼)과의 사랑을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빛세상으로 가지 못한 마음(영혼)은 사람들을 슬프고 힘들게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제 생각 이었습니다. 그래서 평소 빛명상 중에 고인이 되신 친척 and 지인 마음(영혼)들을 떠올리며 빛viit을 가까이 하시길 기도하고, 그 친척과 지인들이 오프라인 회원이 되어 빛명상하게 되기를 염원하며, 나아가 '고인 마음(영혼)'의 자손들이 꼭 '빛세상'으로 보내 드릴 테니 걱정 마시라고 안심 시켜드리며 빛명상 했었습니다.
'빛명상 도서'를 절실한(삶이 힘든) 친척들과 지인에게 보내고 빛명상과 더불어 기도 했지만 아직은 응답이 없습니다. 그럴수록 제 정성과 내면의 정화가 부족함을 관조하고 더더욱 빛명상 중 기도에 매진합니다. (중략)
첫댓글 죽음 두려워하지 않고 언제가는 꼭 가야할 곳이 있다는 것을 알면 편안하게 갈 수 있다고 학회장님의 말씀이 생각 납니다.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마음을 밝고 가볍게 만들어 줄 에너지를 많이 비축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서유종님 감사합니다.
서유종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죽음후 나의 마음이 어디로 가는가.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마음을 밝고 가볍게 만들어 줄 에너지를 비축하는 삶.
서유종님, 죽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빛명상과 함께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행복하세요 ^^
예 전에 학회장님과함께갔던 터키 가파도키아의지하도시를 언급하셨군요 그자리에 함께있었지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웰다잉 빛과함께 라면 가능한 문구라 더욱 감사함을 느끼게됩니다. 감사드립니다.서유종님 빛과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서유종님
미흡한 제글을 귀중한 빛명상세상돋보기 안에 언급해 주심에 다시금 감사합니다.
노력이 부족하여 이제야 답글 답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체험사례 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